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후행동 칼럼] 기후위기, 정책이 후퇴하면 시민은 위험하다
2020년 12월 10일 대한민국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탈 플라스틱’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는 탈 플라스틱에 공감하고 함께 하기 위해 ‘소비자기후행동 칼럼’을 연재한다.
지난 10월 G20 회원국의 기후 대응 계획을 평가한 '기후 투명성 보고서 2022(Climate Transparency Report 2022)'가 발표됐다.
글로벌 파트너쉽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글로벌 리더라고 자처하는 G20 국가들의 기후 위기 대응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로 ‘거의 적절(almost Sufficient)’을 받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모든 나라들이 기후 위기에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이다. G20 국가들은 전 세계 인구 3분의 2와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 무역의 75%를 움직이고 있으니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75% 정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G20 국가들은 아직도 적절한 단계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보고서는 이를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 대응 정책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8개국과 함께 기온 상승 1.5℃ 저지에 부적합(Not on Track for a 1.5c world)' 판정을 받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인당 탄소 배출량이 G20 평균인 7.5t을 훨씬 웃도는 13.2t으로 집계됐으며 현재의 기후 대응 정책으로는 2030년이 되어도 탄소 배출량이 지금과 비슷한 600Mt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정책은 에너지다. 석탄발전을 멈추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한국 정부는 30.2%였던 재생에너지 전환목표를 21.6%로 하향 조정했다.
비단 에너지 정책만이 아니라 국가 정책 전반에 적용돼야 할 탄소 저감 목표는 진전 없이 표류하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19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생활방식이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본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021년부터 온실가스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G20의 2020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전해에 비해 4.9%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5.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생활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못했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탄소 감축은 특정 분야에서 더 효과적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사회 전반의 생활방식이 변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만 전환한다고 탄소중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의 방식이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지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고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시민이 분리배출을 하고 일회용품 없는 축제를 만들고 플로깅을 하면서 생활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왕에 만들어진 것이라도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여 자원이 순환되고 낭비되지 않기를 바라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일회용품 규제 확대 계획을 유예하더니 일회용 컵 보증금 반환제 또한 유예를 시도했다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로 시행한다고 하나 대상이 축소됐다.
종이팩 분리배출함을 확대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잠정 보류됐다.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종이팩의 자원순환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어야 함에도 해당 부처에서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거나 기업 준비 부족과 관련 산업 위축, 시민들의 의식 부족 등이다.
프랑스의 시민단체 연합인 FNE(The France Nature Environment Association) 활동가에게 2025년부터 시행되는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법률을 시행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질문한 적이 있다.
돌아온 답변은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2025년에 시행하면 된다. 준비는 기업의 몫이고 시민의 역할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부끄럽지만 우문현답이지 않은가.
정부는 다중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잘 청취한 후 정책을 만들면 되고 기업은 그에 맞추어 법을 지키면 되고 시민은 정부와 기업이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면 된다. 힘들게 만들어진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미뤄지고 축소되고 멈춰지기엔 기후 위기가 너무 가까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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