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 언제야 끝날까" 환경문제 고발하는 의성의 농부화가
[정수근 기자]
▲ 강은 흐르나. 74.3 * 144. 장지에 황토수묵채색 2022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낙동강 낙단보가 가까운 경북 의성군 단밀면의 농부화가 최수환 화백의 열다섯번째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다. 주제는 강이다. "생명의 강과 사람들"이란 타이틀을 달고 지난 24일, 그의 열다섯번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24일 오후 3시 농가 옛집을 개조한 그만의 특별한 전시장인 '도암한방'을 찾았다. 채 10평도 되지 않은 작은 공간에 그의 작품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강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시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생명의 강'이었다.
그것도 1300만 영남인의 식수인 낙동강이 주된 모티브였다. 영남인의 식수원 낙동강은 최근 여러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의 눈에 맨 먼저 들어온 것은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자리잡은 ㈜영풍 석포제련소다.
낙동강 최상류... 논란의 영풍 석포제련소
1970년 낙동강 최상류를 점령하다시피 들어선 이 거대한 공장은, 이따이이따이병의 원인 물질인 카드뮴을 내뿜으며 지난 반세기 이상 낙동강을 오염시켜오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논란이 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초 영풍석포제련소에 카드뮴 등 지하수 유출 혐의를 물어 281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1970년 먹고살고 돈 버는 게 우선이던 시대, 아연광산이 있던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천혜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영풍석포제련소는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을 발생시켜 50여 년간 대기와 강물에 흘려보내고 있다. 안동댐이라는 거대 담수호의 바닥에 가라앉아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던 건지 2013년 이전까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2014년 한 봉화군 의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수석수집가의 눈에 들어온 안동호 상류 물고기의 떼죽음과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폐사한 왜가리의 사체는 그에게 낙동강 지킴이가 되도록 요구했다. (...)
▲ 산으로 간 열목어. 70 * 108 장지에 수묵담채 2022. 천연기념물 열목어 남방 한계선인 백천계곡이 영풍제련소 바로 직상류다. 영풍제련소 부근에서도 살고 있었을 열목어는 현재 영풍제련소 부근에서는 자취를 감추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선 봉화군 석포면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에서 불과 2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총길이 510㎞의 낙동강 맨 꼭대기에 낙동강 최악의 공해공장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영남인들은 이 공해공장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생명수는 황지천과 철암천이 구문소에서 첫 만남을 이루고 굽이굽이 흘러 석포에서부터 낙동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강물은 수난을 만난다. 석포면에 도달한 강물은 맑고 고운 자태를 영풍석포제련소 아연제련 과정에 바치고 중금속과 오염 수증기로 변해 지역의 뭇 생명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 남하한다.
제련소에서 청정한 물과 바꿔치기한 카드뮴을 품은 중금속 물을 업고 사람들의 트레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는 승부역과 양원역을 지나 분천역 산타마을을 지나고 흐르고 또 흘러 청량산 수려함을 휘돌아 퇴계의 매화꽃이 만발한 도산서원에 이를 즈음 거대한 수조인 안동댐을 만나 차곡차곡 무거운 어깨를 내려놓는다."
고통받는 낙동강... 강은 흘러야 한다
▲ 생명의 강 위천 64 * 32.2 장지에 황토채색 2022. 낙동강의 지천인 위천은 의성 평야를 거쳐서 상주 우물리에서 낙동강과 만난다. |
ⓒ 정수근 |
"2008년 한반도대운하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자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사기성 꼼수로 대운하 사업에 버금가는 토목공사로 강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강바닥은 파헤쳐지고 물길은 거대한 보로 막혀 유역 1300만 주민들과 주변 뭇 생명에게 극복하기 힘든 고난을 가져왔다.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발생한 거대한 호수는 물의 흐름 속에 생존하는 물속 모든 생태계를 파괴하였다. ...녹조로 뒤덮여 죽어가는 강 환경 되살리기 운동은 지루하지만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유유히 흐르면서 모래톱을 만나고, 바윗돌을 만나고, 수풀을 만나면서 스스로를 정화한다. 흐름을 되찾은 강은 녹조를 몰아낸다. 그는 어린시절 낙동강의 지천인 금호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금호강이 흐름을 따라 낙동강과 만나듯이 그의 활동 무대 또한 성장과 더불어 낙동강으로 넓어졌다.
"삼백리 금호강 중간쯤에서 놀던 어린 시절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삶의 구획이 넓어지면서 자연히 금호강에서 낙동강으로 그 활동이 변하게 된다. 20대 청년화가(예술가)에게 낙동강은 그냥 뛰어놀고 멱감던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기보다는 캔버스에 들어온 치열함이었다.
▲ 낙동강에서 많이 보였던 쏘가리이지만 4대강사업 후 개채수가 급격히 줄어든 대표적 어종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 무렵 그가 낙동강에서 보아온 풍경과 지금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자연의 강에서 인공의 강으로 변해버렸고, 푸르고 싱그러웠던 강물은 녹색의 강물로 변해버렸다. 그는 강을 망친 게 "인간의 욕망"이라며 개탄한다.
"강은 자유로이 흘러야 한다. 인간의 편리와 자본축적의 이기는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쌓여가는 통장의 숫자는 결국 자연을 그 숫자만큼 파괴하여 얻은 것이다. 어디까지 욕망을 채워야 그 끝을 볼까? 벌써 끝(멸망)이라는 조짐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남극대륙의 빙산이 표토를 보이기 시작했다. 열대바다에 살던 물고기들이 동해바다에서 잡히기 시작했고, 봄여름가을겨울이 구분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토건족의 욕망은 강물을 막아 물장사를 시작했고, 주변 농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혹하는 정책으로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강물은 풀과 나무로 우거진 숲이 되었고 가득 찬 강물은 녹조라떼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주장한다.
"모두의 관심을 이리로 옮겨야 한다. 나의 관심도 강과 생명으로 옮겼다. 당연히 나의 그림도 강과 생명으로 옮겼다."
▲ 2022년 의성군 안계면 개천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가시연꽃.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한편, 최수환 화백은 경북대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하고 열다섯번째 개인전과 기획전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의성군 단밀면에서 농부화가로 환경과 사회문제에 예술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행동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다. 대구민예총 고문, (사)생명평화아시아 이사, 갤러리 도암한방 대표를 맡고 있다.
▲ 낙동강 황조롱이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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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생명의 강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이 살기 위해서는 영풍석포제련소는 이제는 물러가고, 낙동강 보는 하루빨리 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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