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위기의 대중 교역, 고부가 서비스로 넘어서야

2022. 12. 2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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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1961년 이후 2% 미만 성장은 4번에 불과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수출은 경제 회복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444억 달러로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 수출액은 일본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였지만, 이제는 일본과 1000억 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동향을 살펴보면 세계 대부분의 국가·지역에 대해 양호한 수출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유독 중국과 홍콩에 대해서는 침체와 감소로 일관하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 증가율을 크게 하회하더니, 하반기 이후 마침내 마이너스 실적으로 돌아섰다. 3분기에는 한 자릿수로 수출이 악화하더니 4분기에는 두 자릿수로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입가가 인상되면서 거의 일 년 내내 월별 수입 규모가 두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굳어졌다.

대중국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의 1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국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과 무역수지 적자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1월에만 해도 134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으나 11월에는 11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 올 한국수출, 중국서 크게 위축
친환경 산업서 협력 가능성 커
의료·패션·교육 등도 진출 유망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대중국 수출 부진은 미국발 경제 분리(디커플링)와 수출 통제 요인과 더불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와 쌍순환 전략을 통한 경제 자립화 정책 요인, 고금리와 세계 수요 둔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대중국 수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다수 통상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 이유는 중국을 제조 기반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상 프레임이 다자 중심 자유무역체제에서 동맹국 중심 무역체제로 바뀌었다지만, 중국은 우리 경제와 분리될 수 없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그동안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우리 기업의 현지 투자와 연계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중간재용 거래로 인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견제로 중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금 우리 정부는 반도체 생산설비 가동에 문제가 없도록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통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되, 미국의 기술 견제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산업 협력 구도를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친환경 분야는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환경을 중시하는 시대적 조류로 인해 다른 첨단전략 분야보다 직접적 제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2060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추어 신재생에너지, 그린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친환경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친환경 분야에서 양국이 ‘윈-윈’하는 한·중 산업 협력 기반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범용 상품에 대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고, 애국주의 소비 경향으로 소비재 시장 진출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비재와 서비스 분야가 일부 있다. 의료기기·헬스케어 등 실버산업, 영유아 교육과 패션·밀키트·건강식 등 최근 중국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품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교역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자상거래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고,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해외 상품 유치에 적극적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국내 제품은 전자상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중국 수출전략이 될 것이다.

중국은 표준과 인증 등에서 규제가 심한 국가이므로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줘야 한다. 중국의 복잡한 표준과 인증제도는 비관세장벽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서비스 투자 협상을 통해 중국 시장 접근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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