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타는 전기차…"한파에 몰기 겁나요"
저온 주행 거리 표기 의무화해야
"최대 주행거리는 480㎞인데 겨울이 되면 절반 정도밖에 못 달려요." "겨울철 주행거리가 봄이나 가을철보다 100㎞ 이상 줄었어요. 지방 내려가기 겁나요." "전기차 구매 과정에서 저온 주행거리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어요."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겨울에는 전기차 최대 주행거리가 뚝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겨울철 전기차 운행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저온 주행 최대 거리'를 의무 고지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의 저온(영하 7도) 주행거리는 상온(영상 23도) 대비 20~3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아이오닉6′ 롱레인지 2WD 18인치 모델(77.4㎾h 배터리)은 상온에서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544㎞인데, 저온에서는 428㎞로 21% 떨어진다. 쉐보레 ‘볼트EV’(65.9㎾h 배터리)는 상온 414㎞, 저온 273㎞로 저온 주행거리가 34%나 짧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 ‘EQB300′ 4MATIC(67.9㎾h 배터리)은 상온 312㎞에서 저온 225㎞로 28%, BMW ‘i4′ eDirve40(83.9㎾h 배터리)은 상온 444㎞, 저온 327㎞로 주행거리가 26% 차이 난다.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82.4㎾h 배터리)도 상온 357㎞에서 저온 254㎞로 주행거리가 29% 단축된다. 폭스바겐 ‘ID.4′(82.4㎾h 배터리) 역시 상온 405㎞에서 저온 288㎞로 주행거리가 29% 줄어든다.
이처럼 온도에 따라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달라지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은 저온에서 이동이 둔해지는 특성이 있다. 겨울철 성능이 떨어지는 이유다.
아울러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히터를 가동하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로 히터를 가동해 최대 주행거리가 더욱 짧아진다.
이에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A 씨(33·서울 마포구)는 "최근 수입 전기차 모델 구매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겨울철 주행거리가 기존 300km에서 260km까지 낮아진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A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기차 구매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겨울철 주행거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조사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말 전기차 신차 구매자 729명에게 '운행 경험을 종합했을 때 전기차의 단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전기차의 최대 단점은 이용자 5명 중 1명(20%)이 '겨울철 주행거리가 짧아진다'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단점 대다수가 배터리 관련 내용"이라며 "특히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이와 관련된 정보가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예상보다 빠른 주행 가능 거리 감소에 운전자가 당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추운 겨울에 전기차가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 테슬라, 폴스타 등은 카탈로그나 온라인 소개 페이지에 저온 주행거리 정보를 별도로 올리지 않는다.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을 위해서라도 저온 주행거리 표기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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