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野, 수사검사 '좌표찍기' 논란에 "뭐가 문제?"
與 "민주, 왜 이재명과 자폭하려 하는가"
野선 "이미 공개된 정보" "알 권리 차원"
더불어민주당이 위례·대장동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의 실명과 소속, 얼굴을 공개한 것을 두고 '좌표찍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 카드로 강성 지지층을 동원,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검찰독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6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 홍보국은 지난 23일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이 담긴 웹자보를 제작해 당 지역위원회에 배포했다. 이 웹자보의 제목은 '이 대표 관련 수사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검사 60명)'로, 같은 날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최고위원이 발언한 내용을 토대로 제작됐다.
자료에는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 등을 수사 중인 홍승욱 수원지검장,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인 이창수 성남지청장을 비롯해 이들 휘하 일선 수사 검사들의 조직도와 신상이 담겨 있다. 민주당은 이 자료에서 특정 검사들을 '윤석열 사단'이라 지목하고, 지검장부터 부장검사 수준까지 검사들 얼굴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전(全)당원들에게 검찰과 맞서 싸우라고 선동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왜 이 대표 야당 탄압 프레임에 제1야당이 들러리를 서야 되느냐. 왜 민주당이 이 대표와 함께 자폭하려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꾀를 내어도 죽을 꾀만 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민주당 하는 것이 딱 그렇다. 검사들 좌표찍기도 마찬가지"라며, 검찰이 민주당의 행태에 위축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 "150명의 검사 이름을 좌표로 찍고 그 옆에 이 대표의 수많은 죄명을 나열하는 것은 이 대표의 죄가 태산같이 크다는 사실만 세상에 알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민주당이 만든 자료 중 특정 검사 이름에 다른 검사의 얼굴 사진을 쓴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 이상현 공공수사2부장의 이름과 사진을 넣었는데, 해당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성상헌 1차장검사의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 원내대표는 "우스운 건 좌표찍기도 실패해서 사진조차도 엉뚱한 사진을 넣고 하는 이런 일들"이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윤석열정권의 '야당 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검찰이 자신의 성과를 알리고 싶을 때 이름과 사진을 널리 공개하는 것은 정보이고, 아닐 때는 좌표찍기냐"면서 "오히려 더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진 오류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수정된 자료로 다시 배포한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좌표는 국민의힘과 검찰이 이 대표를 좌표 찍은 것이다. 검사는 정의로워야 한다. 검사들이 하는 행태나 행위 자체가 검사 이름을 걸고 해야되는 것"이라며 "외부로 피의사실을 공표해서 여론을 나쁘게 조성했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정치적인 사건은 무죄가 나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사들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현 윤석열검찰이 과연 정당하냐.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이 어느 검사들이 이 수사를 주도하고 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며 "그런 알 권리 차원에서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웹자보 제작·배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검사가 누가 수사검사이고 누가 그 지휘부인지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비밀재판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것이 무슨 좌표찍기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개 재판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름이 다시 확인됐다고 좌표찍기라고 얘기하는 것도 조금 어색한 일인 것 같다"면서, 좌표찍기 비판 자체가 과도하다는 생각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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