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도서관’ 인기… 우정과 환대로 주민에게 다가가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사명의교회(김승준 목사) 1층에 자리 잡은 ‘작은도서관 나비’에 들어서자, 예닐곱 살로 보이는 여섯 명의 아이들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뗀 채 그림책 활동가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따금 질문을 던져가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들은 아이들 뒤에서 함께 이야기를 듣거나 도서관 뒤편 교회 카페에서 담소를 나눴다.
김승준(51) 목사는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책 읽어주는 도서관’은 우리교회 상징”이라며 “아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어울리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명의교회는 3년 전 작은도서관을 개관해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 ‘그림책 낭독회’ 같은 다양한 독서 모임을 열며 지역 사회와 소통했다. 도서관 앞 15평(약 49.59㎡) 공간은 주차장 대신 잔디밭을 만들어 지역 주민과 성도를 위한 음악회를 열거나 소규모 캠핑장 등으로 활용했다.
교회 본질을 ‘예수님 닮은 사람들의 공동체’, 영혼 구원에서 한층 더 나아간 ‘우정과 환대의 장이 되는 교회’라 생각하기에 펼치는 사역이다.
김 목사 옆에 있던 김신애(44) 사모는 “다양한 계층의 성도와 지역 주민이 어울리는 그림책 독서 모임은 전도의 기회로 이어지는 건 물론 참여자들이 가족과 인생, 꿈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춰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눈다”며 “간증과 같은 삶의 감동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 말씀도 더 풍성하게 나눌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거들었다.
사명의교회는 한광수 원로목사가 7명의 성도와 함께 1983년 시작했다. 2012년 한 목사가 은퇴와 동시에 인도 선교사로 가면서 교회는 후임 목사 위임 문제로 두어 차례 부침을 겪었다. 2016년 청빙을 받아 부임한 김 목사는 하나님, 이웃과의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성도를 섬기며 2018년 담임목사로 위임받았다.
김 목사는 “부임하면서 그림책 모임을 시작했고, 그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소통한 결과 성도들의 헌신으로 작은도서관을 열게 됐다”며 “그림책 프로그램과 독서 모임 등을 진행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뜻한 분위기에 선별된 좋은 도서, 프로그램이 주변에 소문이 났고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이 됐다”면서 “현재 도서관에는 신앙이 없어도 봉사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난 5월 작은도서관 개관 3주년 기념 음악회에는 지역 주민 160여명이 교회를 찾았는데, 대부분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들이었다고 했다.
이는 ‘교회는 공동체’라는 김 목사의 목회 철학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우정과 환대로 영혼을 구원해 제자 삼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성도와 지역 주민에 다가갔고, 사람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예수를 닮은 사람’의 본질은 예수님의 마음으로 서로 잘 지내며 소통하는 좋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며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전 교인이 가족처럼 잘 지내는 ‘공동체 중심의 교회’를 추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들만 천국 가려 한다’며 교회를 오해하고, 일방적으로 전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교회 밖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요한 건 ‘공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나치게 종교적으로 다가가기보다 믿지 않는 이들과 삶의 고민을 나누며 공감하고, 어울리며 격려하고, 따뜻하게 맞아주면서 서로 섬기는 교회의 모습으로 예수님을 전하고 싶다는 게 김 목사의 생각이다.
실제 사명의교회 성도들은 작은도서관 외에 주변 초등학교의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 모임 등을 자원봉사로 섬기며 지역 사회의 고민을 들으려 한다. 단순한 봉사 활동에 그치지 않도록 마음이 열린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고, 제자로 만들려는 노력도 한다.
김 목사는 “우정과 환대의 모임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연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적절한 매개체가 필요하더라”며 “내년부터 더 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며 사람들을 교회 소그룹(목장)에 초대해 교회 공동체의 참맛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사명의교회는 ‘가정교회’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걸 단기 목표로 세웠다. 가정교회는 목자를 중심으로 6~12명이 매주 각 가정에 모여 예배, 교육, 교제, 전도와 선교 등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셀’(세포)과 같은 ‘공동체’다. ‘주일 연합예배’ ‘목장모임’ ‘삶 공부’ 등 세 축으로 구성되며, 신약교회 원형인 ‘공동체교회’ 회복을 추구한다. 함께 예배하고, 삶을 나누면서, 제자훈련 과정을 통해 성도들을 이끄는 것이다.
김 목사는 “종교적 신념이나 믿음을 강조하는 게 필요하지만,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먼저 우정과 환대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며 “대화가 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진심 어린 섬김의 모습을 따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님을 믿으면 연약해도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결국에는 함께하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는 목회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수원=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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