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가석방 불원” 김경수가 해야 할 일
이유는 다르지만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사면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데 동의한다. 공감이 아니다. 특검 수사를 거쳐 재판받는 과정, 그리고 수감 생활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그가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지사를 특별사면 대상으로 하되 복권은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자로 사면을 단행할 전망이다. 결과가 알려지자 또 한 번 거친 말들이 오갔다. “참 잔인하다. 아무리 묶여있는 몸이지만 사면을 원치 않는다고 했음에도 그마저도 묵살했다”(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는 평가에 “‘친문 적자’라는 셀프 훈장이 얼마나 크고 대단하기에 자신을 전직 대통령과 견주며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다”(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는 반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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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 없는 특별사면 논의에 반발
1ㆍ2심, 대법원 모두 범죄 인정
당사자는 “잘못 없어 반성 못해”
」
김 전 지사의 배우자인 김정순씨가 지난 13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보면 김 전 지사는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양심수 코스프레’ ‘독립투사라는 착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전 지사의 반발은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조건의 사면 논의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거론되면서 내년 5월이면 형기(징역 2년)가 만료되는데 굳이 정치적 균형 맞추기의 대상이 되는 게 싫다는 건 외연이다. 복권 없는 사면은 형기만 줄여주는 것이라 가석방이나 다름없다. 단지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행사할 따름이다.
복권되지 않는다면 김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형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 이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 후보자가 될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바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 사면 논의에 이런 정치적 고려가 담긴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한 특검과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가석방 불원서’에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에 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교정본부에서 펴낸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고 했다. 자신은 죄가 없는데 왜 뉘우쳐야 하냐는 항변이 담겼다.
기억을 몇 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2018년 4월, 뜻하지 않은 사건이 경기도 파주에서 터졌다. 일명 ‘드루킹(김동원씨) 사건’이었다. 경찰과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 결과 드루킹 일당과 김 전 지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에 당시 여권에 유리한 댓글 118만8000여 개를 상단에 노출되도록 ‘댓글 조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모두 인정돼 김 전 지사에게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시연을 드루킹 조직의 사무실 ‘산채’에서 참관하고, 그 개발과 운용을 묵시적으로 동의ㆍ승인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이를 취재하던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소송까지 벌였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김 전 지사는 교도소로 향하면서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가석방 불원서’에 이런 뜻은 다시 담겼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도 “사법절차 안에서 규명하고자 했던 진실은 끝내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김 전 지사가 이토록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건 댓글 조작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검이 연장되지 않고 60일 수사로 끝나면서 김 전 지사 외 연루된 이들이 더 있는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조작이 선거 결과를 바꿀 만큼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혜자는 결국 문 전 대통령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입장만 내놨었다.
사면이 결정되면 김 전 지사는 창원교도소의 문을 나서야 한다. 탐탁지 않다면 그 자신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법도 있다. 형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까지만이라도 ‘가석방 불원’ 입장을 되새겨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될 일이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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