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기회 놓친 LG, 그래서 두고두고 아쉬울 2022년
[유준상 기자]
창단 이후 LG 트윈스는 그동안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1990년, 그리고 1994년 이른바 '신바람 야구'로 신나게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던 선수들이 합심하여 만든 결과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들은 '세 번째 우승 트로피'와 여전히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것도 2002년으로, 20년이 다 된 이야기다. 그나마 올핸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오랫동안 맺힌 한을 제대로 풀 기회를 잡았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서도 조심스럽게 '해피엔딩'을 내다봤다.
▲ 20-20 달성에 주장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오지환 |
ⓒ LG 트윈스 |
견고한 마운드, 강력한 타선... 달라진 LG의 힘
2019~2021년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이전 세 시즌보다 훨씬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 역시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선발진에서는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가 무려 30승을 합작하며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거듭났다. 선발 한 자리를 꿰찬 김윤식의 성장도 반가웠다.
여기에 '특급 마무리' 고우석을 필두로 이정용, 정우영 등 탄탄한 불펜이 선발진의 뒤를 받쳐줬다. 진해수, 이우찬, 김진성 등 필승조가 아닌 투수들을 공략하는 것도 상대로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 2.89로, LG는 10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2점대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박해민 영입으로 공격력 강화가 기대됐던 타선도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팀 OPS(0.742) 2위, 타율(0.269) 3위, 도루(102개) 2위 등 여러 팀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개개인의 활약 역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장' 오지환은 홈런 25개, 도루 20개로 프로 데뷔 이후 첫 20-20 달성과 동시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센터라인의 한 축을 책임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 LG의 응원도구 색깔인 '노란색'으로 뒤덮인 잠실구장의 모습을 길게 볼 수 없었다. |
ⓒ LG 트윈스 |
투-타 분전에도 불구하고 '선두' SSG 랜더스의 벽은 높았다. 특히 9월 6일-7일 SSG와 홈 2연전을 1무 1패로 끝낸 게 두 팀의 희비를 갈라놓았다. 만약 LG가 2경기를 다 잡았다면 그 이후의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LG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것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었다. 1위는 내줬어도 덕분에 포스트시즌을 여유롭게 준비했다. 10월 11일 kt 위즈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나서 열흘 넘게 휴식 및 훈련을 진행하며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20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로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튿날 펼쳐진 2차전에서 패배한 LG는 고척으로 이동한 이후 3차전과 4차전마저 키움에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초반만 해도 흔들리던 키움의 야수진이 호수비를 펼치는 등 분위기에서 완전히 LG를 압도했다.
결국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도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로 2022시즌 순위표에는 2위가 아닌 3위로 남게 됐다. 정규시즌에만 무려 87승을 거두며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남긴 채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LG는 얼마 지나지 않아 류지현 감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우승청부사'를 찾던 LG의 선택은 염경엽 전 해설위원이었다. 여기에 FA로 주전 포수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채은성(한화 이글스)을 떠나보내면서 포수 박동원(보상선수 김대유)을 영입하는 등 전력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석현(NC 다이노스), 이형종(키움)까지 퓨처스 FA로 팀을 옮긴 선수도 있었다.
냉정하게 플러스 요인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은 LG의 겨울이다. 올해 다 이루지 못한 꿈을 내년에 이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프런트-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염 감독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새 시즌, LG는 높이 비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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