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8% 늘때 빚은 4.4% 증가…韓기업, 경제위기 버틸 체력 고갈

최서윤 2022. 12. 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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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재무제표로 본 '한국기업 건강도'
부채 비중 코로나 때보다 증가
재고자산 쌓여가고 회전율도 낮아
상황 반전시킬 기업활력 저하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우리 기업이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장 속도와 활동성도 둔화하고 있어 내년도 경기 한파를 대비해야 하는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 상황을 각각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해 분석했다고 26일 밝혔다. 분석 결과 기업매출,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은 일제히 나빠졌다.

◆성장성둔화…빚으로 쌓아 올린 자산= 대상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0% 늘면서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했다. 작년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했으나, 올해는 2.3%포인트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7.8%, 중견기업이 23.4%, 중소기업이 10.2% 증가했지만, 지난 분기 대비 대기업 2.8%포인트, 중견기업 0.6%포인트, 중소기업 2.0%포인트가 각각 줄어들었다.

총자산은 전 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나 ‘빚으로 쌓아 올린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분석 대상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원이 증가했지만, 총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대기업은 총자산이 2.6% 오른 동안 부채는 4.1%가 증가했고, 중견기업은 총자산 4.0%, 총부채 5.9%가 각각 올랐다. 중소기업은 총자산이 1.2%, 총부채가 1.1% 늘었다.

◆수익성, 영업이익 떨어지는데 금리인상에 이자부담↑=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한 영업이익증감률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특히 대기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기업은 58.3%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3.1%, 4.0% 증가했지만, 지난해의 성장률에 크게 못 미쳤다.

기업이 많이 팔고 오히려 손해를 봄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매출액영업이익률도 함께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줄었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해도 1.0%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매출액당기순이익률은 5.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4%보다 1.5%포인트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상기업의 3분기 발생 이자 비용은 총 3.5조원으로, 1분기(2.6조원)와 2분기(3.0조원) 발생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매 분기 4000억~5000억원의 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안정성,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자기자본비율↓=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작년 같은 기간의 부채비율(74.2%)과 차입금의존도(18.9%)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 최대치이며, 전년 대비 상승 폭도 7.2%포인트로 코로나 당시의 2019~2020년 상승 폭(2.6%포인트, 3분기 말 기준)을 크게 앞질렀다.

총자본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기자본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진 55.1%를 기록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당시에는 58.1%(2019년 3분기)에서 57.2%(2020년 3분기)로 0.9%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보고서는 재고자산이 많이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대비 대기업은 5.5%에서 6.8%로, 중견기업은 9.7%에서 11.4%로, 중소기업은 7.9%에서 8.4%로 각각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 속도가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은 12.4회, 중견기업은 8.2회, 중소기업은 5.5회로, 지난 분기에 비해 모두 느려졌다. 기업의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회전율은 지난 분기 0.79회에서 0.78회로 소폭 하락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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