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알고보니 마약 카르텔…멕시코선 흔한 일

멕시코 거대 마약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
주민 환심 위해 어린이 장난감, 생필품 등 선물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다.

25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성탄 연휴 전날에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한 거리에서 남성들이 차량에 상자 꾸러미를 가득 싣고 동네를 돌며 주민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차량은 반짝거리는 조명과 산타, 눈사람 등의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주민들은 거리 양쪽을 에워싼 상태로 손뼉을 치며 이들을 맞이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은 장난감 선물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한 거리에서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사진='Anonymous Mexico' 트위터 캡처

알고 보니 선물을 나눠준 남성들은 살인과 납치 등 멕시코 강력범죄의 주범인 마약 카르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소속이었다. 이들은 선물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며 "에레 씨가 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레'는 카르텔의 간부급 조직원인 리카르도 루이스 벨라스코의 별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선물을 나눠주는 곳 인근 700m에는 경찰서가 있었다.

CJNG는 조직원 수가 최대 2만명으로 추산되는 거대 카르텔로, 멕시코 전역과 미국, 중남미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다국적 범죄 조직' 5개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쟁 카르텔이나 공권력은 물론, 민간인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를 서슴지 않는다. 경찰 출신이자 멕시코의 신흥 마약왕으로 불리는 '엘 멘초'가 이끌고 있으며, 조직원 중에도 군과 경찰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을 특수부대처럼 무장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카르텔들은 크리스마스나 어린이날 때마다 근거지 주민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곤 한다. 주민들에게 "정부보다는 우리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고, 주민 친화적 이미지를 심어 조직원으로 끌어들이거나 쉽게 협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빈곤층에 생필품과 학용품을 선물하거나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재난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