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조광한 무승부…헌재 "교부금 배제, 자치권 침해 아니다"
2년간 이어져 왔던 경기도와 남양주시 사이 권한 다툼이 헌법재판소에서 일단 무승부가 됐다.
헌재는 지난 22일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이하 교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해 지방자치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남양주시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8월 31일 “경기도가 통보한 종합감사 실시 계획 중 자치 사무에 관한 부분이 지방자치권을 침해했다”며 남양주시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남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에는 경기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기도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던 2020년 3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에 동참하는 시·군에 인구 1인당 최대 1만원 상당의 도지사 교부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남양주시(당시 시장 조광한)는 같은 해 5월 남양주 시민 약 70만명에 1인당 10만원씩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뒤 교부금을 신청(약 70억원)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6월 4일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지 않은 남양주시를 교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남양주시는 7월 “경기도가 자치재정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경기도가 남양주시를 교부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한 게 지방재정법령과 경기도 조례에 따라 허용되는 재량 행위인지 ▶교부금 배분 기준이 합리적인지 등이었다.
헌재는 “법령·조례의 문언상 남양주시의 일방적인 교부금 신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배분돼야 하는 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일정한 기준을 정해 배분할 수 있고, 도지사에게 심사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판단 재량을 부여한 것”이라고 경기도의 재량권을 인정했다. 이어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수령자들이 저축할 가능성이 있어 경기도가 목적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 형태의 지급을 유도할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의 지급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금보다는 지역화폐가 효과적이란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배분 기준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단기간 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사업 구상을 공표했고, 남양주시는 ‘지역화폐’라는 배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제외된 것”이라며 “배분에서 제외돼 남양주시의 재정자주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거나 유의미하게 변동됐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특별조정교부금은 시·군의 재정력 격차 조정을 위해 법상 확보된 재원이므로, 시·군의 필요에 따라 배분돼야 하는 것이지 도(道)의 정책 실행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이 재판관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2020년 9월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 분석’을 통해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남양주시가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사업의 기본 취지에 동조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했는데도 단지 지급 방법을 현금으로 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측면에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교부금 배분에서 제외한 건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재판관이 인용한 조세연 연구 결과는 당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송철호 부연구위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명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국감에 앞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얼빠진’ ‘적폐’ 등의 단어를 동원해 연구 결과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국감에선 이재명 당시 지사가 “연구만 해야지 왜 정치적 발언까지 나가느냐”고 따지고, 송 부연구위원이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보고서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맞받는 등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에서 비롯한 갈등 이후 경기도가 남양주시에 대해 수차례 감사를 벌인 뒤 남양주시 공무원 16명에 대해 요구한 징계는 지난 8월 헌재 결정 이후 김동연 현 경기지사가 철회하면서 마무리됐다. 경기도는 지난달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사자에 사과도 했다”고 밝혔다. 그전까진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면서 징계취소 결정을 받아왔다. 조광한 전 시장은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에 “이재명과 그 당시 경기도 감사관의 비이성적인 보복성 감사로 저와 남양주시 전체 공무원들의 인권이 짓밟혔다”고 썼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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