‘합병 위해서라면’…경쟁사에 재산 넘기는 대한항공·아시아나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2. 12.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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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TALK TALK]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했다. ‘메가 캐리어’ 출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합병 승인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을 현지 항공사에 넘겼다. 남은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활용할 경우 합병 후 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영국 CMA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새로운 제안을 했고, 태도가 달라졌다. 새로운 제안의 핵심은 ‘슬롯 양도’다.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영국 히스로공항 슬롯 7개를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4곳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지역들에서도 ‘슬롯 양도’ 전략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항공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슬롯은 항공사 경쟁력의 척도다. 슬롯이 많을수록 항공기를 자주 띄울 수 있다. 이를 타 항공사에 양도한다는 건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공항 슬롯도 반납했는데, 해외 주요 공항 슬롯까지 잃는다면 합병 후 시너지가 흐릿해지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양 사의 국내 공항 중복 노선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을 중심으로 합병 무산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기사를 작성하며 과거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으나 유럽연합이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기업결합을 반대했다. 결국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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