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노시환 깨운 이대호·박병호 한 마디 “삼진 겁내지마”
성장통을 겪은 노시환(22·한화 이글스)이 다시 한번 날갯짓을 준비한다. 거포 선배들의 조언 덕분이다.
노시환은 리빌딩 중인 한화 타선의 미래이자 현재다. 지난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그는 당시 최고의 파워히터 유망주로 꼽혔다.
지난해에는 그 잠재력을 터뜨렸다. 타율 0.271 18홈런 84타점을 기록했고, 출루율(0.386)과 장타율(0.466)을 합친 OPS도 0.852로 뛰어났다. 부상으로 출전 경기 수(107경기)가 적었지만, 풀 시즌을 소화했다면 25홈런과 100타점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당시 노시환은 "과거에는 나도 내가 공을 못 보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거포를 지향하면서 콘택트나 타율을 개선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나만의 존을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타석에서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부진했다. 타율은 0.281로 올랐지만, 홈런은 6개뿐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모두 떨어졌다. 2021년 노시환을 있게 해준 '타석에서 싸우는 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노시환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시즌 초) 삼진을 워낙 많이 당하다 보니 안 당하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며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히팅 포인트가 뒤로 왔다. 그러면서 점점 장타가 사라졌고 선구안도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히팅 포인트가 뒤로 가면서 타구의 방향도 바뀌었다. 당겨친 타구 비율이 41%로 지난해(50.2%)에 비해 크게 줄었다.
노시환의 고민은 다른 홈런 타자들이 풀어줬다. 노시환은 “박병호(KT 위즈)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니 '홈런 타자는 삼진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하셨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돌아보니 나성범(KIA 타이거즈) 선배님도, 최정(SSG 랜더스) 선배님도 삼진이 많았다"며 "그동안 난 삼진을 먹지 않으려고 했다. 박병호 선배님 인터뷰를 보며 내가 (삼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경기 중 1루에서 선배님을 뵈면 (타격 비결을) 많이 여쭤봤다”고 했다.
경남고 선배이자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였던 이대호도 힘이 됐다. 노시환은 지난 9월 대전에서 열린 이대호 은퇴 투어 때 “이대호 선배님이 조언해주셨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콘택트하기 너무 어려워 혼란스러울 때였다. 시즌 중인데도 타격 폼을 바꿔볼 정도로 방황했다. ‘너무 혼란스럽고, 방망이도 잘 안 맞는다’고 선배님께 말씀드리니 찬찬히 설명해주셨다"며 "스타일을 바꾸지 말라고 하셨다. 굳이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려고 하면 절대 잘 칠 수 없다. 장점인 힙턴과 배트 스피드를 살려서 쳐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노시환은 “이대호 선배님은 히팅 포인트를 완전히 앞에 두고 가볍게 치시는 것 같지만, 오히려 본인은 끝까지 보고 치신다고 하셨다"며 "비시즌 운동을 부산에서 하는데 (이대호) 선배님에게도 도움을 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시환은 “올해 팀이 어려울 때 한 달 정도 부상으로 빠져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중심타자 역할도 해주지 못했다”며 “한화 중심타선에는 (김)인환 형도 있고 채은성 선배님도 오셨다. 시즌 중 채은성 선배님께 '한화로 오시면 안 됩니까' 했더니 '불러줘야 가지'라고 하셨는데 진짜 오셨다. 많이 보고 배우겠다"며 "(정)은원 형이나 나, 또 다른 어린 선수들도 많다. 우리가 투지 있는 모습을 더 보여주면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있고, 선배님들을 잘 따라갈 수 있다. 은원 형과도 ‘우리가 한 발짝 더 뛰고 한 번 더 열심히 해보자’고 이야기한다. 내년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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