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빼앗길 미래
“로봇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한 기계다. 인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AI와 로봇이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많아지면,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 줄어들게 된다. 인간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고, 생활 습관이나 문화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IT 분야 관련 칼럼을 써달라고 하자 오픈AI의 ‘챗GPT(ChatGPT)’는 몇 가지 주제를 던져줬다. ‘AI와 로봇이 우리의 일과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선택하자 내놓은 결과물 중 일부가 위의 글이다. 다소 딱딱한 문체에다 동어반복, 단순 정의 나열 등의 한계점은 있었다. 하지만 주제에 맞춰 완성한 ‘인간에 대한 경고성 글’은 직업의 미래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국내 한 대기업의 가전제품 생산공장은 AI를 탑재한 로봇이 대부분 작업을 맡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AI·로봇으로 대체했다. AI·로봇 도입 이후 생산력이 크게 향상됐고, 인간이 종종 저지르던 실수도 사라졌다고 한다. 로봇이 어떤 이상 현상으로 ‘실수’를 저지를 것 같다면, 몇 분 전에 이를 예측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인간에게 알림을 보내기도 한다. 미래까지 내다본 뒤 행동하는 AI와 로봇은 ‘결점이 많은 인간’이 경쟁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혹자는 인간이 새로운 직업을 창조해낼 것이기에 AI와 로봇이 빼앗은 일자리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말한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농민과 수공업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들은 곧 공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공장 자동화 과정에서 사라진 일자리는 서비스업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어지기 때문에 낙관적 미래를 그려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생산공장의 기존 노동자들이 맡은 대체 일자리는 AI와 로봇을 살피고 관리하는 업무였다. 인간이 ‘생산 보조재’ 역할로 물러났다. 미래 일자리는 인간의 일을 빼앗은 AI·로봇이 멈추지 않게 돌보는 일인 것이다. ‘생산 주체’로서의 인간은 종말을 선언받은 게 아닌지 비관적인 미래가 그려진다.
AI는 창작의 세계에 발을 디뎠고, 인간에게 큰 좌절감을 줬다. 미국의 한 유명 잡지사는 지난 6월 전 세계 잡지 중 처음으로 AI가 그린 그림을 표지로 활용했다. 사람이 각종 아이디어를 모으고 구상한 뒤 수일 동안 그려내야 했던 그림을 이 AI는 키워드 몇 가지를 넣자 단 20초 만에 완성했다. ‘미드저니’라는 AI 프로그램은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미술대회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에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바꾸는 후작업만 하면 그만이다. 창작 영역에서마저 인간은 AI가 더욱 완벽해지도록 돕는 보조 역할로 끌어내려졌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와 같은 창의적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안전할 것이라던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기자라는 직업의 위태로움도 짙다. 지금도 AI는 육하원칙에 맞는 팩트를 몇 가지 인지하면 곧바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완성시킨다. 온라인에 쏟아지는 기사의 수만큼 AI는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학습할 것이다. 그런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인간 기자’의 기사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어떤 능력을 발전시켜야만 AI에 일을 빼앗기지 않을지, 경쟁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AI가 기자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AI는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기능과 자동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AI는 생각과 감정, 의견, 입장 등의 지적 요소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지적 요소가 필요한 기사를 작성할 때는 AI가 기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AI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챗GPT가 내놓은 짧은 위로다. ‘아직’ ‘수 있다’ ‘~할 때’와 같은 단어가 섬뜩하다.
전성필 산업부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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