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뒤 5-3 역전패" 中 유소년 축구 승부 조작 줄징계

중국축구협회, 4개월간의 조사 결과 발표
네티즌들, 부정·비리 판치는 中 축구 비판

지난 8월 열린 광둥성 체육대회 유소년 축구시합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에서 유소년 축구 시합의 승부 조작 사실이 밝혀져 관련자들에게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중국축구협회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8월 열린 광둥성 체육대회 15세 이하 유소년 축구 시합 결승전의 승부 조작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조작 가담자와 관리 책임 공무원 등 16명을 해임 처분 등 징계에 처했다.

당시 결승전은 광저우시 대표팀과 칭위안시 대표팀 간의 경기였다. 후반 20분께 3대 1로 앞서고 있던 칭위안팀은 선수 한 명을 교체 투입했다. 이 선수가 동료 선수에게 몰래 귓속말을 전한 다음, 광저우팀은 연달아 4골을 넣어 결국 5대 3으로 역전승했다. 경기 중 수비수들은 움직이지 않고 서 있기만 한 데다 심지어 칭위안팀 골키퍼는 자기 앞으로 굴러온 골을 오히려 문전에 있던 광저우 선수에게 패스하듯이 걷어내 상대 팀의 득점을 돕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합 직후부터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됐으며 논란이 커지자 중국축구협회는 본격적인 진상 조사에 나섰다. 4개월의 조사 끝에 중국축구협회는 승부 조작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양 팀 관계자들이 미리 짜고 승부를 조작한 것이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유소년 축구뿐 아니라 중국 축구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성인 축구도 모자라 유소년 축구에서도 승부를 조작하니 어린 선수들이 뭘 배우겠느냐"며 "중국 축구에서 유일하게 진화, 발전하는 것은 편법과 부정"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네티즌은 "그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14억 인구의 중국이 월드컵에 못 나가는 이유를 알았다"며 "비리가 판치는 한 중국 축구는 월드컵과 영원히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2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의 굴욕을 소환하기도 했다. "한참 하수인 줄 알았던 베트남에도 패배한 것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선수 선발에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지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1-3으로 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에 패배하자 중국 축구 팬들은 "굴욕적이다. 중국으로 돌아오지 말라", "그렇게 많은 관심과 자금,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 왜 제자리에서 맴돌고, 심지어 퇴보하느냐"는 등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달 22일 새롭게 발표한 FIFA 랭킹을 보면 중국은 80위, 베트남은 96위다.

중국에서는 2010년부터 정부가 나서 축구 승부 조작 문제를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해 왔으나, 감독 및 선수, 심판, 구단까지 연루된 승부 조작 사건들이 계속 재발하고 있다. 또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의 국가체육총국 주재 기율검사팀과 후베이성 감찰위원회는 지난달 월드컵 대표팀을 지휘했던 리톄 전 감독을 '엄정한 위법 혐의'로 감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