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 선거]現집행부 vs 非집행부 후보간 혼전 양상… 로톡 대응 입장차(종합)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모두 3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혼전 양상을 보이며 점점 과열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선출될 차기 변협회장은 임기 중 8명의 대법관과 차기 검찰총장, 제2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에 관여하게 되는 데다가, 로톡으로 대표되는 민간 법률플랫폼이나 세무사·변리사 등 다른 직역과의 갈등 해소라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내야 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1월 16일 치러질 이번 협회장 선거에는 사법시험 출신의 김영훈 변호사(58·사법연수원 27기)와 군법무관 임용시험 출신의 안병희 변호사(60·군법무관시험 7회), 그리고 두 시험을 다 합격한 박종흔 변호사(56·군법무관시험 10회·31기) 등 3명이 출마했다.
기호 1번 김영훈 변호사와 기호 3번 박종흔 변호사는 현재 변협에서 부협회장과 수석부협회장을 각각 맡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가 현 변협 집행부를 계승하는 후보들로 이종엽 협회장이 추진해온 정책 상당수를 유지하려는 입장인 반면, 기호 2번 안병희 후보는 현 변협 집행부를 '무능하고 비정상적인 집행부'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프로필김 변호사는 서울 배문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98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수원지법 판사를 마지막으로 법원을 떠나 2005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현재 변협 부협회장으로 로톡 등 사설 법률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변협이 마련한 ‘나의변호사’ 운영위원장과 국선변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수호를 위한 변협 산하 ‘국공선변호사회’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안 변호사는 광주 서석고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6년 제7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군검찰관과 군판사, 제1군단 법무참모 등을 거쳐 1997년 변호사 개업을 한 안 변호사는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스폰서검사 특별검사보 등을 역임했고, 201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 2017년 변협 감사를 지냈다.
박 변호사는 대구 달성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제10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그는 일반 기업을 거쳐 국회 인턴직원으로 근무하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여러 기업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서울변회 교육이사(2009년) ▲서울변회 인사위원회·공익소송특별위원회 위원(2011년) ▲변협 인권위원(2012년) ▲변협 교육이사(2015년) ▲변협 재무이사(2017년) ▲변혁 개역위원회 위원(2019년) 등 변호사단체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변협 수석부협회장과 변호사연수원장을 맡고 있다.
대표 공약김 변호사는 '언행일치, 한 말을 지킨 유일한 후보'라는 슬로건 아래 발로 뛰고 행동하는 협회장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현 변협 집행부를 계승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변호사 단결을 통한 사설플랫폼 아웃 ▲법원, 법무부와 함께 나의 변호사 경쟁력 강화 ▲법학전문대학원 학제 개편을 통한 유사직역 통합 및 변호사 배출 감축 ▲법률보험 활성화를 위한 변호사 공제재단 설립 ▲디스커버리 제도, 배심제를 통한 준 변호사 강제주의 실현 ▲국선변호사 보수 대폭 인상, 형사 성공보수 부활 등 변호사 소득 증대 ▲2조원 규모 채권추심시장 탈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 변호사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무능을 유능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현 집행부의 잘못을 시정할 유일한 후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도입, 불필요한 변호사 광고 제한 규정 철폐,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외부법무감사제도 도입 등을 통해 변호사 시장을 두배로 키워 회원 소득은 두배로 늘리고 ▲정기적 외부 회계 감사제도 도입, 협회 외부위원 추천 절차 투명화, 협회 임원 협회 사건 자체 수임 금지 등을 통해 임원 특혜는 반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또 ▲국회 활동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 전국단위 직역수호특별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직역수호 및 직역확대 ▲광고주체를 변호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 등을 통한 민간 플랫폼 저지를 공약했다.
박 변호사는 '경력·능력·인성 3박자가 맞는 후보'가 자신임을 강조하며 '화합과 통합의 변협'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15년간 변협과 서울변회에서 꾸준히 회무를 맡아온 점과 오랜 기간 대학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청년 변호사들과 소통해온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변호사의 생존권, 신변안전권, 변호사-의뢰인 비닉권(ACP) 등 '변호사 3권(三權) 보장' ▲사설 플랫폼 척결 ▲입법지원센터 설립과 입법활동 협회장 전담 등을 통한 직역수호 ▲변호사 필수주의 도입 등 직역창출 ▲회무 참여 기회 보장 및 회원 역량 강화 ▲회원복지 확충 ▲여성·청년변호사의 권익신장 등이 그의 주요 공약이다.
안병희 후보 변협·서울변회 직격… 커지는 파장선거 초반 법조계에서는 김 변호사의 우세를 점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 직역수호변호사단에서부터 함께 활동해온 이종엽 현 변협회장이나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지하는 현 변협 내지 서울변회 집행부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상당수가 김 변호사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 역시 현 집행부 임원을 맡고 있지만 표심이 크게 갈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제51대 변협회장 선거 당시 후보자로 출마해 1차 투표에서 4위를 기록한 후 결선투표에서 이 협회장을 지지하며 현 집행부에 참여하게 된 만큼 현 집행부의 정통 계승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 집행부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안 변호사가 변협과 서울변회의 현 집행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판세가 혼전 양상으로 변했다고 한다. 원래 안 변호사는 각종 분쟁으로 변협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다소 경륜이 있는 중견 변호사들의 지지가 많았는데, 지난 2년 동안 현 집행부가 보여준 무능과 로톡에 대한 무리한 대응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변호사들 중에도 안 변호사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안 변호사가 1차 선거인쇄물에 담으려 했다가 변협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에 막혀 발송하지 못한 공보물 내용이 알려지며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변호사는 1차 선거인쇄물에 현 변협 집행부 임원들이 변협의 로톡을 상대로 한 수사기관 고발이나 변협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를 상대로 한 각종 소송 등을 셀프 수임해 수임료를 챙긴 사실과 서울변회 임원들이 적게는 300만원부터 회장의 경우 90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 외에 추가로 받는 실비의 한도를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린 사실을 담았다가 변협 선관위로부터 제재를 받고 해당 내용이 담긴 공보물 2개면을 아예 삭제해야만 했는데, 법원이 안 변호사 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오히려 변협회장 선거에 관심이 없던 변호사들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변협이 어차피 수행해야 될 송사를 집행부 임원들이 실비로 맡아 처리함으로써 소송비를 절감한 것'이라는 반박과 '서울변회 임원들이 실제 인상된 실비를 수령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도 나오고 있지만 변협이 당사자가 된 사건을 변협 임원이 직접 수임한 사실을 아예 몰랐던 변호사들이나, 서울변회 임원들의 급여 액수나 실비 인상 사실을 몰랐던 변호사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변호사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 결정문을 통해 드러난 안 후보자가 공개한 내용을 공유하며 현 변협과 서울변회 집행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안 후보자의 선거 공보물을 이메일로 받아본 변호사들 중 상당수가 전면 흑백으로 돼 있는 2개면에 과연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는지 궁금증을 갖게 됐었다"며 "나중에 법원이 안 후보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는 소식과 함께 변협 선관위가 배포하지 못하게 한 내용이 현 변협 임원들의 '셀프 수임'과 서울변회 임원들의 '셀프 수당 인상'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걸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변호사들이 오히려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로톡 대응 놓고 입장차…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부각한편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한 법률플랫폼 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세 후보는 서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사설 플랫폼의 퇴출 및 사설 플랫폼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주장해온 김 변호사는 '변호사 단결을 통한 사설 플랫폼 아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로톡에 대한 현 집행부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설 플랫폼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과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변협이 운영 중인 공공플랫폼 '나의 변호사'의 운영 확대 등을 통해 사설 플랫폼을 법조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안 변호사 역시 민간 플랫폼의 시장 침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자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변협이 플랫폼 관련 소송 등에서 연전연패했던 것을 보면,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는 법무부나 법원에서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왜 법률플랫폼이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젊은 변호사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법률시장의 폐쇄성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판결문 전면 공개, 법률 접근에 대한 개방 등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징계 대신 광고 주체를 변호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 변협의 광고 사전심사제 의무화 등 플랫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리걸테크는 커다란 시대적 흐름인 만큼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사설 플랫폼은 '중개형 플랫폼'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변호사법 개정으로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광고금지'를 명문화해 사설 플랫폼과의 전쟁을 반드시 종식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는 로톡 가입 회원에 대한 징계의 당부는 차치하고, 이미 변협 광고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가 이뤄진 만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징계 여부, 징계 양정을 달리 하는 것은 절차적 문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징계 후속조치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과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이는 협회장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다양한 의견과 상황을 고려해서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00% 오프라인 투표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는 각 후보자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남은 변수 중 하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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