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최장 지각 처리 중에도 지역구 잇속 챙긴 의원들

2022. 12. 2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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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시한을 22일 넘겨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반영되는 구태가 반복됐다.

이러니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 지역구 챙기려고 쇼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항목을 찾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총액을 줄이고, 그에 해당되는 만큼을 지역구 SOC 사업으로 돌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예산 심사가 매년 반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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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새벽 0시 55분께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시한을 22일 넘겨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에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반영되는 구태가 반복됐다. 정치권은 지난 9월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부터 불필요한 선심성·일회성 예산을 줄이고 경제 회생과 민생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약속을 앞다퉈 내놨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최장 지각’이라는 오명을 떠안으며 간신히 처리된 예산에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 예산을 지역구에서 표를 얻기 위한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의원들의 예산 나눠먹기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새해 예산에서 총지출은 지난해보다 5.1% 늘었다. 여야는 당초 정부안에서 4조6000억원을 삭감했지만 마지막 합의 과정에서 3조9000억원을 다시 늘렸다. 미래 대비 첨단 산업 육성 및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여야가 전략적으로 협상했던 분야의 증액이 많았다는 설명이지만 뜯어보면 그게 다가 아니었다. 철도·도로 건설 등 전형적인 지역구 예산이 들어있는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에서 무려 1조5000억원이 증액됐다. 대전∼당진 고속도로, 김천∼구미 및 문경∼김천 도로 건설 등에 정부안에 없던 예산이 수백억원 새로 편성됐다. 춘천∼속초 및 별내선 전철 등은 올해 예산을 모두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정부안보다 약 200억원씩 증액됐다. 이런 예산 나눠먹기 및 막판 끼워넣기는 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거나 실세로 통하는 의원들에게 집중됐다. 지역구 예산을 따는 것이 정치인의 능력으로 간주되는 후진적 정치문화의 폐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 된 것이다.

이러니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 지역구 챙기려고 쇼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항목을 찾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총액을 줄이고, 그에 해당되는 만큼을 지역구 SOC 사업으로 돌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예산 심사가 매년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여야의 실세 의원들이 먼저 자기 몫을 챙기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예산결산위원회 소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쪽지’를 반영한 민원성 예산이 합의된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누가 어떻게 지역구 예산을 늘렸는지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쟁을 벌이며 예산안 합의를 미루다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밀실에서 적당히 야합하는 정치는 유권자들의 불신과 냉소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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