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식 성탄절 거부" 우크라에 퍼지는 '12월의 크리스마스'

김경희 2022. 12. 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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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미하일리우스키 수도원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 침공 이후 반러 정서가 강해진 우크라이나인들이 성탄절도 기존 1월에서 12월로 앞당겨 기념하고 있는 추세라고 AP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탄절은 통상 12월 25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국가 일부는 이보다 늦은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다. 정교회에서는 종교적 명절을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교회를 믿으면서도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매체는 전했다.

성탄절을 12월로 앞당기자는 주장은 최근까지 상당히 급진적 발상으로 간주됐지만, 10개월째 전쟁이 이어지면서 약 4년전까지 우크라이나를 관할했던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지지하며 ‘성스러운 투쟁’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2019년 러시아 정교회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아예 올해부터는 각 교구가 원한다면 1월 7일 대신 12월 25일 성탄 예배를 진행해도 된다고 10월 선언했다.

최근 키이우 교외 보브리치아에서 진행한 투표에선 교인 204명 중 200명이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앞당기는데 찬성했다.

이 마을 주민 올레나 팔리(33)는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리는 더는 러시아권의 일부로 남을 수 없음을 각성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에서 성탄절을 앞당기는 것은 러시아와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할 수 있으며 정치적ㆍ종교적으로 상당한 함의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최소 10명이 숨지는 등 6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헤르손에서 부서진 건물과 불타는 차량, 거리의 시신 사진을 올리면서 “소셜네트워크는 이 사진들을 민감한 콘텐츠로 표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이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실제 삶”이라며 “이것들은 군사 시설이 아니다. 이것은 테러이며, 위협과 쾌락을 위해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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