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됐는데 학부모들 "다행"…조희연의 '디벗' 뭐길래

전민희 2022. 12.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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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발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삭감되면서 조희연 교육감이 주력했던 디지털 교육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학생에게 태블릿PC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디벗’(디지털+벗)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교육계에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교육청‧교사는 “디지털 교육 후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학부모들은 “다행”이라는 환영 분위기다.


고1에 태블릿 지급 계획 무산 위기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삭감으로 중1에 이어 고1에게 '무상태블릿'을 지급하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청은 지난 4월부터 학습용 태블릿PC를 무상 지급하는 디벗 사업을 시작했다. 학습 결손을 해소하고 미래 교육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올해는 620억원을 들여 서울 내 모든 중학교 1학년에게 7만4701대, 중등 교사에게 1만7887대를 나눠줬다. 2025년까지 3127억원 예산을 투입해 모든 중‧고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교육청 예산을 5688억원 삭감하면서 전자칠판과 디벗 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월 1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사업 추진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청‧교사 “디지털 교육 후퇴 우려”


서울교육청은 “디지털 대전환으로 세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교과서 보급과 인공지능(AI) 보조교사 활용은 교육부의 국정과제”라며 “(예산안 삭감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서울 교육 발걸음이 더뎌지게 됐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교사들 중에서도 태블릿PC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영어 교사는 “디벗이 있으면 학생이 교과서를 안 가져와도 e-북(전자책)으로 수업을 듣는 게 가능하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대만‧뉴질랜드 학생들과 1대 1 회화 수업도 할 수 있었다”며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선생님이 디벗 활용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중1 교사를 대상으로 디벗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720명)의 78.9%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교사들은 디벗 활용 장점으로 “아이들이 잠을 자지 않고 수업에 흥미를 느낀다”,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등을 꼽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28일 오후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 배부 현장인 서울 서대문구 KT플라자 가좌역점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앱을 시연해보고 있다. 뉴스1


학부모 “골칫덩어리 디벗 제동 환영”


반면 학부모들은 디벗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1 학생에게 나눠준 태블릿PC가 가정에서 갈등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1 아들을 키우는 김모(48‧서울 서초구)씨는 “아이가 SNS‧유튜브 보는 걸 막느라 올 한 해 전쟁을 치렀다”며 “스마트기기 중독이 우려돼 초등학교 때까지 스마트폰도 안 사줬는데, 학교에서 태블릿PC를 나눠주다니 어이가 없다. 이미 중1에게 나눠준 기기도 수거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1 아들을 둔 또 다른 학부모는 “스마트 기기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게 무슨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보안프로그램을 무력화시켜 집뿐 아니라 학교에서 점심시간‧쉬는시간을 이용해 게임하는 애들이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중3 아들을 키우는 이모(50‧서울 관악구)씨는 “내년엔 고1에게도 태블릿PC를 준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무산됐다니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예산 확보에 실패한 교육청은 현재 중1이 사용 중인 태블릿PC는 학년이 바뀌어도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이월된 예산을 활용해 내년도 중1의 70%에게 무상 태블릿을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김남희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최근 각 중학교에 우선 추진 학교를 모집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나머지 30%는 2023 추경 예산을 확보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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