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 빛과 그림자의 두 사람, 이재욱과 고윤정은 서로를 놓지 않기로 결심했다.
Q : 스산한 날씨네요. 겨울비도 내리고요
A : 윤정 좋아하는 날씨예요. 맑은 날도 좋지만 해가 떠오를 때나 질 때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런 시간이 좋아요.
A : 재욱 저도 비 오는 날 좋아해요. 주택에 살다 보니 빗소리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오늘 화보 분위기와 잘 맞는 날씨 같네요.
Q : 〈환혼〉 뒤에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사람도 항상 밝지는 않잖아요. 두 사람도 그림자처럼 어두운 시기를 거친 적 있나요
A : 윤정 힘들고 슬픈 것, 어두운 것을 오래 담아두는 편은 아니에요. 기분이라는 건 하루 동안에도 오르락내리락하니까요. 유난히 어둡거나 힘든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A : 재욱 저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감상적이 돼요. 대본을 계속 읽으며 생기는 매너리즘일 수도 있고, 내가 준비하는 것에 의심이 들 때가 있거든요. 다행히 저도 회복은 빠른 편이에요.
Q : 고윤정 배우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이미 〈환혼 파트1〉(이하 〈파트1〉)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요. “지나가는 자리마다 목이 떨어진다고 해서 낙수”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당사자의 소감은
A : 윤정 그렇게 멋지게 나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요. 대사가 거의 없기도 하고, 액션이 벌어지는 곳이 한겨울의 경천대호인데 크로마키 앞에서 며칠 동안 촬영할 때는 살짝 덥기까지 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됐지만요.
A : 재욱 저도 좋아하는장면이에요.
Q : 〈파트1〉에서 또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A : 윤정 장욱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칼이 수기에 휘둘릴 때, 재욱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어요.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직접 마임하듯 연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스태프들도 CG 비용 줄었다고 좋아했대요(웃음).
Q : 〈환혼: 빛과 그림자〉(이하 〈환혼〉)를 보면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의 완성도였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런 후반 장치가 있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 재욱 순탄하지는 않지만 모든 장치가 저를 멋지게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에요. 배우는 것도 많고요. 개인적으로는 장욱이 처음으로 탄수법에 성공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CG 소스가 없는 상황에서, 상상하며 칼을 휘둘렀는데 영상에서는 엄청 힘 있게 나왔더라고요. 형식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판타지 장르물의 매력도 작품을 하며 깨달았죠.
Q : 액션 비중도 높습니다. 몸 쓰는 연기는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어려움이 더 클 수도 있지만요
A : 재욱 일단 몸은 아픕니다 (웃음). 촬영 한 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하니까요. 힘들고 고단한데 마치고 나면 홀가분하고 그렇게 뿌듯할 수 없어요.
A : 윤정 무술 팀이나 스태프들과 합을 맞추는 것은 거의 안무에 가까워요. 저도 몸은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만족도 높은 게 액션 신이에요. 여러 장치들이 들어갔을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도 하고요.
Q : 이렇게 마주 앉으니 두 사람 다 좋은 소리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A : 윤정 저는 어디를 가든 항상 재욱의 목소리를 칭찬해요.
A : 재욱 청각도 연기에 중요한 요소인데 좋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윤정 누나의 목소리는 ‘탁’ 꽂힐 때가 있어요. 중성적이면서도 강단 있고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고 할까요. 가끔은 놀랄 정도예요.
A : 윤정 저는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데뷔 이후에 처음 들어봤어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Q : 함께 연기하며 기대와 같았거나 달랐던 점은
A : 윤정 〈파트 1〉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에 재욱이가 잘하는 배우라는 건 이미 알았어요. 현장에서 재욱이는 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죠. 항상 잘했다고, 누나만 어려운 게 아니라고 격려해 줘서 든든했고요. 처음엔 그런 어른스러운 면모에 놀랐다면 나중에는 애교도 많고 귀여운 모습에 한 번 더 놀랐어요. 영락없는 동생이더라고요(웃음).
A : 재욱 저도 걱정이 많았어요. 1년간 이 작품을 촬영해 온 제게도 3년이 지난 〈환혼〉 배경에 맞춰 장욱 캐릭터를 잡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누나가 진짜 멋있는 게, 대사를 맞춰보자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A : 윤정 제가 많이 괴롭혔죠! 큰 도움이 됐어요. 장욱의 목소리로 대사를 들으니 물음표였던 부분들이 느낌표로 바뀌더라고요. 내심 이게 재욱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엔 힘들어 하거나 말거나 당장 외울 게 너무 많아 도와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A : 재욱 당연히 도움이 됐죠! 리허설을 한 번 한 기분이라 현장에서도 촬영 속도가 붙고요. 물론 진짜 피곤해서 쉬고 싶던 날도 있긴 했어요(웃음).
A : 윤정 나중에는 다른 역할도 서로 대사를 맞춰줬어요. 재욱이가 김도주(오나라) 선배님 역할을 해주면 저는 고원 세자(신승호), 서율(황민현) 역을 해줬죠.
Q : 고윤정 배우는 96년생, 이재욱 배우는 98년생이죠.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특별한 교감이나 에너지가 있다면
A : 윤정 각자 개성이 있음에도 관심사나 개그 코드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현장 분위기가 유독 좋은 날은 퇴근하기도 아쉬워요. 몸은 피곤한데도요!
A : 재욱 현장에 가면 모두 웃으며 서로를 대해요. 각자의 피로가 있을 텐데도요. 저는 그게 다 배려라고 생각해요. 〈환혼〉 촬영장은 힘을 받으러 가는 곳이었어요.
Q : 두 사람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나요
A : 재욱 잘 웃는 사람. 제가 그러지 못해서 처음부터 밝게 웃는 사람을 보면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들어요.
A : 윤정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어요. 눈빛이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말하는. 재욱이가 그랬어요. 첫만남 때 무표정이었는데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죠.
A : 재욱 그런 에너지를 느꼈다니 다행이네요. 다행히 그날 조금 긍정적이었나 봐요.
A : 윤정 나도 그날 웃고 있었던 거지(웃음)?
Q : 돌아보며 스스로 만족했던 연기가 있을까요
A : 재욱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습니다.
A : 윤정 ‘과몰입’한 경험은 있어요. 재욱이가 제 감정을 터뜨렸죠.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장면이었는데 주저앉아 오열했어요.
A : 재욱 저는 세트장 밖에 나가서 울었고요(웃음). 말도 할수록 감정이 붙거든요.
A : 윤정 촬영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카메라를 세팅하고 리허설하는데도 눈물이 났어요. 이제 서로 가까워지고 몰입하게 됐는데 정작 촬영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나 봐요.
Q : 이런 경험을 모든 작품마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환혼〉의 어떤 점이 특별했을까요
A : 윤정 아무래도 둘이 함께하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지방 촬영도 많고, 잠도 못 자고…. 서로 비슷한 상태다 보니 많이 의지하게 된 것 같아요. 없으면 괜히 심심하고.
A : 재욱 다른 사람에게 힘들다고 백 번 이야기해도, 상대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서로거든요. 유대감이 쌓일 수밖에 없어요. 어떨 땐 진짜 질투가 나요. 나랑 찍은 장면이 극중에서 가장 예쁘고 애절했으면 좋겠고. 서율 형이랑 촬영하면 괜히 궁금하고.
A : 윤정 재욱이가 뒤에서 괜히 쳐다보더라요(웃음). 물론 지금은 다 빠져나왔습니다.
Q : 배우로서 생각하는 나만의 강점은 뭘까요? 그럴 확신을 가져도 될 만큼 두 사람 모두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A : 윤정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복을 가진 게 제 강점 같아요. 내가 열심히 해도 잘 풀리지 않는 현장도 있을 텐데 저는 항상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다들 맡은 일을 프로답게 해냈고, 배려심도 많은.
Q :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요? 내가 노력했기 때문에 얻어지는 것도 분명 있을 텐데
A : 윤정 현장 분위기가 항상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먼저 다가가서 장난도 치고,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은 해요. 좀 덜 예민해지려고 하죠.
A : 재욱 촬영을 할 때마다 거는 주문은 있어요. 이 캐릭터에 있어서는 내가 제일 잘할 거라는, 아무도 나를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그런 확신이 캐릭터에게도 힘을 실어주니까요.
Q : 어떤 영혼이 가장 탐날까요? 인격적으로 부러울 수도 있고, 누군가로 살아보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 재욱 가끔은 궁금해요. 같은 길을 걷는 또래 배우나 선후배들을 보면. 그 길 끝에 뭐가 있길래 모두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건지. 그래서 최정상에 오른 경험을 한 아티스트가 돼보고 싶어요. 명예와 돈, 인기를 얻은 후에 부족한 건 무엇일지, 결국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지.
Q : 조금쯤 가늠해 봤나요
A : 재욱 일단 돈은 아닌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고, 돈에 목맸던 적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에게 밥 한 번 사는 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 돼보니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A : 윤정 음. 문득 우리 엄마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도 아빠랑 결혼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니. 일하고 공부할 거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다가 혼자 좀 더 생각하더니 다시 와서 그래요. “아니야, 그럼 너희가 없잖아”라고. 그 모습을 보며 자식이란 존재는 대체 뭘까 싶었어요. 저는 부모님의 자식도 돼봤고, 사랑도 해봤지만 자식을 향한 마음만은 도무지 모르겠어요.
Q : 지금 이 순간 가장 기대하는 미래는
A : 윤정 저는 확실히 있습니다. 12월 25일! 제 생일과 모든 기념일 다 포함해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크리스마스예요. 진지하게 11월부터 항상 기대하고 크리스마스캐럴을 듣고 준비하죠. 그에 대해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막상 특별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지만요.
A : 재욱 갑자기 엄청 신났는데요(웃음)?
A : 윤정 〈러브 액추얼리〉, 〈로맨틱 홀리데이〉 같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주는 따뜻한 무드도 좋아요.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저희 〈환혼〉도 방영합니다.
A : 재욱 그렇네? 맞아요. 12월 24, 25일 저희 방송일이에요. 저도 왠지 크리스마스라고 답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웃음), 1월에 첫 번째 팬 미팅을 앞두고 있거든요. 떨리고 긴장되지만 그만큼 기대도 되기에 잘해내고 싶습니다. 노래를 부를 예정이에요. 아직 곡은 정하지 못했지만요.
A : 윤정 캐럴 불러, 캐럴!
A : 재욱 아니, 이 에너지 진짜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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