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러시아 식민지" 자조하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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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 러시아 용병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통제권을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충성을 원한 푸틴, 아프리카에서 그것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민간 용병 단체인 와그너 그룹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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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UN군보다 러시아 용병이 더 나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방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 러시아 용병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통제권을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충성을 원한 푸틴, 아프리카에서 그것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민간 용병 단체인 와그너 그룹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들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부에 위치한 중아공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나라다. 이 나라는 2012년부터 계속된 내전으로 인해 치안이 매우 불안정해 유엔평화유지군 1만4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유엔평화유지군보다 러시아 용병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가뜩이나 힘든 중아공의 상황을 더욱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식용유와 같은 생필품 가격은 50% 이상 상승했고, 휘발유는 주유소에서 살 수 없어, 밀수된 통이나 병으로만 구입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중아공인들은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다. NYT는 서구의 위선과 공허한 약속에 싫증이 난 중아공인들이 이전 식민 지배자들보다 오히려 푸틴을 지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10년 된 자국의 내전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 중아공인은 "집에 불이 났을 때 불을 끄기 위해 사용하는 물의 색깔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러시아 용병 덕분에 우리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폭력적이지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NYT와의 인터뷰에 응한 실향민이자 세 아이의 미혼모인 플로라 아상구는 "유엔평화유지군은 그저 순찰만 할 뿐"이라며 "반군 단체가 누군가를 죽이면 UN군은 사진만 찍지만, 러시아인은 그 사람들을 죽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우리에게 약간의 평화를 가져다줬다"고 덧붙였다.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복면 차림의 와그너 소속 용병들은 공개적으로 자동 소총을 들고 별도의 표식이 없는 차를 타고 다니는 등 중아공을 휘젓고 다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제지하거나 처벌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운전할 때는 도로의 무법자로 변하고, 공공연히 휘발유를 훔쳐 차량 연료로 쓰고 때로는 민간인에게까지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와그너 그룹은 금과 다이아몬드, 목재를 채굴·채취 및 수출할 수 있는 이권에도 개입돼 있으며, 2016년부터 집권중인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중아공 내무장관을 지낸 장-세르주 보카사는 "오늘날 우리는 러시아의 식민지"라는 자조적인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러시아 용병은 2016년 투아데레 대통령 당선 후 중아공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점점 활동 영역을 넓히며 투아데레의 재선 성공을 도운 덕분에 광산 개발과 벌채권까지 확보하게 됐다. 한때 프랑스는 중아공에 1600명의 병력을 파병했으나 지난달 모두 철수했다.
NYT는 중아공은 물론 말리, 수단 등 와그너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대해서도 서방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알렸다. 지난 3월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때,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28개국만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나머지는 기권 또는 불참했고, 에리트레아는 '반대'에 투표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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