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주목하는 '브로드컴·구글'엔 무슨 일이?

[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2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테크 공룡 규제 의지를 시사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 사업자들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려는 반시장적인 행위를 언급하면서 ‘반도체’와 ‘앱마켓’을 콕 집어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로드컴과 구글을 짚었는데요. 두 회사는 어떤 일로 공정위의 집중 감시에 놓이게 된 것일까요?

삼성전자에 장기계약 체결 강요 혐의 받는 '브로드컴' ... 공정위원장 "설득력있는 동의의결 결과 도출하겠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갑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 GNSS(위성항법시스템) 장비를 만드는 회사인데요.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없어서는 안되는 부품들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로 하여금 3년에 달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해줘도 교체할 수 없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삼전과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급 독점권’ 조항을 넣었다고 하는데요. 공정위는 이를 경쟁사업자 배제행위와 배타조건부거래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삼전의 정당한 선택권도 침해했다고도 보고 있죠. 재밌는 점은 이를 공정위가 파악하게 된 배경입니다. 미국 통신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신고로 사건화됐습니다. 퀄컴과 브로드컴은 통신용 반도체 분야의 주력 사업자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주요 고객사 삼성전자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한 터라, 이같은 경쟁관계가 공정위 신고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해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나 심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입니다. 한 위원장은 “(내년도에는) 반도체 시장의 경쟁압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동의의결 과정에서 설득력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플레이스토어에만 입점하라" 요구 혐의 '구글' ... 공정위원장 "조만간 심의절차 개시할 것"

다음으로 한 위원장이 언급한 기업은 ‘구글’입니다. 구글은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애플과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압도적 강자 지위에 있습니다. 앱 사업자들로서는 구글이 운영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플레이스토어에 입점이 되어있어야만 다수의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지위를 이용해서 구글은 한국 게임사들을 향해 “플레이스토어에만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출시하라”고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구글은 다른 국내 앱마켓인 ‘원스토어’ 같은 곳에는 게임앱을 등록하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를 바독 있습니다. 이같은 갑질이 사실이라면 구글의 앱마켓 지배력은 공고해지는 반면, 국내 앱마켓 사업자들은 경쟁력이 취약해집니다. 앱마켓 시장의 경쟁이 제한됩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개념)을 보낸 상태입니다.

구글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가 구글을 제재하기로 채택한 증거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공정위는 증거자료에 타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됐다면 자료 제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상태입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 구글이 경쟁OS출시를 방해한 혐의를 2021년에 제재했으며, 앱마켓 등 분야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구글이 게임사들의 경쟁 앱마켓 거래를 방해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심의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새해에는 퀄컴과 구글. 두 기업이 공정위에서 어떤 판단을 받게 될지 주목해야겠습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