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마스 뜻밖 동거…美 한파 속 한국인과 '제육파티' 벌인 사연

김형구 2022. 12. 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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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운명과도 같았어요. 집주인 부부는 제가 만나본 이들 중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었습니다.”(한국인 관광객 최요섭씨)
“예상치도 못했던 ‘민박집 주인’이 됐죠. ‘특별한 축복’이었습니다.”(알렉산더 캄파냐씨)

폭설로 도로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10명을 집으로 맞아 들여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미국 뉴욕주 주민 캄파냐씨 부부가 초대된 손님들과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 알렉산더 캄파냐 페이스북 캡처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미국을 강타한 겨울폭풍으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폭설에 고립된 한국 관광객들과 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우연한 크리스마스 주말 파티’를 함께 보낸 미국 현지인 부부의 훈훈한 소식이 화제다. 주인공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된 미국 뉴욕주 주민 알렉산더 캄파냐(40)씨와 안드레아 캄파냐씨 부부.

NYT에 따르면, 겨울폭풍에 대비해 냉장고를 가득 채워넣고 집에서 조용한 크리스마스 주말을 보낼 계획이었던 캄파냐씨 부부가 뜻밖의 한국인 손님들을 맞은 건 지난주 금요일(23일) 오후 2시. 폭풍이 매섭게 몰아치던 시간에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행하려던 한국 관광객 가운데 남자 둘이 폭설에 파묻힌 승합차를 꺼내기 위해 삽을 줄 수 있는지 요청하려고 두드린 노크였다. 이들은 당시 허리까지 쌓인 눈으로 몇 시간째 차 안에서 머무르며 발이 묶인 상태였다고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까운 뉴욕주 버팔로에 오래 살면서 겨울폭풍에 익숙한 캄파냐씨 부부는 즉시 한국 관광객 일행을 집 안으로 맞아 들였다. 알렉산더 캄파냐씨는 “이번 폭풍은 레벨이 다르다. 가히 ‘다스베이더 폭풍’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NYT에 말했다. 이번 겨울폭풍으로 버팔로에는 최대 110㎝의 눈이 내렸고 버팔로가 포함된 이리 카운티에서는 최소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버팔로 지역을 강타한 겨울폭풍으로 도로에 방치된 차량들이 정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캄파냐씨 집에 초대된 손님은 한국 관광객 9명에 여행사 직원 1명까지 총 10명이었다. 한국의 한 여행사를 통해 지난 21일 뉴욕시에 온 관광객 중엔 경기도 평택에서 신혼여행차 온 최요섭(27)씨 부부와 인디애나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과 그의 부모, 서울에서 온 대학생 친구 2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침낭과 에어매트리스 등을 이용해 게스트룸을 포함한 침실 3곳에서 잠자리를 해결했다. 이들은 또 제육볶음과 닭볶음탕을 요리해 함께 나누며 크리스마스 주말을 보냈다. 일행 중 인디애나 대학생의 어머니가 훌륭한 요리사였다고 한다. 마침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캄파냐씨 부부 집에는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등 필요한 조미료를 모두 갖고 있었고, 놀랍게도 김치와 밥솥도 갖춰 있었다.

최요섭씨는 캄파냐씨 부부가 문 앞에서 기꺼이 일행을 맞으며 환대해주던 때를 “운명과도 같았다”고 떠올리며 “우리가 집에서 너무 많은 식량을 축냈다”고 했다. 이어 “좀 피곤하긴 했지만 미국인 부부의 따뜻한 환대를 경험한 건 재미 있었다. 캄파냐씨 부부와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는 행복했고 행운이었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캄파냐씨는 ‘뜻밖의 크리스마스 연휴 동거’를 두고 “우리는 ‘특별한 축복’을 마음껏 즐겼다. 영원히 이번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파냐씨 부부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도 갖게 됐다고 한다.

일요일인 25일 이들 한국 관광객을 태우러 온 승합차가 뉴욕시로 떠났다. 최씨 부부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새해를 맞이할 계획이며 나머지 관광객들은 이번 주중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NYT는 “만약 한국 관광객 일행이 하룻밤 더 발이 묶였다면 그들은 크리스마스날 저녁에 한국 소고기 요리인 불고기를 해 먹을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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