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날고, 레전드 컴백…더 강력해진 K팝
대중문화 결산 ① 가요계
◆빌보드 단골손님 된 K팝=BTS가 빌보드 단골손님이 된 지는 꽤 오래됐다.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시작으로 지난 6월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까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6연속 1위를 기록했다. 앨범 판매량은 ‘프루프’(338만장) 등 총 607만장이다. 지난 6월 단체 활동 잠정 중단 계획을 밝힌 이후 제이홉의 ‘잭 인 더 박스’를 필두로 진의 ‘디 애스트로넛’, RM의 ‘인디고’ 등 멤버별 솔로 앨범을 잇달아 발표했다. 정국은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드리머스’를 부르며 팀 활동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스트레이 키즈는 올해 2장의 앨범을 ‘빌보드 200’ 1위에 올려놓으면서 4세대 보이그룹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3월 발매한 미니 6집 ‘오디너리’ 음반 판매량 174만장에서 10월 발매한 미니 7집 ‘맥시던트’는 303만장으로 뛰었다. 블랙핑크는 K팝 걸그룹 최초 기록을 새로 썼다. 9월 발표한 정규 2집 ‘본 핑크’는 더블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오피셜·빌보드 등 영미 양대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4세대 걸그룹 열풍=2022년은 ‘걸그룹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새롭게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보이그룹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에이티즈 두 팀인 반면, 걸그룹은 에스파·아이브·트와이스·ITZY까지 네 팀이다. 올해 음반 판매량 중 여성 가수 비중은 32.6%로 지난해(16.1%)보다 두 배로 늘었다.
특히 4세대 걸그룹 선두 다툼이 치열했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아이브는 ‘일레븐’ ‘러브 다이브’ ‘애프터 라이크’ 3연타를 기록했고, 올 7월 데뷔한 뉴진스는 ‘어텐션’ ‘하이프 보이’ 쌍끌이 흥행에 이어 19일 발표한 ‘디토’로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두 팀이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등 활약이 눈부셨다.
‘2세대 걸그룹’의 연이은 컴백도 화제가 됐다. 2007년 나란히 데뷔한 소녀시대는 5년 만에 정규 7집 ‘포에버 원’을 발표했고, 카라는 7년 만에 스페셜 앨범 ‘무브어게인’을 선보였다. 2018년 데뷔한 (여자)아이들은 ‘톰보이’ ‘누드’ 등으로 음원 차트를 휩쓸며 도약했고, 올해 데뷔한 르세라핌·엔믹스·케플러도 잠재력을 보였다.
◆영웅의 탄생, 거장의 귀환=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의 활약도 눈에 띈다. 5월 발매한 정규 1집 ‘아임 히어로’로 114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데 이어 써클차트에서 7개월 연속 음원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음반·음원 강자의 탄생을 알렸다. 이달 트로트 가수 최초로 고척돔에 입성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 출신인 김호중·영탁도 케이스포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자랑한다.
거장의 귀환은 가요계에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 추석 38년 만에 송골매로 다시 뭉친 배철수와 구창모는 다음 달 21일 KBS 설 대기획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2012년 은퇴를 선언한 패티김은 10년 만에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노장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용필은 2013년 19집 ‘헬로’ 이후 9년 만의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공개하며 내년 발표할 20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갈등 도화선 불공정 정산=수익 정산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승기는 이달 18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2004년 데뷔 이후 발매한 음원의 수익을 하나도 정산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당초 해당 사실을 부인하던 후크 측은 약 50억원의 미지급 정산금을 이승기에게 지급했다고 밝혔으나 이승기는 이를 전액 기부하고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달의 소녀도 내년 초 예정됐던 앨범 발매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소속사 스태프에 대한 갑질 및 폭언을 이유로 츄 퇴출 소식을 발표했으나 역시 정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기획사와 중소기획사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서 버가부·핫이슈 등 데뷔 1년 만에 해체하는 그룹도 생겨났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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