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북핵 대응 ‘담대한 구상’으론 부족…실행 옮길 결기 있어야

2022. 12. 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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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새해 외교전략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여소야대 국회와 낮은 지지율로 인해 허니문 기간을 누리지 못한 채 7개월이 지났다. 대외 환경은 포스트 탈냉전 시대 복합대전환 소용돌이 속에 매우 불확실하다. 북한은 역대 최대인 연 63회 미사일 실험, 전술핵 배치·훈련, 대륙간탄도탄 화성-17호 발사 성공 등 군사적 도발과 함께 거의 제약 없는 핵 선제 사용을 규정한 핵무력정책법을 발표함으로써 핵 위협을 크게 높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이 된 가운데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이 우려된다.

코로나19 후유증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에너지·자원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미국의 급격한 이자율 인상에 따른 금융 혼란, 개도국 부채 문제 등이 세계적 경기 침체를 위협한다. 미·중 관계는 지난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투자 통제처럼 첨단 신기술과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 북핵 문제는 이제 ‘관리’ 넘어 ‘해결’ 위한 외교력과 결단 필요
미·중 갈등에는 한·미 동맹 중시하되 독자적 전략 공간 찾아야
우리 위상에 맞는 창의적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필요
동력 얻은 한·일 관계, 셔틀 정상외교 부활해 관계 정상화해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졌고 국제사회의 흐름으로부터도 유리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교의 방향 전환을 택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중점을 두어 북한·중국과의 관계에 치중한 전임 정부와 달리, 시야를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로 돌려 국력에 걸맞은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을 추구하였다.

대외 환경 올해보다 더 어려워져

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미·중 대립 속에 안미경중(安美經中·한국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삼아 한·중 관계를 상호 존중·협력에 기초해 관리하겠다는 입장은 큰 변화다. 북핵과 대중 정책 차이로 불협화음을 겪던 한·미 관계를 동맹의 포괄적 강화와 외연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켰다. 동시에 ‘잃어버린 10년’의 한·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지난 11월 3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열었다. 강제동원 문제 해법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입장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겠지만, 해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긍정적 변화다.

반면 한·중 관계는 수교 30주년임에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사드 보복 지속에 한국의 외교 방향 선회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겹쳐 냉랭한 상태다. 한·러 관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에 우리가 일부 동참하면서 거의 동결 상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해서는 2018년 미·북 핵 교섭 이래 휴면 상태였던 한미확장억지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미국 전략자산의 수시 전개, 한·미·일 간 북한 미사일정보 실시간 공유 등으로 대응하였다. 경제안보·가치외교·다자외교에서도 지난 8월 칩4 반도체협의체 참여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윤석열 외교가 대선 공약과 정부 정책을 착실히 실행에 옮겨 긍정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정책 집행의 일관성, 정책 통제 기능, 메시지 관리, 대국민 홍보, 의전 문제, 초당 외교 추구 면에서 문제가 없지는 않다. 아직 방향 전환의 초기 단계이며, 이에 따른 비용과 부담이 본격화하기 전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23년은 대외 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지고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한 외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요소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핵 공유 등 북핵 대응 플랜B 마련해야

첫째, 북핵 문제는 이제 ‘관리’를 넘어 ‘해결’을 위한 결기가 요구되는 시점으로 대응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세 차례 북핵 위기 때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속임수에 같은 말(馬)을 세 번이나 사는 실수를 범하면서 북한은 ‘사실상 핵무장 국가’에 근접했고 비핵화 기회의 창은 거의 닫혀가고 있다. 북핵 문제는 세계 10위권 5개국이 최빈국 북한이라는 실체를 제대로 못 다룬 21세기 국제정치의 최대 모순이다. 북한이 2~3년 내에 생존에 압박을 받아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에 이르게 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핵 군축으로 바뀔 우려가 크다. ‘담대한 구상’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를 실행에 옮길 외교력과 결기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를 우선하는 미국이 북핵 문제에도 비슷한 의지와 자원을 배분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현 경로를 방치하면 동북아 핵 도미노를 가져와 중국의 장기 이익을 해한다는 점을 구체적 행동과 조치로 보여줘 미·중 갈등에 북핵 문제를 이용하고 있는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

또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게 하는 제재 회피 수단을 막는 국제 공조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동시에 플랜B로서 나토식 핵 공유, 한·미, 소다자 핵기획그룹, 전술핵 재배치, 일본형 핵무장 능력 보유, 핵무장 등 억지력 강화와 미사일 방어 증강 등에 관해 심도 있는 국내 공론화가 필요하다. 1980년대 나토의 이중 결정과 유사하게 북한 비핵화 시 철거 조건부로 전술핵을 향후 2~3년 뒤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북 억지 실효성을 높이고 중국과 북한의 비핵화 교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남북 관계도 북한이 대화 의사를 보이면 응하되, 국내 정치적 고려에서 서두르지 말고 원칙에 따라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한·중 관계

둘째, 미·중 대립 속에 우리 입장을 일관성 있게 견지해야 한다. 시진핑 3기의 중국은 ‘붉은 중국’으로 후진하면서 경제·사회 문제가 깊어질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선방한 바이든 정부도 국내 분열과 하원 상실로 입법 부담을 안고 있다. 11월 미·중 정상회담도 문제 해결보다 관리에 치중하여 대립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점을 말과 행동으로 꾸준히 보여야 한다. 이는 ‘미국 일변도’는 아니며, 사안별로 국익·원칙·가치에 따른 복합 대응을 통해 독자적 전략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입장의 국가들과 연계를 강화해 교섭력 확충과 미·중 갈등 완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셋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대 유럽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나, 국제 평화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서 동아시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한국전쟁 때 국제사회에 대한 빚과 향후 한반도 유사 사태 발생 시 국제사회의 지원 확보 측면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으로 경제 타격이 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방법은 다양하다.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고려하면서도 우리의 위상과 입지에 맞는 창의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동력을 얻은 한·일 관계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핵심인 강제 동원 문제는 지속가능한 최종적 해결을 보장할 방안을 추구해야 하므로, 피해자와 야당을 포함한 폭넓은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양국 정권 모두 낮은 지지율로 정치적 결단이 쉽지 않으므로 서두르지 말고 착실히 다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투 트랙 접근으로 협력을 착실히 진전시켜 상호 신뢰를 회복하여 내년 상반기에는 셔틀 정상 외교를 부활해야 한다.

가치 외교에 대한 보복 견뎌내야

다섯째, 경제안보에 대하여도 구체적 대응책을 진전시켜야 한다. 현재 분야별로 개별 입법에 규정되어있거나 아직 입법이 없어 기업들의 대응에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경제안보의 대상 분야와 추진 방안을 특정하고 부처 간 협업 체제와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통합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별한 배려가 요구된다. 또 다양한 소다자 협력 체제 구축을 선도하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되, 미국 우선주의나 과도한 대중 견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중국의 보복 가능성 대비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

여섯째, 가치 외교를 추진하면서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신장위구르,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해 인권 결의에서 보인 갈지자걸음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가치 외교는 이에 따르는 단기적 비용과 궁극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치밀하게 비교하면서, 이러한 가치를 우리 국익의 한 요소로 포함했으면, 이를 견딜 체제와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또 양자 차원의 압력은 다자 연대를 통한 일관성으로 견뎌내야 한다. 충분한 평판을 얻기까지 비용을 감내할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

여러 요인이 초연결성으로 복합 작용하여 위기가 연속되는 복합위기 시대다. 윤석열 외교가 안정된 출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복합위기에 대응할 탄력성을 갖추어야 한다. 외교·안보체제의 통합성을 강화하고, 대외 메시지를 철저히 관리하며,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뒷받침할 외교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거친 항로에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실사구시에 철저해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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