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도둑 녹내장, 증상 알아채지 못해 무서워" [헬스조선 명의]
‘녹내장 명의’ 서울성모병원 박찬기 교수
안개라도 낀 듯 시야가 흐려진다.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어느새 눈앞의 사물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시야가 어두워졌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명은 ‘녹내장’이다. 실제 뒤늦게 녹내장을 발견한 환자들은 이 같은 경험담을 털어놓곤 한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에 점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안타깝게도 손상된 시신경을 살리는 것은 아직까진 불가능하다. 대신 의학이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오래 시야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녹내장 명의인 서울성모병원 안과 박찬기 교수를 만나 녹내장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녹내장은 여러 안과 질환 중 가장 오래 된 질환이다. 압력에 의해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며 시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결국 실명에 이른다. 녹내장은 완전히 실명하게 되는 첫 번째 원인 질환으로, 녹내장에 의해 완전히 실명할 경우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넘어 불빛마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국내 녹내장 유병률은?
한국녹내장학회에서 2007~2008년 사이에 국내 한 지역의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대 유병률을 보였다. 실제 환자 수가 증가했고,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질환을 많이 발견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까지 녹내장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질환이었으며,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녹내장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사회적 스트레스로 혈액순환이 불규칙해지고 근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녹내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크게 원발과 속발로 나눌 수 있다. 원발 녹내장은 특별한 이유 없이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한 경우다. 반대로 속발은 명확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외상이나 염증, 당뇨 합병증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원발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져서 발생하는 녹내장과 안압이 높지 않음에도 발생하는 녹내장으로 다시 한 번 나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원발 개방각 녹내장과 원발 폐쇄각 녹내장은 물리적인 문제로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에 문제가 생기고 안압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원발 녹내장이다. 반면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에 이상이 없고 안압 역시 정상임에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고, 가족력 역시 위험 요인에 속한다. 부모 중 한 명이 녹내장이 있으면 약 2배, 형제·자매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으면 4배 정도 발생률이 상승한다. 최근에는 근시 또한 녹내장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나?
젊은 사람 역시 눈에서 방수(房水)가 빠져나가는 길에 이상이 생기고 안압이 상승하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수가 많이 늘고 있진 않다. 그러나 젊은 근시 환자가 증가하면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근시가 동반된 정상 안압 녹내장이 발견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발견하기 어렵나?
과거에는 안압을 기반으로 녹내장 검사를 실시했고, 안압이 정상일 경우 녹내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실제 서양에서는 아직까지 정상 안압 녹내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할 때 안저사진을 촬영하면서 안압에 이상이 없어도 시신경이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정상 안압 녹내장 또한 전보다 잘 발견되고 있다.
-원시·난시도 녹내장과 관련이 있나?
원시일 경우 작은 눈 구조물에 수정체, 공막 등이 위치해 붐비는 듯한 모양을 띤다. 이로 인해 공간이 밀리면서 폐쇄각 녹내장의 위험이 있다. 멀리 보는 습관을 가진 에스키모에게 폐쇄각 녹내장이 많이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난시는 녹내장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
-안압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에 각막과 조리개가 각을 이루고 있다. 30~40도가 돼야 방수가 원활하게 빠져나가는데, 폐쇄각 녹내장 환자의 경우 물리적으로 각이 좁아져 안압이 올라간다. 개방각 녹내장 환자는 방수가 섬유주까진 흘러나왔으나 이후에 문제가 생겨 안압이 상승한다. 속발 녹내장의 경우 염증, 흉터 등으로 인해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물리적으로 막히면서 안압이 높아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거꾸로 매달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눈에 힘을 주는 행위 등이 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는 것도 일시적으로 안압이 상승하는 원인이 된다. 다만 혈압이 그렇듯 안압 역시 고정된 값은 아니다. 계속해서 오르고 내린다. 보통 10~21mmHg를 정상 안압 범위로 보는데, 크게는 하루에도 7mmHg 정도 변동 폭을 보인다. 중요한 것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심각한 녹내장이 아니라면 환경이나 생활 습관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안압이 오르는 것까지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결국 녹내장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막히거나 망가지면서 발생한다.
-안압 외에 시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선천적으로 시신경을 보호하는 구조물이 얇거나 약하면 압력에 의해 쉽게 변성되면서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정상 안압 녹내장 역시 압력에 의해 뒤쪽 공막, 사상판에 변형이 발생한 것이다. 노화에 동반되는 혈액순환 문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혈액순환이 저하될수록 신경을 보호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으면 녹내장 발병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발병 후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녹내장이 발생하면 어떤 증상을 보이나?
녹내장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래서 무서운 질환이다. 본인이 녹내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말기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50~60mmHg씩 급격히 올라가고 통증 섬유들이 당겨지면서 통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다. 일반적인 녹내장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에 이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자각하기 어렵다. 녹내장이 발생하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근처에 어둑어둑한 점들이 생긴다. 때문에 시력에 문제가 없고 시야에도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뇌에서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건강검진을 받거나 다른 이유로 안과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녹내장을 발견한다.
-녹내장 진단을 위해 어떤 검사들을 실시하나?
안압 검사와 함께 안저촬영을 실시한다. 안저촬영을 통해 황반변성, 당뇨망막변성, 근시 변성 여부와 시신경 모양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녹내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밀 검사를 통해 시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녹내장 진단을 내린다. 추가로 기능 평가를 위한 시야 검사도 진행한다. 이후 환자 연령과 혈액순환장애 여부, 녹내장 종류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구체적인 치료 강도, 방법 등은 환자 상태에 따라 상이하다.
-레이저·수술 치료는 어떤 환자에게 시행되나?
최대한 약물치료를 실시하지만, 약물만으로 충분히 안압이 떨어지지 않고 실명 위험이 높으면 레이저나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일단 안압을 떨어뜨려야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레이저 자극을 통해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보다 안전하게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손상을 가하지 않고 자극만 가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낮고 반복적인 치료도 가능하다. 다만 이미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장 실명 위험이 큰 환자는 곧바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녹내장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피하고 운동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심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호르몬 문제, 혈액순환 문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녹내장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눈을 감고 있기도 하는데, 오히려 눈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자극이 없으면 신경이 약해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녹내장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우려된다면 주기적으로 근처 안과를 방문해 검사받는 것을 권한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녹내장 약으로 탈모 치료… 국내 연구진 효과 입증
- 녹내장, 증상 없이 시작… 숙련 전문의가 첨단 장비로 '추적' 검사·치료
- "3대 실명질환, ‘안저검사’로 한번에 빠르게 알아보세요"
- 실명까지 부르는 '이 병'… 10년 동안 2배 늘었다
- 눈에 '이런 증상' 생기면 망막 떨어져 나온 것
- 중국에서 벌어진 일… '9쌍둥이 임신', 어떻게 가능했지?
- "앞머리 심었다" 인기 아이돌 박지원, 탈모 고백… 모발 이식 방법 보니
- '브리저튼' 각본가 숀다 라임스, 약 안 쓰고 68kg 감량… 평소 '이 과일' 챙겨 먹었다던데
- 유럽의약품청, 치매약 ‘레켐비’ 승인 권고 결정… 7월 거부 권고 뒤집었다
- 소유, 과거 8kg 뺐다던데… 비법 뭔가 보니, '이 식단'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