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작가 조세희씨 별세…80세
1970~80년대 대학가 필독서였던 노동문학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가 25일 강동경희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80세.
42년 경기도 가평 출생인 고인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葬船)'으로 등단했으나 꼬박 10년간 침묵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75년 '칼날'을 시작으로 '뫼비우스의 띠'부터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이르기까지 열두 편의 난장이 연작은 한국 현대 문학사의 획을 긋는 작품이었다. 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출간돼 96년 100쇄를 찍었다. 2000년 이성과 힘으로 출판사를 옮겨 2005년 200쇄, 2007년 100만 부, 2017년 300쇄, 2022년 7월 현재 320쇄 148만 부를 발행했다.
'난쏘공’이라고 불리며 꾸준히 사랑 받은 이 소설집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역설적인 행정 구역의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도시 빈민의 고통ㄱ스러운 삶을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금기를 깨고 분단 문제를 다룬 최인훈 장편 『광장』과 함께 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고 2000년대에 대학입학 수능 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난장이로 상징되는 못 가진 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 사이의 대립 구조 속에 당대의 불행과 행운, 질곡과 신생의 역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이 소설집의 2000년판 '작가의 말'에서 "나의 이 ‘난장이 연작’은 (…)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혁명이 필요할 때 우리는 혁명을 겪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라지 못하고 있다. 제삼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험한 그대로, 우리 땅에서도 혁명은 구체제의 작은 후퇴, 그리고 조그마한 개선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우리는 그것의 목격자이다"라고 쓴 바 있다. '난쏘공'에서 그렸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미학적 차원에서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써내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계급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새롭게 개척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고인은 이밖에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하얀 저고리』(미출간)를 썼다. 동인문학상을 받았고, 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하기도 했다. 2008년 난쏘공 3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를 동료와 후배 문인들이 되돌아본 기념 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됐다. 고인은 말년에 노동자와 농민 등의 시위 현장을 찾아다니며 카메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은 28일이다. 유족으로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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