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임재 "23시 전 몰랐다"…10시반 CCTV에 딱 걸린 거짓말

위문희 2022. 12.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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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23일 구속되는 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보강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이태원파출소 CC(폐쇄회로)TV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태원 참사 초반 이 전 서장과 1분 40여초 간 통화하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모습이 담겨있다. 특수본은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23시경”(지난달 16일 국회)이라는 이 전 서장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서부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된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피의자들이 구속영장청구서 기재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지난 5일)던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112실장과 통화 후 “가용경력 보내세요” 첫 무전 지시


특수본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0시 32분 송 전 실장이 이 전 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시간대의 이태원파출소 CCTV를 살펴본 결과 송 전 실장이 가만히 있다가 손짓을 하는 등의 모습이 반복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은 송 전 실장과 1분 40여초 간 통화를 마친 뒤인 오후 10시 36분 “가용경력을 전부 보내세요”라고 첫 무전 지시를 한다. 앞서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확보한 이 전 서장 동선에 따르면 이태원 인근으로 우회 진입을 시도하던 관용차 안에서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해 “그날 밤 112실장하고 통화를 많이 시도를 했다. 그러나 통화가 잘 되지를 않았다”며 통화한 사실도 부인했었다.

특수본은 이를 바탕으로 오후 10시 32분 이후부터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오후 11시 5분 사이에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점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구성하는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국회와 수사기관에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가 커지는 등 구속 사유의 필요성을 보강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이 전 서장의) 국회 위증 여부는 국회 측 고발이 있으면 별도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자신의 도착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보고서를 “후레쉬를 비춰보고 읽어가며” 검토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했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한 이유다. 이 전 서장은 이에 대해서도 “바람이 불고 어두워서 못 봤다”는 취지로 부인해왔다고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이태원 참사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로 소환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영장실질심사


이태원 참사의 부실 대응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대거 입건한 특수본의 수사가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수본은 이들을 주범과 종범의 구분이 없는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법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주요 경찰 피의자 뿐만 아니라 구청, 소방 관계자들의 신병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에 열린다. 이들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으며 최 과장은 참사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고의로 방임한 직무유기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CCTV 등을 통해 참사 당일 밤 최 과장이 구청 직원의 연락을 받고 참사 현장 인근까지 택시를 타고 왔었지만 별다른 조치없이 차를 돌려 귀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 확산에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1월 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사고발생 골몰길에 맞닿은 해밀톤호텔 서쪽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가벽. 특수본은 확보한 압수물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해밀톤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과 인명피해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해밀톤대표, 업무상 횡령 혐의 추가


한편 25일 이모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가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수사 초반 해밀톤호텔 본관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ㆍ도로법 위반)로 입건돼 한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특수본은 해밀톤호텔의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재된 이 대표의 모친 강모씨와 아내 홍모씨에게 수년 동안 급여 명목의 회삿돈이 비정상적으로 지급된 정황을 확인했다. 특수본은 호텔 측이 실제 업무와 무관하게 급여를 지출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포함한 자금 흐름 추적에도 나섰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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