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시진핑도 앞다퉈 회동…'국제 왕따'가 '인싸' 됐다 [2022 후후월드⑧]
⑧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37)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의 한 해를 보낸 국제 인물 중 하나다. 올 초만 해도 서방 지도자로부터 외면 당하는 ‘국제 왕따’였지만, 연말엔 광폭 외교 행보로 ‘글로벌 인싸(인사이더, 핵심·주류 인사)’가 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의혹과 함께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9년 “(빈 살만 왕세자를) 따돌림받는 신세로 만들겠다”고 했고, 지난해 초 취임 후에도 그를 멀리했다.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하면서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그런데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거대 산유국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이 다시 커졌다. 서방 정상들은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러시아 의존을 낮추기 위해 사우디 문을 두드렸다. 지난 3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사우디를 방문했고, 7월에는 바이든 대통령도 자존심을 접고 관계 회복을 위해 빈 살만 왕세자를 찾아갔다.
이후 빈 살만 왕세자는 프랑스로 날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는 등 더는 ‘왕따’가 아님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지난달에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등에 연달아 참석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을 방문해 수십조 돈 보따리를 푸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였고 한국에 약 50년 만의 ‘중동 드림’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런 빈 살만을 두고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그가 세계 무대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고립무원 탈피에만 만족하지 않고 국제 관계의 판을 새로 짜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70년 넘는 밀월 관계였던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과는 밀착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삼각관계를 조성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원유 증산은 거부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으로 환대했다. 중국과 수십조 원대 투자 계약까지 맺었다. 이 계약에는 미국이 강력하게 제재한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 기술까지 들어 있었다.
미국은 “사우디와 관계가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카슈끄지 암살 소송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등 파국을 막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3년에도 미·중 갈등 국면에서 키 플레이어 역할을 시도할 거라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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