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머신이 없는 카페, 커피 맛에 자신 있습니다
[고양신문 정미경]
▲ 커피스가모 전경 |
ⓒ 고양신문 |
로스터리 카페 '커피스가모(공동대표 이무림·정예린)'에서는 정통 일본식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인 덕이동에 위치한 이곳은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교통량이 많은 도로 옆에 있어 눈에 잘 띈다. 길 건너편에는 자연이 있고 시야를 좀 더 멀리 두면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카페 안쪽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은 카메라의 프레임을 통해 보는 것처럼 멋스럽다.
20여 평 규모인 카페 인테리어의 주재료는 나무다. 장식장, 손님용 테이블, 작업용 테이블도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짙은 원목 색상이 원두의 진한 색과 잘 어울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이무림 대표의 커피 철학과 닮았다.
영국과 프랑스산 커피잔 세트를 진열해 놓은 작업대 뒤편의 장식장은 클래식한 감성이다. 사이펀(Syphon) 기구들이 열 지어 있고, 커다란 유리 용기 속에는 로스팅된 여러 종류의 원두가 담겨 있다. 장식장과 사이펀 기구를 배경으로 한 3개의 바 의자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조화롭다.
▲ 커피스가모의 메뉴 |
ⓒ 커피스가모 |
핸드드립은 원두를 불려서 천천히 내리는 점 드립 방식이다. 점처럼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물줄기에 따라 커피가 만들어진다. 점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면 원두의 특성에 따라 추출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카페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향이 진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진정한 커피 맛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커피라고 한다.
이무림 대표가 건물 3층에 커피스가모를 오픈한 것은 5년 전이다. 평일에는 교육과 로스팅을 했고, 토요일에만 커피를 판매했다. 그가 사용하는 로스팅 방법은 직화식이다. 불 조절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방식보다 맛이 깊어 만족도가 높다. 로스팅한 원두는 전국 각지의 여러 카페에 공급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이곳의 1층에 커피 전문 매장을 열었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후곡마을에 살고 있는 일산 주민이다. 20년 전 부친이 대구에서 카페를 개점했을 당시, 아버지를 도우며 커피 일을 시작하게 됐다. 대학과 군대를 마친 후에는 커피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의 '커피 사이펀 주식회사'에 무작정 찾아갔다. '고노'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1925년에 설립돼 조만간 100년이 되는 기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이펀을 맨 처음 개발했다.
무급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해 1년 만에 정직원이 됐고, 이후부터는 로스팅을 배웠다. 당시 일본의 드립 관련 용품 브랜드로는 고노가 제일 유명했고, 하리오와 칼리타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고노를 찾아 교육을 받곤 했다. 그는 통역과 교육을 담당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에서 고노 커피의 초급과 중급 교육 책임자가 됐다.
▲ 커피스가모의 디저트는 오사카에서 베이킹을 배운 지인이 공급한다. |
ⓒ 커피스가모 |
상호를 커피스가모라고 지은 이유는 뭘까. 이 대표가 일본에서 회사에 출퇴근을 하려면 도쿄의 스가모역을 통과해야만 했다. 한국인들이 수업을 들으러 올 때면 스가모역을 이용했고, 커피 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스가모는 커피를 상징하는 지명이 됐다.
"저는 운 좋게 고노에서 커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도 배웠고요. 카페의 첫 번째는 커피 맛이고, 그 다음은 서비스예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에서 저희 부부는 지금도 매장 내에서 유니폼과 명찰을 갖추고 있어요. 손님이 일단 카페에 들어오면 좌석에서 다시 일어서는 일이 없도록 하고요. 그 점에 있어서는 아내가 저보다 더 뛰어나요. 오랜 경력이 있거든요."
커피의 구성은 손님들의 호불호가 적은 메뉴로 정했다. 블랜딩된 커피, 싱글 오리진 커피, 디카페인 커피를 갖췄다. 그 외 홍차와 비엔나커피 등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메뉴를 좀 더 다듬어 가려고 한다.
디저트는 오사카에서 베이킹을 배운 지인이 공급하고 있다. 일본식 디저트의 일종인 '에끌레어'는 맛과 식감이 독특하다. 캬라멜 생크림을 첨가해 슈크림 빵과 비슷한 맛이 나는데, 스가모 블랜드 커피와 잘 어울린다.
이 대표는 음식에 궁합이 있는 것처럼 커피와 디저트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 생각한다. 손님이 주문한 커피에 각각 어울리는 디저트를 추천한다.
"저는 이 일을 평생 할 사람이니까 제 가치는 제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피스가모가 단순히 머물다 가는 장소가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직영으로 운영하는 부산 서면점도 4년 됐는데 단골이 많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의 원칙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어요. 손님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이 대표는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카페를 운영해 나갈 생각이다. 여기저기 대형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커피 맛과 서비스로만 승부하는 커피스가모처럼 특화된 카페가 많아지길 바란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면 2000원 할인해 준다.
고양시 일산서구 장자길 72-1
031-911-0822(목요일 휴무)
▲ 사이펀으로 내린 스가모 블랜드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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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무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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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림, 정예린 대표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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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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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이동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 '커피스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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