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봉쇄서 180도 바꿨다…'극과 극' 中 방역, 왜 과학이 없나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신경진 2022. 12. 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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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정치국상무위 통해 지휘
2020년 9월 ‘표창대회’ 승리 선언
오미크론에 ‘다이내믹 제로’ 대응
정치리더십·체제우월성 강조 3년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다이내믹 제로(動態淸零, 동적 제로화)’ 총방침을 요지부동 견지하며 중국의 방역 방침과 정책을 왜곡·회의·부정하는 모든 언행과 단호히 투쟁하라.”
올해 5월 5일 열린 중국공산당(중공)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지침이다. 코로나19 청정국을 만든다는 ‘다이내믹 제로’ 정책은 국제적으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제로 코로나는 지난 3월 17일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공식화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이내믹 제로를 견지해 전염병이 확산·만연하는 추세를 서둘러 억제하라”고 말하면서다.

지난 9월 27일 베이징 전람관에서 개막한 10년간 중국공산당의 업적을 전시한 ‘분투전진의 신시대’ 전시회의 코로나19 방역 성과 전시실. “생명지상, 거국동심, 사생망사, 존중과학, 명운여공”이라는 항역정신이 대형 부조로 전시하고 있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에선 코로나 방역을 ‘인민전쟁·총체전·저격전’으로 부른다. 시진핑 주석이 “친히 지휘, 친히 배치(親自指揮 親自部署)”했다. 당사문헌연구원이 ‘19차 당 대회 이래 주요 사건 연표’에 공식 기록했다.

중국 방역의 최고 컨트롤타워는 상무위원회 7인 회의였다. 코로나 발생 이후 공개한 상무위원회 20회, 정치국회의 32회 회의록을 다시 살폈다.


①2020년= “위대한 방역 정신” 승리 선언


중국의 방역은 지난 2020년 9월 8일 ‘전국 코로나 퇴치 표창대회’로 일단락됐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이 위대한 방역 정신을 만들어냈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앞서 76일간의 우한 봉쇄를 해제했던 4월 8일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일상화 방역’을 결정했고 지금도 적용된다.
지난 4월 14일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를 개조한 격리병동 내부에서 한 방역 요원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뒤로 “과학정준·동태청령(科學精准·動態淸零)”이라는 구호가 보인다. AFP=연합


②2021년= 오미크론에 봉쇄 일관


2021년은 평온했다. 정치국회의를 통해 “전염병 예방통제와 경제사회 발전을 통일적으로 계획하라”는 지침만 반복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이 “코로나 기간 중국서 생활한 당신들은 ‘몰래 좋아하면 된다(偸着樂·투착요)’”며 외국 방역을 우회해 조롱했다.
11월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를 보고하며 상황이 돌변했다. 26일 WHO는 그리스 알파벳 열다섯 번째 ‘오미크론’으로 명명했다. 바이러스는 진화했지만 ‘승리’를 경험한 중국식 방역은 바뀌지 않았다. 12월 6일 열린 정치국회의는 “중국은 백 년의 변국과 세기의 전염병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경제 발전은 세계 선도적 위치를 유지했다”고만 했다.
기존 방역을 따라 12월 22일 인구 1300만의 서부 대도시 시안(西安)이 봉쇄됐다. 현지 기자 장쉐(江雪)가 “장안십일(長安十日)”에서 참상을 기록했다.
베이징 중국공산당역사전람관 4층 특별전시실에 전시 중인 조각 ‘전사의 갑옷(戰甲)’ 펑옌징(馮燕京), 2022년 작. 신경진 특파원


③2022년=“흔들림 없이 견지” 봉쇄 지속


해가 바뀌었다. 당국은 2월 4일 개막한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주력했다. 폐막 닷새 뒤 열린 정치국 회의는 경직된 방역을 재천명했다. 3월 오미크론 확산세는 22개월 만에 코로나 상무위원회를 부활시켰다. ‘다이내믹 제로’를 공식화한 첫 회의다.
회의는 “사상의 마비, 전쟁 혐오 정서, 요행 심리, 해이한 마음가짐을 극복하라”며 “전염병을 통제하지 못한 간부는 즉시 기율과 규칙에 따라 조사·처리하고 엄중히 문책한다”고 결정했다. 확진자가 나오면 보건 담당 간부가 경질됐다. 회의 열흘 뒤 상하이를 봉쇄했다. 유전자 증폭검사(PCR), 사재기와 봉쇄는 일상이 됐다.
5월 5일 상무위원회가 재소집됐다. “중국의 방역은 당이 결정했다. 중국은 우한 보위전에서 승리했다. 대(大) 상하이 보위전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6월 28일 우한을 찾았다. “중공이 이끄는 중국은 다이내믹 제로 정책을 실행할 능력과 실력이 있다. 최후의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이 만약 ‘집단면역’, ‘당평(躺平·평평하게 눕기)’ 같은 방역을 하면 후과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7월 28일 열린 정치국회의는 정치를 앞세웠다. “방역과 경제를 종합적·시스템적·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보고 정치 장부를 계산하라(算政治賬)”고 했다. 방역에 정치 개입을 공인했다.
10월 20차 당 대회 연설이 결정적이었다. 5년을 결산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에서 인민 지상주의와 생명 지상주의 원칙과 감염병의 해외 유입과 국내 재확산을 방지하는 원칙, 다이내믹 제로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 중요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④2022년 11월= 민심 폭발, 사라진 ‘코로나 제로’


당의 평가와 민심은 달랐다. 10월 13일 베이징 쓰퉁차오(四通橋)에 PCR 검사와 봉쇄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11월 26일 상하이, 27일 베이징에서 방역을 반대하는 백지시위가 일어났다.
12월 6일 정치국회의에서 비로소 기조를 180도 틀었다. 핵산검사를 축소하고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등 방역 최적화 10가지 조치가 나왔다. 11월 10일 상무위원회까지 등장했던 ‘다이내믹 제로’는 회의록에서 사라졌다.

중국식 방역에는 민주와 과학이 빠졌다. 대만의 국제관계학자 린취안중(林泉忠)은 “중국의 3년 방역에는 ‘덕선생(德先生, democracy)’의 그림자도 ‘새선생(賽先生, science)’의 존재도 없었다. ‘정치 리더십’과 ‘제도 우월성’만 강조했다”고 했다. 덕선생, 새선생은 1919년 오사운동 구호였다.

극과 극을 오가는 중국식 방역은 다른 분야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홍콩 출신 국제정치학자 사이먼 선(沈旭暉) 박사는 “중공이 만드는 정책과 용어는 본질적으로 옳은 듯 틀린 듯 스스로 모순적”이라며 “때에 따라 골문을 옮기기 편하기 때문에, 당권파는 항상 정확한 게 된다”고 했다. 마오쩌둥 모순론의 정반합 철학처럼 ‘제로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를 순식간에 오가는 정책이 언제든 정당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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