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마스 혹한’…22명 숨지고 수십만 가구 단전

박현영 2022. 12. 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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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은 미국에 ‘겨울 폭풍’이 덮쳤다. 24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주 북서부 버팔로 지역 이리호에 있는 한 식당이 한파와 폭설로 만들어진 고드름과 얼음으로 뒤덮여있다. 버팔로에는 이날 89㎝의 눈이 내려 자동차 운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연휴 미국 여러 주에 눈보라와 혹한을 동반한 ‘겨울 폭풍’, 즉 ‘폭탄 사이클론’이 닥쳐 24일(현지시간)까지 최소 22명이 숨지고 수십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항공편 결항과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주말 이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폭탄 사이클론’은 차가운 북극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이다.

이날 CNN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뉴욕·콜로라도 등 7개 주에서 날씨와 관련된 사고 등으로 최소 22명이 숨졌다. 뉴욕에서는 폭설 때문에 응급 구조대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응급환자 2명이 숨졌다. 오하이오에서는 폭설로 4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오하이오·미주리·켄터키·캔자스 등에서는 눈길 교통사고로 1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겨울 폭풍’은 뉴욕주 북부를 강타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버펄로 인근에는 곳에 따라 2피트(60㎝)가 넘는 폭설이 내렸고, 시속 96㎞ 이상의 강풍이 불어 가시거리가 ‘제로’에 가까웠다고 CNN은 전했다. 23일 저녁부터 24일 오전까지 차량 500여대가 폭설이 쏟아진 도로에 갇혔다. 지역 당국은 운전 금지령을 내린 상태였다.

미국 전역의 정전 상황을 집계하는 사이트(PowerOutage.us)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현재 27만 가구와 기업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정전은 북동부 메인주와 뉴욕주에서 많이 발생했다. 또 이번 폭풍이 시작된 이래 백만 가입자 넘게 정전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은 1906년 이후 116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록했고, 수도 워싱턴DC는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남부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도 곳곳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역대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강풍과 한파는 콜로라도주를 비롯한 중서부와 뉴욕주를 중심으로 한 동북부에 집중됐지만, 미국 인구의 약 60%가량이 각종 기상경보 대상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국립기상청 기상예보센터는 “중부와 동부 지역에 걸쳐 위험한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기온은 평년보다 4~12도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공편 결항도 증가 추세다. 24일 미국 전역에서 항공편 2400여편이 취소됐고, 5700편은 지연됐다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23일엔 5700여편이 결항했고 1만1000편이 지연 운항했다. 뉴욕주는 폭설 피해를 본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을 26일까지 폐쇄했다.

일본에서도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면서 24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야마가타현 오구니마치에는 97㎝, 니가타현 세키카와무라에는 81㎝의 눈이 각각 쏟아지는 등 동해 방면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폭설이 쏟아졌다. 25일 오후 6시까지 중부 호쿠리쿠에는 60㎝, 홋카이도와 수도권을 포함한 간토코신 지역에는 40㎝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눈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이어져 24일 정오쯤 홋카이도 엔가루초에서 80대 여성이 자택 현관 근처에서 눈에 파묻혀 숨졌다. 앞서 23일 오후 6시쯤 홋카이도 비바이시에서도 70대 여성이 자택 옆에서 눈에 파묻혀 숨진 채 발견됐다.

홋카이도에서는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대규모 정전 사고도 이어졌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홋카이도전력은 25일 오전 9시 현재 홋카이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1만9500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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