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 톡]조선의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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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재주 있는 여인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였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공부를 가르치지 않거나, 잘하더라도 숨기고 아예 짓눌러 버리는 일이 많았다.
빙허각 이씨는 스스로 차밭을 일구는 등 온갖 벌이를 도맡아 가족을 먹여 살렸다.
빙허각 이씨는 시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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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재주 있는 여인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였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공부를 가르치지 않거나, 잘하더라도 숨기고 아예 짓눌러 버리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가 있는 법, 빙허각 이씨가 바로 그러했다. 이창수와 진주류씨의 딸이자 훌륭한 여학자였던 이사주당의 조카다. 학자 가문이었던 친정에서 어릴 적부터 학문을 가르쳐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었다.
빙허각 이씨는 열다섯 살에 서유본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시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공부했다.
서유본의 동생이자 빙허각 이씨의 제자이던 서유구는 형과 형수의 생활을 "붉고 노란 벼루가 가위나 자 틈에 섞여 있었으니 훌륭한 아내이자 좋은 벗이었다"고 기억했다. 두 사람은 금실도 좋아 자식을 열한 명이나 두었다. 대부분은 일찍 죽고 세 명만 살아남았다. 서유본도 몸이 약했다. 늦게 벼슬을 지냈고, 정조가 죽은 뒤 집안은 몰락했다.
빙허각 이씨는 스스로 차밭을 일구는 등 온갖 벌이를 도맡아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남편의 사랑방에 틈틈이 나아가 옛 책들을 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손에 닿는 대로 펼쳐봤다. "오직 견문을 넓히고 심심풀이를 할 뿐"이라고 했으나 책까지 완성했으니 절대로 심심풀이는 아니었다. 남편은 아내의 공부와 집필을 응원했다. 쓴 책의 제목까지 지어주었으니, 그것이 바로 ‘규합총서’다.
"나의 아내가 많은 책에서 뽑아 모아 각각 항목별로 나누었다. 시골 살림살이에 요긴하지 않은 게 없고 더욱이 초목, 새, 짐승의 성미에 대해 아주 상세하다. 내가 그 책 이름을 규합총서라고 했다."
규합총서는 여성용 생활전서다. 장을 담그거나 술을 빚는 방법과 옷을 만들고 염색하고 수놓는 방법 등을 정리했다. 농사짓고 가축을 기르는 방법, 태교하고 아이를 키우는 방법, 병을 치료하는 방법까지 정리한 실생활을 위한 학문 곧 실학의 산물이었다. 지금도 이 책은 옛 한글은 물론 문화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빙허각 이씨는 시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 어린 제자는 바로 실학자 서유구다. 집안과 형수의 공부를 이어받고 더욱 발전시켜 임원십육지를 만들었다.
서유본은 1822년 아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빙허각 이씨가 백 가지 꽃을 따다가 직접 백화주를 담그기까지 했지만 천명은 어쩔 수 없었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이해자를 잃은 빙허각 이씨는 절명사를 쓸 만큼 슬픔에 젖었다. 2년여 만에 예순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유구는 형수를 그리워하며 글을 남겼다. 대체로 고통과 냉대 속에서 살았을 듯한 조선의 여인들이지만, 빙허각 이씨 같은 작은 위안도 있다.
이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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