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이소영이 춤추면 인삼공사는 비상한다

양형석 2022. 12. 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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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5일 현대건설전 26득점25디그 공수 맹활약, 인삼공사 3-2 승리

[양형석 기자]

개막 후 15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던 현대건설을 꺾은 최초의 팀은 인삼공사였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1-25, 25-22, 25-18, 17-25, 15-9)로 승리했다. 앞선 현대건설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경기를 내줬던 인삼공사는 세 번째 대결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7승9패).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45.83%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6득점으로 인삼공사의 공격을 주도했고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14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인삼공사의 승리를 이끈 주역은 단연 56.10%의 공격성공률과 블로킹 3개로 26득점, 그리고 45.45%의 리시브 효율과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5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공수에서 맹활약한 인삼공사의 '캡틴' 이소영이었다.

흔치 않은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은 인삼동사 이적 두 시즌 만에 팀의 주장을 맡았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 2회 우승의 주역이었던 케니 모레노와 에밀리 하통, IBK기업은행 알토스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던 메디슨 리쉘(터키항공) 등 일부를 제외하면 V리그를 거친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가 공통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서브 리시브를 면제해 주는 대신 더 많은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게 했던 것이다. V리그에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가 최소 35%, 최대 4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면서 국내 앚웃사이드 히터들은 리베로와 함께 서브리시브를 책임졌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 양 쪽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토종 거포인 '클러치박'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기업은행 시절부터 언제나 서브리시브가 약점으로 꼽혔고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인 리시브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해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현대건설의 히든카드로 활약하고 있는 정지윤은 공격만 보면 리그에서 충분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선수다. 하지만 정지윤은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 26.41%에 그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26.61%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정지윤이 고예림과 황민경 같은 노련한 선수들을 제치고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임명옥 리베로와 함께 도로공사의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문정원은 이번 시즌 54.60%의 리시브 효율(2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팀 선배 임명옥을 제외한 다른 팀의 리베로들보다 높은 순위로 그만큼 문정원의 수비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정원은 이번 시즌 공격 시도 횟수가 147회에 불과하다. 명색이 날개 공격수임에도 미들블로커인 배유나(14.67%)의 절반도 되지 않는 공격 점유율 6.34%는 낮아도 너무 낮은 기록이다.

물론 V리그에도 득점 5위(319점)와 공격성공률 2위(46.59%)에 빛나는 뛰어난 공격력과 함께 46.08%의 리시브 효율(6위), 세트당 3.62개의 디그(8위)를 기록하고 있는 완벽한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가 있다.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김연경 다음 가는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를 꼽으라면 많은 배구팬들은 입을 모아 인삼공사의 이소영을 선택할 것이다.

김연경 다음가는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이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과 같은 26득점을 올린 날, 인삼공사는 개막 15연승을 달리던 선두 현대건설을 꺾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이소영은 전주 근영여고 시절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으면서도 175cm의 아쉬운 신장 때문에 전체 1순위에 지명되기엔 힘들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GS칼텍스를 이끌었던 이선구 감독의 강력한 주장으로 GS칼텍스가 전체 1순위로 이소영을 지명했고 이는 최고의 선택이 됐다. 루키 시즌부터 '아기용병'으로 불리던 이소영이 2013-2014 시즌 주전으로 활약하며 GS칼텍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소영은 2014-2015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한송이(인삼공사)의 뒤를 이어 GS칼텍스의 토종거포 자리를 물려 받았다. 특히 2016-2017 시즌엔 39.24%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427득점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로 도약했다. 2017년엔 대표팀 연습경기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2018-2019 시즌 건강하게 복귀해 한 시즌 개인 최다득점 기록인 471득점을 폭발했다.

2020-2021 시즌 GS칼텍스의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이끌고 챔프전 MVP에 선정된 이소영은 FA시장에서 3년 총액 19억50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이소영은 이적 첫 시즌 40.06%의 리시브효율과 함께 377득점을 올렸지만 GS칼텍스 시절처럼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고희진 신임 감독은 이적 2년 차 이소영에게 새 시즌 주장 자리를 맡겼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개막 후 15경기에서 6승9패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5일 현대건설과의 크리스마스 매치업에서 3-2로 승리하면서 현대건설에게 시즌 첫 패를 안겼다. 비록 현대건설의 야스민 베다르트와 이다현이 빠진 경기였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22일에도 야스민,이다현 없이 3위 도로공사를 3-1로 꺾었던 팀이다. 이소영은 이날 엘리자벳과 함께 팀 내 가장 많은 26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이소영은 이번 시즌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44.21%의 리시브 효율(8위)과 세트당 3.86개의 디그(5위)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높은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현대건설전에서는 공격에서도 엘리자벳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며 인삼공사의 시즌 첫 연승을 이끌었다. 인삼공사의 '캡틴' 이소영이 후반기에도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이어간다면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인삼공사의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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