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난쏘공’으로 한국 노동문학에 큰 발자국
1970~80년대 대학가 필독서였던 노동문학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가 25일 강동경희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80세.
1942년 경기도 가평 출생인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葬船)’으로 등단했으나 꼬박 10년간 침묵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후 75년 ‘칼날’을 시작으로 ‘뫼비우스의 띠’부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르기까지 열두 편의 난장이 연작은 한국 현대 문학사의 획을 긋는 작품이었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못 가진 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 사이의 대립 구조 속에 당대의 불행과 행운, 질곡과 신생의 역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출간돼 2022년 7월 현재 320쇄 148만 부를 발행했다.
고인은 2000년판 ‘작가의 말’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쓴 바 있다. ‘난쏘공’에서 그렸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미학적 차원에서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써내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계급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새롭게 개척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고인은 이밖에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를 썼다.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했다. 2008년 난쏘공 3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동료와 후배 문인들이 되돌아본 기념 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됐다.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은 28일이다. 유족으로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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