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노래는 기나긴 사랑노래”
Q : 〈Pieces of _〉 발매 축하해요. 첫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오래 걸렸네요. 그만큼 시간과 공을 들였을 것 같아요.
A : 데뷔 후 정확히 6년 만이네요.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도 나갔고, 여러 싱글과 OST를 선보이면서 언젠가는 꼭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려고 마음먹으니 정말 빨리 진행됐어요. 3개월 만에 8곡을 완성했죠. 덜 의심하고 직감을 믿으면서, 새롭게. 6년간 했던 고민이 무색해질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작업했어요.
Q : 정규 앨범에 박차를 가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A : 쭉 서울에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뉴욕 집에서 3개월 있었는데, 그게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한 군데 오래 있다 보면 타성에 젖게 마련인데, 간만에 뉴욕으로 돌아오니 자유롭게 음악을 시작했던 마음이 떠오르더라고요.
Q : 제목에 빈칸을 둔 게 흥미롭네요.
A : 제목이 〈Pieces of _〉인 것은 각 트랙이 빈칸마다 어떤 감정, 대상, 기억들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모든 걸 종합해보면 결국 청춘이에요. 옛날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사랑의 조각, 꿈의 조각, 상처의 조각,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완성하는 과정이었어요.
Q : 트랙 리스트만 봐도 지금까지 케빈오가 보여준 감미로운 음악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A : 따듯한 노래도, 강한 노래도 있어요. 제가 처음 한국에 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서 통기타를 들고 보여준 모습과 〈슈퍼밴드〉에서의 모습들, 첫 EP를 선보였을 때 보여준 신스팝적인 모습, 그리고 새로운 모습들도 있습니다. 1년 동안 혼자 활동하다가 크루들과 저희만의 레이블을 시작해 이젠 제대로 저만의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 케빈오의 음악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하나요?
A : 저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요.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어릴 때부터 제 인상에 깊이 남은 추억들. 그런 것들에서 출발한 음악이 오히려 모두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억이 제 음악의 강력한 요소죠.
Q : 공효진 씨가 쓴 ‘너도 나도 잠든 새벽’의 가사는 마치 케빈오가 쓴 것 같았어요. “오래도록 너는 나고 나는 너일까”, “쓸데없는 걱정들이 피어오른 까만 이 밤 반짝이는 너의 두 뺨에 사랑이라 쓰여 있네” 같은 문장이 아름답던데요.
A : 제가 쓴 가사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깊이 있죠.(웃음) 이 노래는 어느 날 피앙세가 제게 준 글에서 시작됐어요. 글이 너무 좋아 이걸 한번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죠. 원래 곡을 만드는 일은 여기저기 자르고 보태며 정말 많이 수정해나가야 하는 작업인데, 한 단어도 안 고치고 그대로 썼어요. 마침 제가 작업하던 멜로디랑 딱 맞더라고요. 이 멜로디를 위해 준비된 가사 같았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노래로 부르게 되니까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좋았어요.
Q : 소중한 곡이겠네요.
A : 그렇죠. 다른 노래도 같이 만들어봤는데, 피앙세는 가사를 쓸 때 담대하게 빠르게 써요. 30분 만에 툭 써서 주는데 보면 진짜 좋은 가사들인 거예요. 감각이 있어요.(웃음)
Q : 한국어가 그렇게 유창하지 않은데 ‘담대하다’라는 단어를 아네요?
A : 〈슈퍼스타K7〉에서도 “오늘 담대하게 멋있게 하겠습니다”라고 했죠.(웃음) ‘confident’의 뜻이죠? 저는 어떤 일이든 용기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 때도, 오늘처럼 화보를 찍을 때도 용기가 필요하죠.
Q :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고요.(웃음)
A : 물론입니다.(웃음) 피앙세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데 뮤즈라는 뻔한 말로 표현하고 싶진 않네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상대방이 생기니 든든하다고는 말할 수 있어요.
Q : 팬들에게 사인해줄 때 늘 “always love and be loved”라는 문장을 덧붙인다고요. 케빈오에게 사랑이란?
A : All you need is love. 비틀스 노래가 말했듯이, 사랑만 있으면 충분해요. 삶에서 일과 명예, 많은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중 제일은 사랑이죠. 연인뿐 아니라 친구, 가족 간의 사랑까지 포함해서요. 하지만 사랑이 일방통행이면 안 되겠죠. 사랑을 받으면 줄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팬들도 언제나 사랑하고 사랑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글귀를 적기 시작했어요.
Q : 그래서 사랑 노래를 많이 쓰는군요.
A : 맞아요. 뻔하지만 사랑, 제 모든 노래는 아주 긴 사랑이죠. 저뿐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제프 버클리 등 제가 좋아하는 많은 뮤지션이 그랬다고 생각해요.
Q : 옛 가수들이고, 시적인 가사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A : 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뉴욕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이에요. 제프 버클리 때문에 텔레캐스터 기타를 쓰고, 저도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살고 싶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뮤지션들이죠. 어릴 적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와 제프 버클리의 ‘Grace’를 처음 들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 순간들이 저를 뮤지션의 길로 이끌어준 것 아닐까 싶어요.
Q : 케빈오도 뉴욕에서 나고 자랐죠?
A : 맞아요. 롱아일랜드에서 자랐고 대학 시절 외에는 줄곧 뉴욕에 있었어요. 서울로 오기 전까지는요. 이번 앨범 첫 트랙 ‘Northside, 1995’는 제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만든 노래예요. 수줍고 복잡하던 어린 시절의 마음을 떠올렸죠.
Q : 어릴 때는 어떤 아이였어요? 학교에서 수학 클럽의 회장이었다고.
A : 샤이하고 너디했죠.(웃음) 하지만 뮤지컬 동아리도 하고, 기타도 치고, 농구팀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그래야 대학 진학도 잘할 수 있어서.(웃음)
Q : 음악은 어떻게 당신에게 찾아왔나요?
A : 어릴 때는 피아노와 첼로를 엄청 열심히 했죠. 그러다가 여자 앞에서 연주하기엔 첼로보다 기타가 더 멋있겠다는 생각에(웃음) 중학생 때부터 기타를 쳤어요. 아빠에게 코드 2개를 배워 친 ‘로망스’가 저의 첫 곡이었네요. 공부하다가도 기타를 치곤 했어요. 제 무릎 위엔 늘 기타가 있었죠.
Q :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뉴욕대 신경과학연구기관 연구원을 하는 등 음악과는 다른 길을 걸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택했어요?
A : 음악은 어릴 때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하지만 저조차도 그 꿈을 인정하지 않았죠. 더 안전한 정해진 길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길을 따라갔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주변에서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남 탓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후회 없어요.
Q : 그때 케빈오의 마음을 움직인 음악이 있었나요?
A : 본 이베어의 ‘Re: Stacks’에 나오는 가사인데요, “Everything that happens is from now on(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제부터야).” 제가 음악을 해야 할까, 포기해야 할까 고민할 때 이 노래를 듣게 됐어요. 그가 연인과 헤어지고 음악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숲속 오두막에 들어가 겨울을 보내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대요. “너의 모든 것은 지금부터야”라고 노래하는 곡을. 음악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과는 역설적으로 만든 거죠. 저도 그 가사를 듣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막막해지는 순간이면 생각해요. 모든 건 지금부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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