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전차군단의 나라, 독일 탱크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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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차라고 알려진 독일의 '푸마(Puma)' 탱크가 무더기로 결함이 발견돼 전차의 나라라 불리던 독일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그러나 구형 탱크들의 노후화 문제도 지적되면서 차세대 전차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지자 독일 정부는 필요시 전차로도, 보병전투차로도 사용 가능한 탱크 개발로 다시 방향성을 수정했다.
독일정부는 푸마탱크를 주력 전차이자 보병전투차로 활용하면서 전체 탱크 숫자도 줄여 운용예산도 절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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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축에 무리한 탱크 통폐합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차라고 알려진 독일의 '푸마(Puma)' 탱크가 무더기로 결함이 발견돼 전차의 나라라 불리던 독일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다음달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합동훈련에도 구형 마르더 탱크가 대신 나가게 되면서 독일 방산업체들의 높았던 위상에도 금이 갔다는 평가다.
하지만 단순히 냉전 종식 이후 30년 넘게 찾아온 평화와 안보불감증이 빚어낸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푸마 탱크의 무더기 결함 속에서는 1990년대 이후 수차례 시작과 폐기를 반복해온 독일의 차세대 탱크 개발의 복잡한 역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독일정부는 애초 1980년대부터 기존 주력전차인 마르더(Marder) 탱크의 차세대 모델인 '마르더2' 개발을 계획해 추진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국방예산이 대폭 감축되면서 개발 계획 자체가 무산됐다. 더 이상 유럽에서 전차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안일한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차세대 전차 개발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였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안보불안이 심화되자 다시 차세대 전차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차세대 전차의 개발 방향성이었다. 9·11 테러 직후에는 도심지에서 테러를 빨리 종식시킬 수 있는 가볍고 작은 수송용 보병전투차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이에따라 차세대 전차의 개발 방향성은 신형 보병전투차 개발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구형 탱크들의 노후화 문제도 지적되면서 차세대 전차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지자 독일 정부는 필요시 전차로도, 보병전투차로도 사용 가능한 탱크 개발로 다시 방향성을 수정했다. 이 목표 하에 개발이 시작된 것이 푸마 탱크였다. 독일정부는 푸마탱크를 주력 전차이자 보병전투차로 활용하면서 전체 탱크 숫자도 줄여 운용예산도 절감하고자 했다.
문제는 전차와 보병전투차는 용도는 물론 성능에 필요한 조건이 전혀 다르다는데 있었다. 전차는 지상전에서 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갖추고, 강력한 화력을 지닌 포신을 갖춰야한다. 그러나 보병전투차는 헬기로도 수송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가벼워야하고, 이동속도도 매우 빨라야한다.
결국 2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려다보니 설계자체에 혼선이 발생했다. 푸마 탱크는 2002년 개발 시작 이후 2013년에야 시제품이 나왔고, 2015년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됐지만 갖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중량을 너무 줄이다보니 전차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장갑이 얇아졌고, 해치 설계 결함으로 비가 오면 탱크 안에 물이 들어찼다.
또다시 설계변경이 지속되다 결국 전투 적합 판정을 받고 350대가 독일군에 양도, 배치된 것은 지난해 3월의 일이었다. 개발부터 배치까지 무려 20년이 소요된 동안,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푸마 탱크보다 훨씬 우수한 최신예 탱크들이 방산시장에 쏟아지면서 성능 우위도 사라져버렸다.
갑작스러운 예산감축과 무리한 탱크 운용 통·폐합, 이로인한 방향성 상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실패였던 셈이다. 20여년 전 시작된 탁상행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국익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푸마 탱크의 사례는 우리 정치권에서도 곱씹어 봐야할 사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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