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vs. '반문재인 케어' 구도로 가선 안 된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2. 12. 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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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이영광 기자]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이영광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며 건강보험을 대대적으로 손 볼 것임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됐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비판에 대해 환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이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지난 21일 서울 용산역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안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 윤석열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편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죠. 그런 뒤 '문재인 케어'의 장점을 이어가며 보장성 확대를 계속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그 많은 보건의료 영역 중에서도 특히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이 두 가지에 좀 더 선택적, 집중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고 했어요. 보건복지부 공청회 때는 이 정도의 평가였거든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좀 다른 평가를 했죠."

- 왜 그랬을까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했던 내용이 대통령실에 전달이 제대로 안 됐든지 아니면 전달은 제대로 됐는데 대통령실에서 '문재인 케어'와 완전히 차별화된 건강보험 정책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다 보니 과하게 이야기한 걸 수도 있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플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한다'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이 중에 일부는 맞을 수 있고, 일부는 틀렸어요."

- 어떤 게 맞나요?

"건강보험 재정이 아주 합리적으로만 쓰인 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 낭비했다고 볼 수도 있죠. '인기 영합적' 부분도, '문재인 케어'라고 했잖아요. 예전에 '박근혜 케어'라고 안 했잖아요. 그러니까 인기 영합적일 수도 있고... 포퓰리즘은 이념적 개념이니까 보수 정부 입장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재정을 파탄시키지는 않았어요. '문재인 케어' 시작할 때 건강보험 재정 누적 적립금이 20조 원이었거든요. 윤석열 정부를 시작하는 지금도 20조 원입니다.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쳤다'는 평가도 맞지 않아요. 62% 정도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5%까지 높아졌고 특히 중증질환 환자들의 보장성은 훨씬 더 높아졌어요. 또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도 강요하지 않았어요. 3.2%씩 건강보험료 걷겠다고 했지만 2.7%밖에 걷지 않았거든요. 국민 혈세 낭비나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이 일부 있었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쳤고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했다는 건 동의 안 돼요."

-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니까 굳이 필요 없는 사람도 MRI 같은 걸 사용하니 낭비라는 의견인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된다면, 두 가지로 봐야 되거든요. 이 재정이 중증질환 환자들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또는 의학적 필요가 있는 비급여의 건강보험 확대에 쓰여졌나입니다. 쓰였어요. 문제는 뭐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투입되니 의료 남용이 되고, 의학적 근거가 없거나 미약한 경우엔 건강보험 재정으로 쓰지 않도록 해야 되는데 이에 대한 요구도 있다 보니까 이쪽도 많이 쓰게 된 거예요.

윤석열 정부에선 중증질환 환자들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대해선 얘기 안 하고 낭비된 부분만 과하게 문제 제기한 뒤 마치 (문재인 케어가)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쳤다고 평가하고 있죠. 저는 잘못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적어도 기존 정부가 했던 걸 계속 이야기하지 말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해서 그렇게 얻은 재정으로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어요. 비급여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해 연간 5천만 원씩 지원해 주겠고 발표했고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되고 (윤 정부는) 이것만 집중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 '문재인 케어'가 이전 정부에서 유독 크게 확대한 게 아니라 역대 정부 정책들이 같은 흐름이었다는 주장도 나와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하는 헌법상 의무입니다. 만약에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통령이 아니죠. 그런데 정부마다 조금씩 포커스가 달라요. 김대중 정부 때는 암 보장성 확대, 노무현 정부는 산정 특례 확대, 이명박 정부는 선별적 건강보험 확대를 이야기했죠.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부마다 특색이 강하게 나타났어요.

박근혜 정부는 암, 희귀난치성 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4개 질환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재정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했어요. 그리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도 4대 중증질환 환자에게만 지원해줬고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는 '왜 4대 중증질환만 한정해서 재정 투입을 하냐? 모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라며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 추진했는데, 다시 윤석열 정부는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에 집중하겠다고 한 겁니다. 재난적 의료비도 문재인 정부보다 더 확대해 연간 상한 금액이 5천만 원으로 되었어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 중 일부는 그대로 이어받았고 일부는 더 확대했고 일부는 축소했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하나로 평가해  '문재인 케어 폐기'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 그러면 윤 정부가 하려는 걸 '문재인 케어 폐기'라 볼 수 없나요?

"'문재인 케어' 폐기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어떻게 얘기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에 '문재인 케어'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면 그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포기한 거냐인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문재인 케어'만큼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했던 것만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추진해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 뭐냐면 보편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예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보편적'이라는 걸 폐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에게 다 재정을 투입하기보다 중증, 응급, 분만, 소아 영역에 우선 재정 투입을 하는 것으로 정책을 정했고 부족한 것은 비급여 의료비를 연간 5천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거죠.

비급여 의료비를 5천만 원까지 재난적 의료비로 지원해 주는 게 왜 중요하냐면, 실손보험도 연간 5천만 원까지만 지원해주거든요. 그러니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실손보험하고 똑같은 혜택이 되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면 실손보험으로 하고 있거든요.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의료비는 실손보험이 아니라 재난적 의료비로 해주겠다고 발표한 거예요.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어요.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인데 지금 언론들이 어떻게 프레임을 짜고 있냐면, 문재인 정부는 '문재인 케어', 윤석열 정부는 '반문재인 케어'예요. 하지만 그러면 안 돼요. 저는 언론의 이념적인 성향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생각 없지만 환자의 생명이 달린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은 굉장히 중요한데 환자를 중심으로 두지 않고 자꾸 정부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동의 안 돼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평가하면 되고요. 앞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잘하는지 그것을 평가하면 되죠. 잘못하면 5년 뒤에 다음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도 '국민 현실을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키고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안겼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있어요.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더 잘해야 돼요."

- 윤석열 정부 의료 정책에 대한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환자들의 반응은 아직 별로 없어요. 필수 의료와 중중희귀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부분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을 집중해 투입하겠다는 건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맞는데, 어떤 문제가 있냐면 어쨌든 지금까지는 MRI와 초음파가 의학적 비급여의 대표 주자였어요.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는 제도적인 비급여이고, MRI와 초음파는 의료적인 비급여이니까요.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축소되어 건강보험 보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이전보다 늘리는 패널티 내용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러면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에 대해 약간 주춤하게 되는 거죠."

- 윤 대통령은 대안으로 "건보 급여와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 방지해야 한다"며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저희는 일단은 '문재인 케어'가 시작했을 때도 문재인 정부가 과연 30조 원을 투입해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만들 것인가, 또 약 3800개의 의학적 비급여를 선별급여 거쳐서 급여권으로 편입시킬 것이냐에 대해 약간 의문을 가졌어요. 그런데 약속을 다 지킨 건 아니지만 많은 재정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62%대에서 65%대까지 올렸고, 상급종합병원은 70%, 백혈병 등 상위 30개 질환은 82%대까지 올렸잖아요.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약하고 이렇게 절약한 재정으로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지원 확대하겠다고 했어요. 특히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구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의 무임 승차를 관리하고, 굉장히 고가의 약인 제네릭약(복제약)의 가격 인하 등, 절약한 재정을 필수 의료에 투입한다고 한 건 저희는 믿고 싶죠.

우리가 '문재인 케어'도 믿었었고,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제'도 믿었었거든요. 그리고 다 성공 못 했죠. 하지만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됐고 '문재인 케어'에서 의학적 비급여가 건강보험 급여로 확대된 게 사실이거든요. 윤석열 정부에선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지원이 확대되겠죠.

저는 환자단체에 활동하는 사람이고 윤석열 정부의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지원 확대 정책에 비난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윤석열 정부가) 잘해야 되죠.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신랄하게 비난하면서까지 건강보험 재정 절약과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지원 확대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추진하지 않으면, 당연히 국민과 환자들의 강한 비판을 받아야죠."

- 그럼,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방향성이 크게 틀린 건 아닌가요?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 정부 때 4대 중증질환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추진했잖아요.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이 의료비 때문에 가계 파탄 났었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4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제를 추진하면서 그런 환자들이 많이 줄었어요. 그러다 보니 전 국민 대상으로 의학적 근거 있는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것이 적어서 '문재인 케어' 때 20조 원을 투입했잖아요. 그것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거든요.

지금 문제는 필수 의료예요. 그리고 지금은 신약·신의료기기·신의료기술이 들어오고 있는데 워낙 고가거든요. 이것이 빨리 건강보험 (적용) 안 돼서 치료 못 받아 죽는 환자들도 여전히 있거든요. 이것을 보충하는 것이 저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 의료와 중증희귀질환 대책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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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더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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