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규 "사업마다 분담…대장동은 나, 백현동은 김인섭"
“정진상 지시로 백현동 개발을 검토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로 해 관여하지 않았다. 백현동은 김인섭이 다 했다.”
지난 10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김인섭씨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또다른 측근이다. 유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유씨는 주변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개발 사업을 검토한 배경에 정진상(구속 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백현동 사업 추진 검토했던 성남도개공…유동규 “정진상 지시”
성남시는 2015년 2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가 분당구 백현동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를 매입하자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해줬다. 김씨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된 뒤 한 달 만이었다. 김씨 역시 이 회사가 백현동 인·허가 특혜를 받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상향하면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도 2014년부터 백현동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등 민관 합동개발을 추진했지만 2016년 돌연 포기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공개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보고서’에서 2016년 7월 유 전 본부장이 실무진들에게 “손을 떼라"고 말하는 등 사업 참여를 포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고 유 전 본부장을 수사당국에 고발했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에게 백현동 사업 참여를 포기하도록 지시한 경위 등을 따져 물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경찰 조사에서 “백현동 개발 사업은 관여하지 않아서 모른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 후 지인들에게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이후 더는 말이(지시가) 없었다”며 “(당시)실무진들도 ‘휘말리는 것 같다’며 (백현동 사업을) 안 하려고 해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전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동규 “김인섭의 백현동 관여도 이재명·정진상 개입” 주장
이는 감사원의 백현동 사업 감사 보고서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맥락이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2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었던 유한기(사망) 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실무자들을 불러 “한국식품연구원 땅을 사려고 하는 분”이라며 아시아디벨로퍼 회장 A씨를 소개했다. 이후 유 전 사장은 적극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고, 성남시의 인·허가 추진상황 등 ‘동향을 파악하라’는 소극적 지시만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7월 성남시가 “사업자와 직접 얘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유 전 본부장도 “그럼 우리가 할 일 없네, 손 떼”라고 말하며 백현동 개발 사업 불참을 결정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도 “시 윗선의 지시로 백현동 사업이 무산됐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사장보다 높은 상왕 본부장’으로 불리며 모든 사업을 좌지우지했다”며 “그런 유 전 본부장에게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밖에 없었다. 그래서 ‘백현동 사업 포기도 사실상 당시 시장이었던 이 대표나 정 전 실장이 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돼 백현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에도 정 전 실장 등의 의중이 담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실장은 주변에 “김씨는 개발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무슨 수로 그 사업(백현동 개발)에 끼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당시 성남시 개발 사업 등에 이 대표가 안 낀 게 없다. 다 껴있다”면서도 “내가 대장동을 담당했고, 백현동은 김인섭이 한 것처럼 사업 별로 담당자만 다르게 역할 분담 돼 있어서 다른 사업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씨의 한 지인은 “경찰에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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