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 민혁의 충실한 삶
Q : 몸이 대단하네요. 운동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깜짝 놀랐어요.
A : 아이돌 중에선 그래도 손에 꼽히지 않나 생각해요.(웃음) 그렇잖아도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회 나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지면 해보려고요.
Q : 한때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기도 했죠. 운동은 왜 좋아해요?
A : 사실 제가 디스크로 많이 아팠어요. 운동 하면 이민혁이었는데, 디스크 하나 때문에 꼼짝 못 하는 저 자신이 초라했죠. 치료받으면서 1년간 운동을 못 하다가, 코어 근육을 키우라는 의사의 권고에 시작한 거예요. 몸을 키우니 통증도 덜하고, 옷태도 좋아지고,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웃음)
Q : ‘이민혁’을 검색하면 꼭 나오는 댓글이 있어요. “이민혁 못하는 게 뭐야?” 랩, 보컬, 춤, 프로듀싱, 연기, 예능까지. 부지런한 거예요, 재능이 많은 거예요?
A : 둘 다?(웃음) 저는 욕심이 많고 보기보다 야심이 있어요. 저 자신의 달란트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커서 스스로에게 만족 못 하며 채찍질하는 타입이에요. ‘내가 목표로 한 건 언젠가 꼭 보여줄 거야’ 그 욕심으로 달려요. 팬분들은 다 잘한다 해주시지만 저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부지런히 갈고닦으려 하고요.
Q : 승부욕과 향상심이 강하다는 건 노래 가사만 봐도 느껴집니다.
A : 어릴 때부터 관심받고 사랑받는 걸 좋아했어요. 칭찬 한번 받으면 참 행복하던 아이였죠.(웃음)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천성에 맞았던 거예요. 내가 더 잘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예쁨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Q : 아이돌 중에 ‘이민혁’은 많지만, ‘허타’라는 랩 네임은 독특해요. ‘빈 곳을 때린다’는 의미로, 인디 힙합 신에서 활동할 때부터 썼다고요.
A : ‘민혁’이라는 이름이 정말 많잖아요.(웃음) 그래서 저만의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솔로 활동 때 쓸 이름을 찾다가, 어릴 때 활동하던 랩 네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힙합플레이야 같은 곳에 창작물을 올리거나 공연을 나가는 과정에서 소소하게 알려진 이름이었어요. 발음도 이민혁보다 쉽다 보니 해외 팬분들은 허타라고 많이들 불러주세요.
Q : 직접 프로듀싱한 두 번째 솔로 앨범 〈BOOM〉을 듣고 왔어요. 나 자신에 대한 노래, 멋에 대한 노래, 사랑 노래 등 여러 소재를 힙합부터 트랩,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로 노래하더군요.
A : 음악의 다양성은 제가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에요. 사실 대중가요의 90% 이상은 사랑에 대한 노래잖아요. 취향이 다른 분들의 기호도 맞춰드리고 싶어 다른 소재도 쓰려고 노력해요. 장르로 말하자면, 가장 자신 있는 건 멜로디컬한 음악이지만 제일 잘하고 싶은 건 타이틀곡 ‘BOOM’처럼 리드미컬한 음악이에요. BPM이 빠를수록 멜로디를 잘게 쪼개야 하고 가사 쓰기도 까다로워서 만드는 입장에선 더 어려웠거든요. 과거에 비하면 그래도 궤도에 올라왔고, 이젠 내가 좋아하던 장르가 잘하는 장르가 됐다고 생각해요.
Q : 날것의 이민혁에 대해 노래한 ‘I’m Rare’라는 곡이 재밌던데요. “Ay guys Do you know about me?”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죠. 대중이 진짜 이민혁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나요?
A : 그렇죠. 아직 대중에게 이민혁은 운동 잘하는 아이돌, 몸 좋은 아이돌일 거예요. 비투비는 감성 발라드를 주로 부르다 보니 팀에서 래퍼가 돋보일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고요. 솔로 가수로서 이민혁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부분 모르실 거고, 이제 절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자신감 있게 표현했어요.
Q : 이 노래 가사인 “I work, hustle, play”가 이민혁을 소개하는 세 단어인 것 같기도 해요.
A : 맞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어요. 이제 11년 차가 됐지만 저는 여전히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그렇게 ‘Show and Prove’를 하기 위해선 ‘hustle’할 수밖에 없죠. 레벨업해야 하니까요. ‘play’는 놀 시간이 없어 무대 위에서 하고요. 정말 놀 시간이 없어요. 휴가도 트레이너 형과 함께 가서 운동을 할 정도니까요.(웃음)
Q : ‘Real Game(Like Messi)’에서는 대중의 냉혹한 시선과 현실의 벽, 위기를 딛고 일어나 달려온 삶에 대해 노래했어요.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어떤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나요?
A : 저는 관심받고 사랑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러지 못했던 시간이 길어질 때 힘들었죠. 비투비가 알려지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팀으로서 사랑받기 시작한 후에도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이 많았어요. 비투비는 발라드 위주의 활동을 하는 그룹이고 웃기고 재미있는 팀으로도 사랑받는데 ‘이 안에서 내 역할은 뭘까,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비투비는 저의 가장 큰 자부심이지만 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창구는 되지 못했던 거예요.
Q : 그걸 어떻게 뚫고 여기까지 왔어요?
A : 우리 팀은 데뷔하자마자 잘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시간이 오래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투비가 11년 차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데뷔하자마자 잘됐으면 머리가 너무 커졌을 거예요.(웃음) 무명의 시간이 저희에겐 약이 됐고, 덕분에 더 겸손해졌고 연차에 비해 아직 프레시한 느낌이 있죠. 개인적으로도 그걸 되새김질하려 해요. 나를 알리고 싶다는 욕심에서 전곡을 프로듀싱하며 솔로 앨범을 준비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Q : 지난해 〈킹덤: 레전더리 워〉는 비투비라는 그룹과 프로듀서 이민혁의 재발견이었죠. 그때 만든 곡 ‘피날레’는 양궁 선수 안산의 금메달 수여 때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어요. 이 노래에서도 후렴구 ‘Show And Prove’가 반복되는데, 이민혁에게 ‘증명해 보인다’는 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A : ‘피날레’의 ‘보여주고 증명한다’는 가사는 원래 제 마인드셋이에요. 저는 무시받는 게 싫어요. 무능하다는 댓글도 저를 자극했고요. ‘두고 보자,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꼭 보여주겠다’ 절치부심했죠. 〈킹덤: 레전더리 워〉도 제가 나가자고 설득한 거예요. 연차가 쌓인 그룹으로서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다들 반대했는데, 잘될 가능성을 보자면서 밀어붙였죠.
Q : ‘남자 아이돌이 뽑은 비주얼 킹’으로도 뽑힐 만큼 유명했는데, 그런 고민을 했다니 의외네요.
A : 예쁜 얼굴과 몸을 주신 부모님께는 감사하지만 저는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죠.
Q : 그래서 꽉 찬 정규 앨범을 두 번이나 냈군요. 비투비 앨범에도 직접 프로듀싱한 곡이 많던데, 밥 먹고 운동하고 노래만 만드나요?
A : 진짜 제 생활이 그래요. 집, 스케줄, 운동, 작업의 사이클이죠. 이번 비투비 정규 앨범에도 제 노래 5곡이 수록돼 있어요.
Q : 메시는 왜 그렇게 좋아해요?
A :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격적으로도 훌륭해요. 축구계에서 역대 1등을 논하는 선수가 여태까지 사소한 스캔들 하나 없다는 점이 대단하지 않나요? 키가 안 커서 성장호르몬 주사까지 맞았던 선수가 세계를 정복한 건 만화 같은 스토리죠.
Q : 이민혁은 선수로 치면 어떤 플레이어인가요?
A : 박지성 선수. 허슬, 투지, 체력, 산소 탱크! 하드워커고 체력이 좋다는 점에서요.(웃음)
Q : 프로듀서로서, 또 퍼포머로서는 어떤 사람이에요?
A : 공통적인 건 도전하길 좋아한다는 것. 지금까지 프로듀서 이민혁이 퍼포머 이민혁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프로듀서 이민혁으로서도 목표가 있어요. 비투비와 허타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프로듀싱을 해보고 싶거든요. 어떤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노래를 선물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Q : 이민혁은 무엇을 멋있다고 생각해요?
A : 멋은 ‘flavor’고 ‘vibe’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즐기면서 여유 있게 하는 거죠.
Q : 그렇다면 싫어하는 건?
A : 후회와 미련. 선택의 순간마다 경우의수를 쫙 펼쳐놓고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후회를 안 할까, 점수 매기듯 산정해서 결정합니다.
Q :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 입술 점이 예쁘게 났네요.
A : 연습생 시절부터 몇 차례 뺐는데 끝까지 자기 주장이 강해 더 올라온 점입니다.(웃음) 이젠 메이크업 실장님도 포인트로 더 찍어주세요. 요즘 얼굴에서의 변화는, 아이홀이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는 것. 나쁘지 않아요. 이거 하나로 분위기가 확 어른스러워지거든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해지겠죠.
Q :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돌로서 알게 된 바가 있나요?
A : 겸손. 신인 때는 자기 능력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가 없다는 걸 생각할 여력이 없어요. 저도 연습생 때부터 겸손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결국 겪어봐야 압니다.(웃음) 사랑받을 때는 모두가 찾아와주지만, 꺾일 때는 내 주변에 남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오만한 사람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아요.
Q : 지금의 삶을 기존 가사에 비유한다면요?
A : 제가 언젠가 쓴 가사처럼 ‘인생은 다크초콜릿’인데, 지금은 쓴맛보다 달콤함을 더 느끼고 있어요. 인생 그래프에서 우상향을 하는 중이죠. 자기 관리, 아티스트로서의 활동 모두 만족스러워요. 단맛만 보면 사실 이게 단지도 더 이상 모르게 되잖아요. 쓴맛을 느꼈기 때문에 더 달콤한 거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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