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이견'에 놓친 벤투, 차기 감독에 신뢰감부터 줘야 한다는 반면교사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하지 않았던 이유가 ‘계약 기간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라는 게 다시 확인됐다.
포르투갈 매체 헤코르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벤투 감독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여기에서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의 재계약 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와) 대화를 시작한 4월 협회 측은 우리와 계속 동행하기를 원했다. 9월에는 계약 기간을 둘러싼 입장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9월 협회와 대화 후 더는 계약을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9월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에게 ‘아시안컵까지 1년간 계약하고, 연장은 향후에 다시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네 명의 코치진 포함한 ‘벤투 사단’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4년간의 계약을 원했다.
벤투 감독의 재계약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 성적과 밀접하게 맞물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리 계약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또 대한축구협회가 40억원에 달하는 벤투 사단의 연봉을 감당하기 버거워했던 것도 재계약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벤투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이 열린 11월 이전에 한국과의 동행을 여기서 끝내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차기 감독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월까지 차기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중순 최용수 강원 감독, 김학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심지어 아직 P급 지도자 자격증 과정 이수를 하지도 않은 안정환 해설위원까지 새 감독 후보로 매체에 오르내렸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반박했다. 연말 시상식과 각종 결산 업무가 산적해 있었던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벤투 감독 선임 때 큰 역할을 했던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누가 해내는가다.
결과적으로 김판곤 전 위원장의 벤투 감독 선임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가 벤투 감독을 발탁한 이유가 벤투의 전술 스타일과 코치진의 선진적인 팀 매니지먼트 등 때문이었다.
김판곤 전 위원장처럼 합리적인 근거로 좋은 결과를 끌어내고, 감독을 견제하는 동시에 언론 관련 업무까지 맡을 인물이 필요하다. 김판곤 위원장이 지난 1월 대한축구협회를 떠난 후 그 역할을 맡은 이는 없었다.
차기 감독이 누구든 대한축구협회가 4년 임기를 보장할 것인지도 과제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장기계약은 추후 결정한다’는 옵션이 벌써 일부 인사의 입에서 거론된다. 이는 아직 선임하지도 않은 감독의 입지를 흔드는 계약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성(마인츠) 등 대표팀 주요 선수들은 “4년간 사령탑의 연속성을 갖고 치른 월드컵은 확실히 달랐다”면서 선수들이 믿을 수 있는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이전까지 감독 선임에 대한 말은 최대한 아꼈던 대표 선수들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25일 “일본축구협회가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재계약하기로 했다. 이는 연내 예정된 협회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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