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때부터 먹었다는 '이 국밥'…경기도 최고 겨울 소울푸드는

백종현 2022. 12.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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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울수록 여행도 든든하게 속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경기관광공사 선정 ‘겨울의 맛’ 여행지 중 네 곳을 추렸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곤지암 소머리국밥, 쫄깃한 면발과 바지락이 어우러진 화성 바지락 칼국수, 다양한 재료가 섞여 얼큰한 맛을 내는 의정부 부대찌개 등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음식에 깃들어 있다.


장터의 패스트푸드 - 용인 백암순댓국


돼지 뼈와 고기를 넣고 푹 고아낸 육수. 여기에 담백한 백암순대가 곁들여지면 맛있는 순댓국이 완성된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120여년간 이어져 온 용인 백암장은 한때 하루 150마리가 넘는 소가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큰 우시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시장통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은 순댓국이다. 빨리 먹을 수 있고 포만감도 커 시장 상인에게는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백암순댓국은 질 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장사꾼에 의해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백암순댓국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식용 비닐이 아니라, 돼지의 작은창자로만 순대 껍질을 만든다. 유독 채소 비중이 높아 순대의 식감이 부드러운 것도 특징이다. 국물이 안으로 잘 스며드는 구조여서, 순댓국에 잘 어울린다. 백암순댓국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암우체국 인근에 순댓국 전문점이 모여 있는 백암순댓국거리가 형성돼 있다. 매월 1일과 6일, 11일과 16일, 21일과 26일에 열린다.

백암순대는 채소 비중이 높아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얼큰한 감칠맛 - 의정부 부대찌개


스팸과 소시지, 다진 쇠고기와 고추장을 푸짐하게 넣어 끓여 먹는 부대찌개. 사진 경기관광공사
부대찌개는 햄(스팸)과 소시지, 다진 쇠고기에 김치, 고추장 따위를 곁들여 끓인 음식이다. 1960년대 의정부 미군 부대 일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어서 ‘부대찌개’라 이름 붙었다. 원조로 통하는 62년 전통의 ‘오뎅식당’ 주변으로 부대찌개 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지금의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됐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앞,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는데 대부분이 30년 이상 역사를 헤아린다.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지만, 가게마다 맛은 다르다. 얼마나 오래 숙성한 김치를 쓰는지,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긴다. 부대찌개의 역사와 문화가 궁금하다면 먹자골목 입구의 퓨전문화관광 홍보관을 방문할 것.

의정부의 부대찌개 거리. 의정부중앙역 인근에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바다 향 듬뿍 - 화성 바지락 칼국수


바지락을 넣은 칼국수는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화성 앞바다는 썰물 때면 최대 4㎞까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갯벌 천국이다. 갯벌이 발달한 제부도와 궁평리 일대에 바지락을 다루는 식당이 몰린 배경이다.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궁합이 좋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바지락과 갖은 채소를 곁들이는 바지락 칼국수가 대표적이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진입로와 제부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줄지어 있다. 해 질 녘 찾으면 칼국수 한 끼 식사와 함께 해넘이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제부도 서쪽 해안 전체가 일몰 명당이다.
화성 제부도 유원지 앞으로 바지락 칼국수를 내는 횟집이 몰려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고단백 겨울 보양식 –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려 내는 소머리국밥. 사진 경기관광공사
칼바람에 움츠러든 어깨와 헛헛한 속을 달래기에 국밥만 한 것도 없다.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인스턴트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제법 역사가 길다. 조선 시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는 설도 있고, 1980년대 초 곤지암읍에 있던 한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는 설도 있다. 경강선 곤지암역 인근 대로변에 소머리국밥집이 모여 있다.

광주 곤지암역 앞 곤지암천을 따라 소머리국밥 거리가 형성돼 있다. 사진 경기관광공사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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