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모임은 어떻게 자생적 반국가단체로 둔갑했나

심규상 2022. 12.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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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대전에서 한울회 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경험, 한울회 사건이 날조되는 과정에서 체험한 국가 폭력의 실체를 담담히 고발하고 있다.

신앙모임을 가장해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하던 반국가단체 '한울회 사건'의 진실은 '국가 권력이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선배들을 빨갱이,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증언하도록 강요한 사건'이라고 바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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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울회 사건의 진실> 출간...모임 참석자 17명의 증언집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한울회 사건의 진실>(한울모임 편집위 엮음, 462쪽)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울모임에 참석하였던 17명의 전기적 이야기 모음이다. 이들은 한울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경험, 한울회 사건이 날조되는 과정에서 체험한 국가 폭력의 실체를 담담히 고발하고 있다.
ⓒ 한국기독교서회
 
1981년 대전에서 한울회 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주인공들은 대전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젊은 교사, 직장인 등 20여 명이었다. 한울모임은 성경을 공부하는 기독교 신앙 모임이었고 사회개혁을 위한 데모조차 생각해 본적도, 관심도 없었다. 단지 광주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유혈 진압으로 희생당했다는 소식에 우려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경찰은 고등학생들까지 잡아 여관방과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했다. 폭력적 분위기에서 허위 자술서를 쓰게 했다.

"다짜고짜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살아나갈 생각 하지 말라며 사실대로 불라고 누차 윽박질렀다. 수사관들이 돌아가며 수사를 계속했는데, 이틀 뒤부터는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잠도 못 자게 하면서 자술서를 쓰게 했다." (김종생, 당시 군인)

"진술서를 쓰다가 조금이라도 졸면 위협하고 갑자기 화를 내며 주먹을 날리고 짓밟았다." (이건종, 당시 대학생)

"형사는 자술서를 보더니 주문한 대로 안 써져서 미흡했는지 '지도했다'를 '주도했다'라고 고치고 '신고하겠다'를 써야 집에 보내준다고 했다." (임만연, 당시 고등학생)

경찰과 검찰은 한울모임을 자생적 공산주의 반국가단체인 '한울회'라 이름 붙었다. 당시 이규호, 홍성환, 이건종, 이충근, 김종생, 박재순 6명이 재판을 거쳐 옥고를 치렀다. 세 사람은 길게는 7년의 선고를 받고, 2년 반의 억울한 징역살이를 했다. 나머지 세 사람은 6개월 동안 구속돼 재판받다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다행히 1984년과 1988년에 한울회 관련자들은 사면복권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표창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청구한 재심에서는 계엄법 위반은 무죄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로 판결했다. 현재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다.

27일 오후 3시,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
 
 1982년 11월 1일자 <동아일보>. 한울회 사건을 놓고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해당 여부를 놓고 서을고법과 대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결(핑퐁판결)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당시 서울고법은 반국가단체로 판결한 반면 대법원은 단순한 신앙공동체로 보았다. 하지만 당시 고법은 이례적으로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종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 동아일보 갈무리
 
마침 <한울회 사건의 진실>(부제, 국가폭력에 희생된 신앙모임의 꿈, 한울모임 편집위 엮음, 대한기독교서회, 462쪽)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울모임에 참석했던 17명의 전기적 이야기 모음이다. 이들은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경험, 한울회 사건이 날조되는 과정에서 체험한 국가 폭력의 실체를 담담히 고발하고 있다. 신앙모임을 가장해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하던 반국가단체 '한울회 사건'의 진실은 '국가 권력이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선배들을 빨갱이,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증언하도록 강요한 사건'이라고 바로잡고 있다.

편집위원회에 참가한 박재순은 책을 펴낸 목적에 대해 "첫째는 폭력에 짓밟힌 한울회 사건의 진실과 진상을 밝히는 것이고 둘째는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고 셋째는 반국가 단체라는 낙인을 안고 사는 형제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3시에는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1층 그레이스홀(서울시 종로구 대학로3길)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편집위원회(임세영, 김종생, 박재순, 신인수, 예현주, 이건종, 이충근, 임만연, 장수명, 홍성환)는 초대 글을 통해 "이 책은 아픈 고백이자 화해와 치유를 소망하며 부르는 희망의 노래"라면서 "부디 오셔서 힘을 북돋고 정을 나누어 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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