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시 주석 ‘몐즈’와 코로나
두 달 전 중국 20차 당 대회의 최대 안건은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 확정이었지만, 정작 세상의 관심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폐막식 날 강제 퇴장에 몰렸다. 진상은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중화권에선 후에 대한 ‘몐즈(面子) 암살’로 보는 견해가 많다. 몐즈, 즉 체면은 중국인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긴다. 이로써 후진타오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셈이 됐다.
코로나로 얼룩진 연말 중국에선 이제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친히 지휘하고 친히 안배하는’ 것으로 선전되던 시진핑 주석의 몐즈 구하기가 한창이다. 초점은 결코 ‘백지 운동’에 밀려 정책을 바꾼 게 아니라는 데 맞춰져 있다. 중국 관방의 논리는 “바이러스는 약해졌고 우리는 강해졌다(病毒弱了 我們强了)”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은 낮아진 반면 중국인 위생 의식은 높아진 결과라는 주장인데 글쎄다.
여기에 코로나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 사망에 대한 정의(定義)까지 바꾸는 해괴한 일을 벌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꾼 배경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당 대회에서 시 주석 다음의 서열 2위에 올라 차기 총리를 예약한 리창(李强)이 시진핑을 설득한 결과란 것이다. 리창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중국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걸 피하자는 거다. 리창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에 코로나19를 보통의 전염병으로 선포할 공산이 크다. 한데 중국만 이를 중대 전염병이라며 계속 봉쇄 정책을 펴면 세계에서 고립되고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빨간 불이 켜진 중국 경제 살리기다. 중국 각 지방 정부의 재정은 장기간에 걸친 봉쇄 정책의 충격 탓에 고갈 상태에 빠졌다. 현재 돈을 찍어 간신히 재정 위기를 넘기고 있는데 내년 봄 정식으로 중국 곳간의 열쇠를 넘겨받을 리창 입장에선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런 점들이 시 주석의 마음을 움직였지 절대로 백지를 든 시위대에 굴복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꾼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리 이면엔 시 주석의 정책은 언제나 무(無)오류라는 입장이 깔려있다. 시 주석의 체면은 조금도 손상될 수 없기에 나오는 행태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공식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포기를 발표한 적이 없다. 이건 무얼 뜻하나. 언제든 상황을 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면 봉쇄’라는 유령이 아직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중국의 하늘을 떠돌고 있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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