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시고니 위버가 14살 키리로… ‘아바타2’ 팀이 밝힌 CG의 모든 것[종합]

정진영 2022. 12.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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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110%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놀라운 영상미와 시각효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영화 ‘아바타: 물의 길’ CG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웨타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가 26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아바타: 물의 길’의 시각효과 작업 과정과 결과물에 대해 많은 것을 공개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두 사람 모두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첫 번째 작품.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압도적 제작비가 투입된 메가히트작의 속편에 참여한다는 건 남다른 기회였다. 최종진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진 슈퍼바이저가 담당한 작업은 전반적인 CG 작업물에 대한 확인. 말 그대로 ‘아바타: 물의 길’에 사용된 모든 CG를 끝까지 확인하고 퀄리티를 끌어올린 게 최종진 슈퍼바이저가 한 일이다. 그는 “영화 작업이 모두 끝났다고 할 때까지도 남아서 영화를 마무리 짓는 사람들이 우리”라고 설명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페이셜 아티스트로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했다. 그의 손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키리(시고니 위버 분),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 분)의 얼굴이 탄생했다.

'아바타: 물의 길' 속 로날(왼쪽)과 토노와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예민하고 섬세한 인간의 눈은 CG에 조금의 어색함만 있어도 그 부분을 발견하고 몰입에 방해를 받는다. ‘아바타: 물의 길’은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의 경우 2019년부터 ‘아바타: 물의 길’ 작업에 돌입했으며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2020년에 합류, 두 사람 모두 약 2~3년의 기간 동안 ‘아바타: 물의 길’ 작업에 매달렸다. 다른 작품들의 작업 시간을 한참 뛰어넘는 시간이다.

최 슈퍼바이저는 “처음에 영화에 참여했을 때는 아내나 아이들이 영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 이름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내가 어떤 영화 작업에 참여하는지 관심 있게 봐주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어떤 영화를 하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그냥 일로서 이 작업을 대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아바타: 물의 길’에 참여한다고 하니 가족들이 굉장히 기뻐하더라.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 소식을 아셨다면 굉장히 기뻐하셨을 것 같다”며 작업에 참여한 남다른 소감을 공개했다.

또 그는 “영화에는 멋진 샷과 중간 역할을 하는 덜 멋진 샷이 있는데,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모든 샷을 공들여 만들었다. 딱히 중간 샷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 그만큼 정성 들인 영화”라고 설명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팬데믹 시기에 만들어진 만큼 대부분의 작업은 온라인 회의를 통해 진행됐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코로나19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의 질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시간이 되기도 한 것 같다”며 “웨타FX만의 페이셜 시스템을 개발해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기자와 캐릭터를 한몸처럼 표현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미세한 표정까지도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시각효과들은 ‘얼마나 사실적인가’보다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얼마나 작품의 흐름에 맞는가’에 초점을 더 두고 구현됐다. 최 슈퍼바이저는 “영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아무리 아름다운 장면이라도 감독님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몇 십, 몇 백삿을 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이크 설리의 얼굴은 호랑이에서 힌트를 얻었다. 특히 화가 난 표정이 그랬다. 황 아티스트는 “나비족은 인간보다 눈이 크고 코는 동물과 흡사하다. 때문에 배우의 얼굴 데이터를 그대로 대입하면 나비족의 특징이 살지 않고 밋밋해진다”며 “제이크 설리는 호랑이에서 레퍼런스를 얻었다. 호랑이가 화가 났을 때 주름이 어떻게 생기고 미간이 얼마나 깊게 파이는지를 보고 제이크 설리의 얼굴에 대입시켰다”고 했다.

'아바타: 물의 길' 속 제이크 설리(왼쪽)와 네이티리.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인물과 캐릭터 간 싱크로율은 중요한 요소. 때문에 70세가 넘는 시고니 위버의 얼굴을 14세 소녀 키리에 대입시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시고니 위버와 키리 사이의 나이차를 자연스럽게 채우면서도 시고니 위버의 표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고니 위버의 젊은 시절을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다. 예를 들어 시고니 위버가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 지는데, 젊은 시절의 가이드 형태가 있어서 70세가 웃어도 14세가 웃는 것처럼 표현되도록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바타: 물의 길' 속 키리(왼쪽).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속편이 나오기까지 걸린 13년여의 세월. 그만큼 전 세계 CG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다음 편에서 또 어떤 시각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솔직히 ‘아바타’는 지금 봐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영화다. 그 사이 기술력은 크게 발전했지만, 지금의 기술력과 견줘도 ‘아바타’는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아마 지금의 기술이 90 정도라면 다음 편에서 이 같은 수준이 200까지 뛰어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90에서 95, 97 정도가 되리라 본다. 100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 뒤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영화를 완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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