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가 완전히 새로운 빛을 입었다
Q : 이집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죠? 디올맨 쇼가 열린 이집트 기자(Giza)는 어떤 곳이던가요
A : 가기 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어요. 출발 전까지도 별로 실감 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피라미드를 보니까 신비함과 위대함이 느껴졌어요. 좋은 기운을 받고 왔습니다.
Q : 오늘 화보 촬영에도 터쿠아즈 컬러 니트를 입었습니다. 쇼장에서도 눈에 띄던데, 어떻게 그런 과감한 선택을 했나요
A : 지난 9월 파리에서 참석했던 디올 쇼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었어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입었을 때 더 예쁜 옷이 있잖아요. 모두의 의견이 이 옷을 입는 쪽으로 통일됐죠.
Q : 다른 활동과 비교했을 때 새롭게 느낀 건
A : 다른 사회나 문화를 경험할 때 시야가 넓어지는 면이 있어요. 틀을 좀 깰 수 있다고 할까요. 항상 새로운 경험은 필요해요. 해외 셀러브리티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도 많고요.
Q : 이집트에서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캠벨을 만난 것처럼요
A : 세상은 정말 넓고,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다른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부분도 있고요. 저도 그들이 신기하지만 그들도 제가 신기하겠죠(웃음). 똑같은 사람으로서 서로를 대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Q : 유럽에서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축구 경기를 보러 가더군요. 좋아하는 것을 일부러 시간 내서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 일상의 환기가 되죠.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으니까요. 마침 파리 생제르맹 경기가 있다니, 파리에서는 운도 좋았어요. “나 네이마르랑 메시랑 움바페 나오는 경기 봤다!”며, 그렇게 또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기는 거죠.
Q : 최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연 것 아닐까 싶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 같던데요
A : 언젠가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어요.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평소에 찍어둔 영상도 하나 둘 쌓이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죠. 휴식 시간에 다녀온 캠핑을 콘텐츠로 올렸던 것처럼.
Q : 캠핑 갈 때 아버지가 장어를 보내주셨더라고요. 왜 장어일까, 궁금했어요.
A : 아버지 고향에 가족과 예전부터 가던 가게가 있어요. 스태프와 멤버들과도 몇 번 간 적 있고 모두 맛있게 먹었던 곳이죠.
Q : 다정하시네요(웃음). 영화 〈데시벨〉에서 전태룡 역으로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정식으로 출연한 첫 영화인 만큼 촬영현장을 비롯해 느낀 게 많을 것 같아요
A : 많이 배웠어요. 한 신을 찍기 위해 카메라 감독님과 여러 번 대화를 나누며 카메라 각도까지 모니터하는 걸 보며 정말 작업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시사회 때는 가족과 아스트로 멤버들도 와줬고요.
Q : 지금 가장 기대되는 것은 12월 30일 방영을 앞둔 드라마 〈아일랜드〉가 아닐까 해요. 김남길, 이다희 배우와 함께한 판타지 퇴마물이죠
A : 촬영은 마친 건 좀 됐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긴장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차분해졌어요.
Q : 판타지와 액션이 뒤섞인 장르라 흥미로워요. 바티칸에서 요괴를 처치하기 위해 탐라(제주)로 온 사제, 요한 역할입니다
A :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은근 기대돼요. 액션을 비롯해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를 사용하는 게 어떻게 나올지, 그런 모습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요.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 아무래도 장르물은 참고하게 되는 작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캐릭터를 쌓아갔나요
A : ‘나도 이렇게 해야지’는 아니더라도 의상이나 기도하는 장면 등 참고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는 했죠. 〈콘스탄틴〉은 당연히 봤고, 김남길 형이 출연했던 〈열혈사제들〉을 보며 사제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기도 했어요. 물론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요(웃음). 반(김남길), 미호(이다희), 정염귀까지. 요한은 무겁고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밝게 분위기를 풀어주는 매력도 있는 캐릭터예요.
Q : K팝과 K드라마를 좋아하는 사제라는 설정도 흥미로워요. 실제로 차은우는 K팝 아티스트이자 해외에서 인기 높은 K드라마 주연으로 출연한 당사자니까요
A : 그런 특징이 대놓고 드러나는 게 아니라 더 재미있었어요. 예를 들어 구마 의식을 할 때 K팝을 듣는 식이죠. 감독님께서 너라면 어떤 노래를 들을 것 같냐고 물으시길래 아스트로 노래 틀어달라고 장난을 치기도 했어요.
Q : 돌아보면 2022년에는 무대에도 많이 올랐습니다. 콘서트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일본, 한국을 거쳐 개인 팬 미팅 투어까지
A :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오랜만에 팬을 만난 거라 뜻 깊었어요. 2~3년 만에 만났으니까요. 다양하게 활동하지만 무대에 서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Q : 일본 팬 미팅에서는 4회에 걸쳐 3만 명 넘는 관객이 모였다고요
A : 넓은 객석에 팬들이 차 있는 걸 보면 든든해요. 내가 열심히 해온 것에 보답을 받는 기분도 들고 벅차죠. 신기하기도 하고요.
Q :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계속 느껴집니다. 개인 유튜브 첫 콘텐츠도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인 페더 엘리아스와 함께 노래 부르는 거였어요. 음악적으로도 조금 더 확고해진 게 있나요
A : 특별히 이런 음악을 해야겠다는 건 없어요. 그때그때 좋아하는 음악도, 하고 싶은 것도 달라지거든요. 다만 마음이 가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실천해 보려고요. 페더 엘리아스도 한국에 왔을 때 일정을 조절해서 만났어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시도해 봐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Q : 양희은 선생님과 직접 피아노를 치며 ‘가을 아침’을 부른 건 의외의 선택이었어요
A : 2021년 〈가요대제전〉 때였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해보자, 도전해 보자고 권유하면 피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을 믿으니까요
Q : 도전을 피하지 않는 당신도 결심을 내리기 어려웠던 일이 있었다면
A : 글쎄요. 캠핑 가는 거(웃음)?
Q :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무대 아래로 내려왔을 때 허무감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어떻게 그 순간을 견디나요
A : 그런 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다만 그런 감정을 오래 파고들지 않아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든, 바람을 쐬든 긍정적으로 이겨냅니다. 일정이 없는 날도 운동하거나 누구를 만나며 스스로 가만두지 않는 편이에요. 그러면 뭔가 느낄 틈이 없기도 해요.
Q : 지금 촬영 중인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통해 수학 교사로 변신해요. 학생이었다가 교사가 된 셈인데 어느 쪽이 더 편하던가요
A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나 〈여신강림〉 때는 지금보다 어리기도 했고, 아무래도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상하다 보니, 학생 역할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지금은 선생님 ‘패치’가 된 상황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상상해요.
Q : 학창시절 모범생이었잖아요. 좋은 선생님을 만났나요
A : 많이 만났어요. 제가 선생님들을 잘 따르는 편이기도 했고요. 중학생 때 교무부장이었던 선생님은 제가 중 2 때 전근 가셨는데 고등학교에 가니 또 그곳에 계셔서 각별하기도 했고, 중 1 때 선생님 한 분은 친구 몇 명과 함께 다같이 놀러가 냇가에서 가재를 잡기도 했어요. 학교를 벗어나서 만든 추억들도 꽤 돼요.
Q : 첫 번째 개인 사진전도 예정돼 있습니다. 〈아카이브〉라는 제목이에요
A : 올해 LA와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하와이를 여행으로 다녀왔거든요. 스케줄이 아닌 일로 해외를 다녀온 건 처음이었어요. 회사에서 사진 많이 찍어오라고 카메라랑 필름을 많이 챙겨 주시더라고요(웃음). 그 외에 팬 미팅 투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도 많고요. 그 사진을 어떻게 선보일까 고민하다가 사진전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수익금을 기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일사천리로 결정됐어요.
Q :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A :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이동할 때 직접 운전했는데 사막을 운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마음에 들어요. 주유할 때 자연스럽게 찍힌 사진도요. 미국 주유소는 카드 결제를 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는 걸 아셨나요? 저는 몰랐거든요. 결제가 안 돼서 ‘멘붕’ 왔다가 옆에 다른 운전자에게 물어서 알았어요.
Q : 부드러워 보이는 한편 승부욕도 강하고 욕심도 있는 성격이죠
A : 엄청 있죠. 저 승부욕 진짜 세요.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 지면 못 참아요. 지는 게 용납이 안돼요. 자책하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축구 시합에 지면 눈물이 고였으니까요.
Q : 그런 순간 차은우를 즉각적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A : 청포도 에이드! 오늘도 마셨어요. 언제든 먹는 순간 기운이 나요. 맛있습니다.
Q : ‘차은우의 것’ ‘차은우다운 것’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곧잘 봅니다. 구체적인 답 혹은 단어를 찾았나요
A : 예전에는 그런 걸 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내가 하는 게 나다운 것이라고 편안하게 생각해요. 같은 것을 하더라도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정말 다르잖아요.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재미있게 하고, 자연스럽게 지내면 나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고 또 변덕스럽게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웃음).
Q : 최근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일이 있다면
A : 〈데시벨〉 시사회 때 제 양쪽으로 한 편에는 남동생이, 다른 쪽에는 부모님이 앉았는데요. 제가 죽는 장면에서 남동생이 우는 거예요. “왜 우냐” 했더니 슬프대요. 귀엽게. 극중에서는 제가 이종석 형의 남동생 역할이었거든요. 실제와 영화 속 설정이 뒤바뀐 상황이 아이러니했어요. 또 그 옆을 보니 멤버들과 부모님도 울려고 하더라고요. 특히 아버지는 강인한 분인데 이렇게 눈물이 글썽이는 게 몇 년 만이라고 하셨어요.
Q : 역시 조금 이상한 기분인가요? 내가 죽는 장면을 보는 건
A : 자세하게 장면이 묘사되지 않는데도 묘한 기분이었어요. 이걸 보는 사람들은 또 어떤 것을 느낄지 궁금도 했고요. 아! 확실히 이런 마음은 들었던 것 같아요. ‘울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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