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안보정책 결산1: 안보위협과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평가 [박휘락의 안보백신]
안보정책 평가의 요소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평가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평가
2022년을 보내면서 한국은 표피적으로는 평화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위협적인 언사를 반복하고 있듯이 내면적으로는 북핵을 중심으로 안보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필자가 지난 11월 11일 공정연대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북핵을 중심으로 한 2022년의 안보위협과 정부의 안보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심각해진 북핵 위협
어떤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안보위협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 한국이 걱정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협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다. 다른 위협과 달리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한국의 생존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족의 공멸까지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절망적인 경제적 상황에서 오로지 핵능력에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있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안보위협 평가 노력과 안보정책 구사 방향은 북핵으로부터의 안전에 집중해야 하고, 안보결산도 그러할 수밖에 없다.
2022년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이 가시화된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한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생산을 지속적으로 그 수를 늘리고 있고, 이들을 탑재하여 한국과 미국을 공격할 미사일의 성능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다. 북한은 금년 들어서만 6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국을 위협하였는데, 11월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탄인 ‘화성-17형’이나 12월 18일 발사한 2발의 준중거리탄도탄은 명령하달 후 수분 이내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기습적인 핵공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능력을 배경으로 북한은 남한에 대한 핵공격 의도와 가능성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3년부터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로 한국을 공격하여 일주일만에 병합한다는 “7일 전쟁” 계획을 수립하여 발전시켜 왔지만, 이제는 이를 공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4월 김정은은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차단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남한에 대한 통일전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하였고, 6월에는 당 군사위원회를 소집하여 이의 구현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9월에 북한은 핵무기 사용에 관한 법을 개정하면서 “영토 완정(完整)” 즉 통일이 핵무기 사용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고, 그들에 대한 비핵공격이 임박하거나 작전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어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실제로 김정은은 10월 유사시 핵미사일 공격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부대의 훈련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고, 그 중 한 발을 울릉도를 향하여 발사하여 동해에 탄착시키기도 했다. 북한은 대규모의 공군기를 동원하여 그들의 공격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위협이 이와 같은 심각해졌음에도 한국의 핵대응태세는 크게 격상되지 않고 있다. 한국군은 “3축 체계”라는 개념 하에 1) 북한의 핵공격 의도가 분명할 경우 선제타격하고, 2) 그래도 발사되는 미사일은 공중에서 요격하며, 3)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에 대한 참수작전 위협을 통하여 그들의 핵공격 결정을 억제하기 위한 역량을 구비해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로 선제타격을 위한 시간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고, 요격 회피기동이 가능한 미사일을 북한은 개발하였으며, 참수작전 수행태세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한국은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매진으로써 북핵 대응태세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위협과 한국의 대응태세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게 된 상황이다. 비록 보수성향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서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거나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별로 줄어들고 있지 않다.
안보정책 평가의 요소
특정 국가의 안보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요소들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쉽지 않다. 어떤 요소가 해당국가의 안보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외부지향적 노력, 내부지향적 노력, 그리고 제반 안보관련 요소를 통합하는 3가지 주된 분야로 구분한 다음에 각 분야를 몇 가지의 세부적 노력들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표 1>에서 괄호 속에 표시된 숫자는 각 항목별 가중치인데, 이것은 해당국가가 처한 안보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외부의 위협에 크게 노출된 국가이거나 내부의 역량이 제한된 국가라면 외부지향적인 국가안보 노력이 갖는 비중이 높아져야할 것이고, 국력이 큰 국가의 경우에는 내부지향적 노력의 비중이 높아져야할 것인데, 한국의 경우 한미동맹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외부지향적 노력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핵전쟁과 관련해서는 내외부적 노력을 통합하는 노력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통합을 위한 안보체제가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동시에 국가의 지도자가 안보에 관하여 갖는 성향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세 분야의 가중치를 4:3:3으로 구분하였고, 각 세부노력별로 필자가 판단한 적절한 가중치를 할당하였으며, 이에 근거하여 한국의 안보정책을 평가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평가
2022년 5월 10일부로 현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에 2022년의 40% 정도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이 해당된다. 취임 직후 안보정책 방향의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영향은 이보다 더욱 클 수도 있다. 따라서 2022년 한국의 안보정책 평가를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도 포함시켜야 한다. <표 1>에서 제시된 7개 세부분야를 적용하여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동맹 등 군사협력
문재인 정부의 경우 한미동맹을 비롯한 군사협력과 관련하여 불안한 점이 적지 않았다. “균형외교”라는 명분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면서 “전시 작전권 환수”를 임기 내에 완료한다는 것이 주된 정책방향이었는데, 이것은 한중관계를 강화하고 한미동맹의 비중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또는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안보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는 과거 대학시절 학생시위를 주도했거나 다양한 좌파성향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반미성향을 가지게 되었던 인사들이 중용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상대역이었던 미국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역시 한미동맹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방위비분담 증대를 집요하게 요구하였고(기존 금액의 5배 증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이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자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철수를 위한 계획의 입안을 지시했다. 주요 한미연합연습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협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서로 간에 긴밀한 의사소통은 적었다. 트럼프-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상당할 정도로 취약해졌다.
다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어려워지자 문재인 정부의 지도자들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면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도 소극적으로 추진하였고, 상당한 수준의 방위비분담 증액을 감수한다는 입장으로 전환하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실시할 때 상당한 액수의 미국 무기 구매나 대미 경제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별로 강구하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한일관계를 극단적으로 악화시켰다, 박근혜 정부 때 체결하였던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서 인정하지 않았고, 태평양 전쟁 시 강제 징용된 노동자와 관련하여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일본이 무역제재를 가하자 이전 박정부 때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안보분야로 확산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하여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잦았으나 북핵이라는 공통위협을 가진 한일 양국의 군대가 제대로 협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동맹 및 군사협력은 “하”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2) 위협감소 노력
문재인 정부는 위협감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하였다. 북한과의 관계개선, 특히 북한의 자발적인 비핵화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였고, 남북 정상 간에도 판문점과 평양에서 3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또한 “균형외교”라는 명분으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3불(不) 1한(限)” 즉 주한미군의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사드(THAAD)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의 운영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동안에 북한의 위협은 오히려 증대되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폭발적으로 생산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 공격용인 대륙간탄도탄(ICBM)과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한국 공격용인 단거리탄도탄(SRBM)을 집중적으로 증강하였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의 간섭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어떻게 되었든 임기 중 북한의 도발은 없었고, 중국과도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분명하다.
위협감소 노력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는 “중”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3) 정부
외교적 노력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 제거에 치중하느라 문재인 정부의 안보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지도급 인사들은 안보보다는 국내정치적인 유불리를 더욱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고, 따라서 국내정치적인 시각에서 안보정책을 결정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통령실에 반미 및 반군 성향을 가진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대거 보직된 상태에서 이들이 한미동맹이나 한일관계에 관한 제반 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북핵 위협이 심각해지는 상황은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전시 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환수할 것을 요구하였고, 군 장성들의 진급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육성하기보다는 정치권에 순종하는 군대로 만들고, 그 결과 군의 전문성을 심각할 정도로 약화시켰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핵민방위 활동은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자체의 안보노력은 “하”로 평가하고자 한다.
(4) 군대
문재인 정부 동안 한국군은 북핵을 비롯한 외부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많았다. 북핵 대응을 위한 대응전략이나 조치를 강구하지도 않았고, 북핵 대응 업무수행 체제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다. 전력증강은 지속하였지만 대부분 박근혜 정부에서 계획했던 무기체계(F-35 전투기, 공중급유기, 고고도정찰기 등)를 획득하는 수준이었다. 병영과 관련해서도 훈련 등의 본질적 임무수행태세 향상 노력보다는 병사들의 불평불만을 해소하거나 병영의 민주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문재인 정부의 5년 동안 한국군의 전투준비태세는 다소 낮아졌으나 그 동안 정착되어온 전문직업주의가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중하”로 평가하고자 한다.
(5) 국민
문재인 정부의 경우 외교적 북핵 해결 약속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약화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미국의 하와이와 일본의 동경에서는 나름대로 핵민방위 체제를 구축 및 적절하게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북핵 위협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한국 국민들은 핵민방위에 관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불안한 안보정책에 다수의 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줄곧 강화해왔다는 점에서 국민 전체의 안보수준이 결정적으로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국민은 “중하”로 평가하고자 한다.
(6) 안보체제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에 국가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체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설치한 안보실을 그대로 유지하였지만, 이것을 국가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대북 화해정책의 증진을 위한 기구로 활용하였다. 국정원도 그러한 방향으로 활용하였고, 군도 대통령실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는 형태였다. 외교부장관은 4강 외교와 상관없이 임명되었다. 다만, 안보실 체제 자체를 파괴시키지는 않았고, 보수정부 8년 동안 정착된 안보업무 수행체제가 어느 정도는 잔존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체제도 “중하”로 평가하고자 한다.
(7) 지도자의 안보정책 성향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심각했던 요소가 대통령의 안보정책 성향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보다는 남북관계 개선만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한미관계가 형식적으로 흘러간 것이나,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 부분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지도자 안보정책 성향은 “하”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평가
종합적으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 방향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신기루에 집착하여 외교 등의 외부지향적인 노력이나 내부지향적 노력이 모두 등한시되었고, 국가안보를 위한 체제나 지도자의 성향도 매우 불안하였기 때문이다. 그 평가결과는 다음과 같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외교적 비핵화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북한의 핵위협 증강을 견제하지 못하여 북한으로 하여금 아무런 제재 없이 핵 및 미사일 전력을 증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미동맹의 경우에는 후반기에는 어느 정도 교정을 하였으나 한일관계는 아무런 대안 없이 악화시켰고, 따라서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에게 심각한 북핵 위협, 불안한 한미동맹, 특히 소원해진 한일관계 회복이라는 쉽지 않는 안보과제를 남겨주고 말았다. (이어 “2022년 안보결산2”로 게재됩니다.)
글/박휘락 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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