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아냐" 54년 만에 나타난 母 보험금 요구에 친딸 분노
“‘내가 두 살, 세 살 키워놨는데 왜 내가 보상 권리가 없는가’라고 그 말 하는 동시에 저는 저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지난해 1월 경남 거제도 앞바다 어선 침몰 사고 당시 실종된 선원 A씨의 누나 김종선 씨는 54년 만에 만난 친모를 향해 “인간도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최근 김종선 씨와 동생 A씨의 친모인 80대 B씨는 54년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A씨가 사고로 죽은 뒤에야 나타나 사망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런 B씨에 대해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냈다.
김종선 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부산지방법원은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 4000만원가량을 지급해달라는 B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선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원의 사망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아니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도 유족에 해당한다’면서 B씨가 아들 A씨와 같이 살지 않았지만, 법규상 그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김씨는 “(어머니는) 동생이 세 살 때 오빠, 나, 동생 삼 남매를 버리고 다른 남자하고 재혼했다”며 “어릴 때 아예 우리 할머니가 ‘느그 엄마, 느그 아버지는 다 죽었다’고 해서 우리는 어릴 때 크면서 엄마라는 단어를 몰랐다. ‘그 사람’이 살아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남매는 고모와 할머니가 양육했다. 아버지는 남매가 아주 어릴 적, 정확히는 김씨 동생이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사망했다. 당시 너무 가난해 살고 있던 지역의 지자체에서 ‘아이들을 입양 보내라’는 제안까지 받았지만, 김씨 할머니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안을 거절하고 힘들게 남매를 길렀다고 한다.
김씨는 “그런 고모와 할머니는 물론이고, (동생과 사실혼 관계인) 올케 될 사람하고 우리가 6년을 같이 살았다. 그 사람들을 다 (보상금 지급) 대상에 넣었다. 그런데 그거는 온데간데없고, 법원이 ‘네가 낳았으니 (보상금) 가져가라’ 이렇게 판결이 됐다”며 “이게 말이 되나. 차라리 이럴 것 같으면 이 세상에 안 태어나는 게 나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동생이 나이가 57세였는데 결혼을 안 했다. 그래서 처음에 동생이 사고가 났을 때 엄마가 살아있으니 그쪽으로 연락이 갔는데, 처음엔 ‘A라는 사람을 아냐’고 하니 (어머니가) ‘모른다’고 했다더라. 그러다 나중에 수소문을 해 봤는지 실종된 지 13일 만에 왔더라”라고 전했다.
그게 50여 년 만의 어머니 B씨와 김씨 가족의 재회였다. 김씨는 “‘54년 만에 동생이 실종되니까 얼굴을 보네’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내가 두 살, 세 살까지 키워 놨는데 왜 보상 권리가 없나’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저 사람이 인간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분노했다.
54년 만에 나타난 친모 B씨에게서 ‘안타깝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오빠, 나, 동생, 이렇게 삼 남매인데 오빠가 1999년도에 40대 조금 안 돼서 돌아가셨을 때도, 연락했지만 (어머니가) 오지 않았다. 왜 안 왔겠나. 오빠는 결혼하고 조카가 있었으니 안 온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동생은 미혼이라는 걸 다 알아보고 재혼해서 낳은 딸, 아들, 사위가 같이 와서 자기들이 (상속) 1순위라고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그러면서 국회에서 2년째 계류 상태인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 법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재산상속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씨는 “아직까지 구하라법이 통과가 안 돼 지금 판결이 이렇게 나온 것”이라며 “현재 1심 판결이 났는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끝까지 할 거다.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다. 그런데 저처럼 얼굴을 이렇게 내놓고 할 수가 없으니까 안 하는 거다. 너무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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