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조세희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숙제"
[박소희 기자]
▲ 1970년대 철거민들과 함께 하며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난쏘공)을 쓴 작가 조세희씨가 2009년 1월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자택부근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용산 재개발 철거민 참사 사건과 관련해서 "'난쏘공'이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같은 일이 반복이 되고 있어. 그런데 그 방법은 더 야만적이고 더 미개해지고 더 끔직해진 것 같아"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
ⓒ 권우성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으로 산업화의 그늘에서 허덕이는 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실상을 알렸던 조세희 작가가 12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소설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지났지만, 양극화는 점점 심화한 만큼 정치권은 작가를 추모함과 동시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분노할 힘마저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이 시대에 소설쓰기 힘들다'던 모습, 잊을 수 없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작가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선생님이 소설을 쓰지 않고 <당대비평> 잡지를 만들던 시기에 그 이유를 묻는 제 질문에, '이 시대에 소설 쓰기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쓸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이어 "코로나가 선생님의 생을 재촉했다니 더욱 가슴 아프다"며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서울 어느 곳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젊은 시절의 저도 아픔으로, 분노로 읽던 기억이 새롭다"고 썼다. 그는 조세희 작가와 같은 날 별세한 '학현'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도 함께 기리며 "두 분 모두 우리 사회의 그늘과 약자들에게 햇볕을 보내라고 호소하셨다. 단번에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방향으로 좀더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방향을 잃고 있다"며 "노인과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의료복지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이 급증해 눈사태 같은 상황이 다가오는데도 세금정책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가 몰려오지만, 과연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두 분을 보내드리며 저희 세대의 못남을 자책한다"며 이들을 추모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소설 속 영수의 가족이 철거계고장을 받고 이사 가는 장면은 어린 시절 제 가족, 이웃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며 "더 각별하고, 더 가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4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청년들이 '난쏘공'에 공감하고 있다. 여전히 입에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 때문에 좌절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난쟁이'로 상징됐던 흙수저들에게 정당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그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년 지났지만... 소설 같은 우리네 삶은 여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가난과 고된 노동으로 공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싸우던 시절, 고인의 글은 수많은 사람들의 등대가 되어 주었다"고 애도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다"며 "난장이 가족들의 절대적 가난은 최대의 불평등으로 확장됐다. 소설 속 주인공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비극적 소설같은 우리네 삶은 여전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선생님의 소설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은 이대로의 불평등보다는 조화롭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뜻일 것"이라며 "우리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로 쏘아올린 공이 평등사회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인께서 평소 정의당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컸다'는 유족의 말을 전하며 "선생님은 곁에 없지만 그 기대를 채워나가겠다"고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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