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일' [시론]

정수익 2022. 12. 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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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시의회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치로 예산안 심의 손도 못대
양측 절반의 책임... 시민 위한다면 한 발씩 양보해 돌파구 찾아야
고양시의회의 예산안 심의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현수막

지금 경기도 고양특례시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팽팽한 대결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여파로 시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해 고양시가 사상 초유의 본예산 미편성 상태로 새해를 맞이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이동환 시장과 고양시의회의 이번 대결 사태는 외형상 이 시장과 시의회 민주당의 싸움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시장과 시의회 전체의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팔장만 끼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한 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그냥 무시해도 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결의 발단과 진행과정을 아는 많은 공직자와 시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서 굳이 ‘희한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등원거부 명분, 이 시장의 안일하고 미흡한 대처, 시의회 내부의 불협화음 등이 참으로 희한할 따름이다.

이번 대결 국면에서 양 당사자가 보여준 모습은 시쳇말로 웃프다. 양측이 보여준 일련의 처신이 코미디 같으면서도 고양시와 시민들을 생각하면 슬프다는 말이다. 굳이 한 줄 관전평을 하자면 형편없는 실력의 두 선수가 벌이는 ‘졸전’이다.

이번 사태를 살펴보자면 일단 이 시장의 안일하고 미흡한 처신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22일 열린 시의회 제269회 임시회 마지막 날 시정질문를 앞두고 회의장을 떠난 그의 처신만 봐도 그렇다.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할 판에 훌쩍 회의장을 벗어난 그의 처신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경기도 시장·군수회의 참석을 위해서였다지만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꼭 그래야만 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전에도 이 시장의 대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고양시 비서실장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이 시장은 마냥 남의 일인 양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큰 일을 위해선 작은 일은 좀 양보해도 될 듯한데 무슨 연유인지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설사 민주당 측의 요구가 못마땅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한 수 정도 접어줄 수 있는 아량도 없었다. 이는 “쉽게 풀 수 있는 일을 이동환 시장이 거부하고 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의 말에서도 짐작된다.

혹시 이번 사태에서도 취임 초부터 이 시장의 캐릭터로 파다하게 퍼져 있는 ‘고집불통’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걱정된다. 사태가 깊어가는 와중에도 예산안 처리 불발 시 시정에 엄청난 차질을 빚는다는 식의 홍보에만 열중한 그의 태도가 그런 걱정을 가중시킨다. 많은 공직자와 시민들로부터 ‘x고집’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캐릭터는 고양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의 덕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고양시의회의 처신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시의회 민주당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체로서 애초 고양시 비서실장의 사과 요구가 회의장 밖으로 뛰쳐나갈 만한 사안이 된다고 여기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고양시 한 해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본예산 심의를 볼모로 잡고서 1개월 가까이 강경하게 맞서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주위 시민들로부터 예산안은 처리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았는지도 묻고 싶다. 시청 정문 앞에 내걸린 ‘예산안 심의에 임하라’는 한 시민단체의 현수막은 분명 보았을 것이다.

물론 시의원들을 비하하는 듯한 비서실장의 언행에 대한 항의표시는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걸 핑계 삼아 등원을 거부한 명분은 누가 봐도 약하다. 거기다 새해가 임박하도록 예산안 심의에 손도 대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로 비난받기 십상이다.

시의회 김영식 의장과 국민의힘 측도 이번 사태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절반의 의석을 보유한 여당으로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면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김 의장은 시의회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동분서주 뛰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분란의 중심에 서기까지 했다. 명색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집단으로서 지금부터라도 힘껏 정치력을 짜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마치 제삼자인 것처럼 비쳐서는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시중에는 지방의회 무용론(無用論)이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시의회가 과연 고양시와 시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거기다 지방의원 자질론과 더불어 정당공천제 폐지론 등도 시민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제 새해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촉박하지만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 시장은 물론 시의회도 한 발짝씩 양보할 수 있다고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일단 접어둬야 한다. 굳이 책임의 경중을 따진다면 단언컨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한 공직자가 ‘도찐개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 지방선거 때 이 시장과 34명 의원은 저마다 시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외치지 않았는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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